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호

SK이노베이션, SKC 플라스틱 열분해 기술개발에 박차

[제로 웨이스트] 플라스틱 전부 재활용 가능한 세상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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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1-02-1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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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닐·플라스틱 녹여 만드는 ‘열분해유’

    • 석유화학제품 원료나 플라스틱으로 재가공 가능

    • SK이노베이션, 오염된 플라스틱도 열분해 기술로 재활용

    • SKC, 더는 재활용 불가능한 플라스틱은 없다

    [GettyImages]

    [GettyImages]

    모든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SK이노베이션과 SKC가 폐플라스틱을 녹여 만드는 재생 원료인 ‘열분해유’ 관련 기술개발에 나섰다. 열분해유를 정제하면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두 회사가 개발 중인 기술이 완성된다면 현존하는 대부분의 폐플라스틱을 녹여 열분해유로 만들 수 있다. 열분해유를 가공해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 수도 있다.

    현재 일부 폐플라스틱은 재료의 특수성, 내·외부의 오염 등의 이유로 재활용이 어렵다. 음식물 포장용 랩 등 폴리염화비닐(Polyvinyl Chloride·PVC)류 폐플라스틱은 재활용 과정에서 유해물질인 염화수소가 발생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플라스틱 중 ‘OTHER’류는 여러 가지 플라스틱 재료를 섞어 만든다. 플라스틱은 단일 소재를 모아 재활용한다. OTHER처럼 여러 플라스틱 소재가 섞인 제품은 재활용이 어렵다. 색이 들어간 플라스틱이나 음식물 흔적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 플라스틱도 재활용이 안 된다.

    폐플라스틱은 먼저 분류·세척하고 잘게 분해한 다음, 재활용 원료가 되는데, 이때 이물질이 들어가면 플라스틱 재활용 원료의 품질이 떨어진다. 폐플라스틱에 들어간 색소나 음식 찌꺼기는 일종의 이물질이다. 환경부가 2020년 12월 재활용품 분리배출 규정을 개정해 투명한 페트병을 따로 모으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색이 들어간 페트병은 재활용이 어려우니 재활용이 가능한 투명한 페트병만 따로 모으겠다는 취지다.

    고유가 극복 방안 재활용 기술로 재탄생

    폐플라스틱, 폐비닐을 모아 열분해유를 생산하는 제주클린에너지 공장. [SK이노베이션 제공]

    폐플라스틱, 폐비닐을 모아 열분해유를 생산하는 제주클린에너지 공장. [SK이노베이션 제공]

    열분해유 기술이 완성되면 재활용업계가 플라스틱을 종류별, 색깔별로 차별할 이유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폐플라스틱 분리 배출이나 세척에 신경을 덜 써도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이 2020년 11월 발표한 ‘에너지 라이프,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보고서는 플라스틱 재활용 공법을 △물질 재활용 △화학적 재활용 △열적 재활용으로 나눈다. 열분해유를 만드는 ‘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이하 열분해 기술)은 이 중 화학적 재활용에 해당한다. 물질 재활용은 현행 방식과 동일하다. 열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소각할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화학적 재활용에 대해 “종류별 분리 작업이나 오염에 크게 민감하지 않아 물질 재활용 공정보다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열분해 기술은 최근 개발된 신기술은 아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저온분해시설 설치 및 관리 기준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은 1970년대 오일쇼크를 계기로 개발됐다. 이후 석유 가격이 정상화되자 관련 기술 연구는 시들해졌다.



    다시 열분해 기술이 관심을 받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환경이었다. 1990년대 후반 생활폐기물 소각시설이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폐기물과 오염을 줄이는 방안으로 다시 열분해 기술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독일과 일본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해졌고 이때 한국에도 도입됐다.

    폐플라스틱 녹여 다시 플라스틱으로

    2020년 12월 15일 SKC는 울산시와 열분해유 공장 신설 투자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SKC 제공]

    2020년 12월 15일 SKC는 울산시와 열분해유 공장 신설 투자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SKC 제공]

    열분해유 기술에서 앞서가는 국내업체는 SK이노베이션과 SKC로, 이 분야의 사용 범위를 늘릴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열분해유는 연료로만 쓰인다. 두 회사는 열분해유로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제주클린에너지와 협력해 열분해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하고 있는 열분해유 기술은 색이 들어갔거나 음식물이 묻은 플라스틱 재활용에 특화돼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열분해유로 플라스틱과 같은 석유화학제품을 다시 만들려면 불순물 관리가 중요하다. 현재 국내 열분해유 관련 업체는 대부분 폐플라스틱에 묻은 불순물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업계에서 오래 쌓아온 경험과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불순물을 대폭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열분해 기술개발 최종 목적은 열분해유를 가공해 다시 플라스틱을 만드는 일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한 열분해유를 SK이노베이션의 울산 콤플렉스(Complex·정유·석유화학 공장)에 다시 투입해 다양한 석유화학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열분해유로 플라스틱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직 열분해유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석유화학제품 생산에는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는 2020년 11월 열분해유를 활용해 솔벤트와 윤활기유를 생산했다. 솔벤트는 페인트 희석제, 화학공정 용매 등에 쓰이는 화학제품이다. 윤활기유는 엔진오일을 비롯해 다종다양한 윤활유의 주원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열분해 기술개발 외에도 아예 재활용이 필요하지 않은 생분해성 수지 개발에 착수했다. 이외에도 재활용 및 자원 순환 기술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SKC “재활용 못하는 플라스틱은 없다”

    SKC는 현재 유통되는 모든 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SKC는 쿠웨이트의 국영회사인 PIC(Petrochemical Industries Company)와 2019년 8월 합작 회사 SK피아이씨글로벌을 세웠다. 이 회사가 열분해유 설비를 갖춘 공장 설립에 나섰다. 장소는 울산시다. SKC는 2020년 12월 14일 울산시와 ‘친환경 자원화 사업 신설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합작회사인 SK피아이씨글로벌이 친환경 자원화 설비 공장을 짓고 울산시는 투자 및 건축에 대한 인허가를 내준다는 내용이다. 2023년 공장 완공이 목표다.

    SKC가 개발 중인 기술은 PVC는 물론 OTHER까지 열분해유로 만들 수 있다. SKC 관계자는 “열분해 기술을 사용하면 대부분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업체는 드물다. 플라스틱 종류별로 열분해유로 분해되는 효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PVC나 OTHER는 분해 효율이 다른 플라스틱의 절반 수준이다. 현재 SK피아이씨글로벌의 열분해유 기술을 사용하면 PVC나 OTHER도 다른 플라스틱과 비슷한 수준으로 분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SKC의 열분해유 공장이 완공되면 매해 6만t의 폐비닐, 폐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가공할 수 있다. 가공이 끝나면 3만5000t의 열분해유가 남는다. SKC 관계자는 “당장은 연료로만 쓰이지만 향후에는 불순물 제거 수준을 높여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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