2014년 12월호

통장 잔액 기록 업데이트 하라

금융전산망 마비

  • 김인석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입력2014-11-25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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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장 잔액 기록 업데이트 하라

    지난해 3월 21일 방송사와 금융사의 대규모 전산망 마비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T) 관계자들.

    내가 거래하는 은행이 갑자기 문을 닫아 예금을 인출할 수 없다고 TV에 속보가 떴다. “여보! 우리가 가진 현금이 얼마나 있어?” 다급하게 물으니 “10만 원 정도 있다”고 한다. 갑자기 머리가 하얘진다. 10만 원으로 며칠이나 생활할 수 있을까. 이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내 돈을 맡긴 은행의 업무가 중단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5000만 원까지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지만 이는 예금이 있다는 내용이 증명돼야 하는 것이다. 즉 은행에서 내 예금이 얼마인지 확인돼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은행이 사라지거나 전산시스템 마비로 잔액 확인이 안 된다면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또한 보상을 받든 정상적으로 복구돼 예금 출금을 하든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기간에 기업은 결제 자금 부족으로 파산할 것이고, 개인은 현금 부족, 카드사용 불가능 등으로 생활고를 겪거나 예금을 떼이지나 않을까 불안해할 것이다.

    마비의 원인으로는 먼저 지진, 홍수 등의 자연재해로 전산설비가 파괴되는 경우다. 둘째는 해킹으로 전산망이 마비되는 경우. 셋째는 내부 직원에 의한 고의 또는 실수로 발생하는 경우다.

    이런 금융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책은 뭘까.



    첫째, 복수의 은행과 거래한다. 주거래 은행을 선정하고 이 은행에 급여 이체, 예금, 카드 결제 등을 하는 게 좋다. 이는 우수 고객에 대한 예금 금리 추가, 대출 금리 할인, 수수료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액 예금을 별도의 은행에 예금하다가 비상사태 발생 시 인출해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둘째, 평소 최소한의 비상자금을 확보한다. 비상사태로 은행 전산망이 마비되면 수일 또는 수개월 동안 출금이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예금통장 잔액 기록은 가능한 한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 은행 전산망 마비로 예금 잔액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통장의 기록을 근거로 다른 은행을 통해 우선 지급하거나 동 예금을 담보로 비상 대출을 할 수 있으므로 최대한 현재에 가깝게 잔액을 확인해놓는 게 좋다.

    넷째, 신용카드 등 비상 시 자금 융통이나 결제에 필요한 수단을 갖춘다. 예금은 은행의 마비로 인출이 불가능해도 카드사에서 발행하는 신용카드는 이와 관계없이 다음 카드대금 납부 시까지는 현금 융통이나 결제가 가능하다. 다만 직불카드(체크카드)는 은행 전산망이 마비되면 사용할 수 없으므로 대안이 되지 못한다.

    다섯째,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한다. 전산망이 마비돼도 파산과 달리 예금은 지급된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면 대다수 고객이 예금 인출이 불가능한 줄 알고 은행에 달려가 예금을 인출하려는 바람에 대혼란이 발생한다. 당황하지 말고 정부나 감독 당국의 조치를 기다리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여섯째, 보이스 피싱 등 각종 금융 사기에 속지 말아야 한다.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빌미로 한 보이스 피싱, 사기범이 활개를 치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은행원을 가장해 예금을 우선 지급해주겠다며 돈을 요구한다든지, 비상조치 때문이라며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든지 하는 사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속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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