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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웅래 의원 “중대재해법 원안보다 후퇴…노동가치 존중 계기”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노웅래 의원 “중대재해법 원안보다 후퇴…노동가치 존중 계기”

  • ●노동자 사망하면 경영책임자 1년 이상 징역… 8일 중대재해법 통과
    ●“이윤보다 생명과 안전이 먼저”
    ●“일하다 죽는 것은 기업 살인 행위”
    ●“한달 사이 5명, 5년간 41명 사망 포스코 중대재해법 첫 대상 될 수도”
    ●“호주 산업살인법, 사망사고에 최고 25년형”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서울 마포갑)은 중대재해법 국회 통과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사회인식이 개선되기를 기대했다. [조영철 기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서울 마포갑)은 중대재해법 국회 통과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사회인식이 개선되기를 기대했다. [조영철 기자]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이 더는 없어야 합니다. 이윤보다 생명과 안전이 먼저인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서울 마포갑)은 1월 8일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안전에 대한 사회인식이 개선되기를 바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상임위원회 소속이기도 한 노 최고위원은 “원안과 정부안보다 처벌 수위가 낮아졌지만 사망 산업재해(이하 산재) 사고의 경우 안전 의무 조치를 미흡하게 한 경영책임자(대표이사 또는 안전관리이사)를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는 등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노동 존중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중대재해법은 적용 대상과 처벌 강도, 유예 기간 등 여러 쟁점을 두고 재계와 노동계가 팽팽하게 대립해왔다. 결국 12월말 정부안을 토대로 여야가 법안 심사에 돌입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재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조금씩 받아들이다 보니 양쪽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누더기법’이 되고 말았다. 핵심 내용은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1명이라도 사망하거나 2명 이상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날 경우 기업이나 원청 회사의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경영책임자에는 중앙행정기관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장도 포함된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원안에서 크게 후퇴했고, 정부가 제시한 ‘2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10억원 벌금’ 조항도 법안 심사 과정에서 ‘징역 1년 이상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바뀌었다. 다만 징역과 벌금을 함께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법인이나 기관에 대한 벌금은 50억 원 이하이며,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법인은 최대 5배 이하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공무원 및 학교, 상시 근로자수 5인 미만 사업장, 상시 근로자 10인 이하 소상공인, 점포 규모가 1000㎡ 미만인 자영업자 등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 적용이 유예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원청업체가 법 적용 대상일 경우에는 원청업체 경영 책임자가 처벌받는다. 법의 명칭은 원안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었지만 ‘기업’이 빠졌다. 이는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하기 위해서다.




노동자 사망하면 경영책임자 징역 1년 이상

고(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가 1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고(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가 1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중대재해법 제정의 가장 큰 의의는 무엇인가. 

“2019년 국내 산재사망자는 2020명이었고, 산재를 당한 노동자가 10만9242명이었다. 최소한의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다가 죽은 사람이 너무 많았다.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은 처벌 수위가 낮아 재범률이 무려 97%나 됐다. 기존의 법체계와 양형 기준을 뛰어넘어서라도 엄정한 처벌로 재발률을 낮춰야 했다. 중대재해법으로 그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재계의 반발이 크다. 기업 경영 환경이 너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안전의무를 고의로 위반하라고 하는 사업주는 없을 것이다. 재계의 반발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같은 산재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 같은 시민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를 크게 줄여야 한다.”

-국회 본관 앞에서 김용균 씨 어머니 등이 단식농성을 하면서 정의당과 함께 경영책임자·공무원·원청 처벌,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추정 등을 담은 원안 처리를 주장했다. 

“경영자나 노동자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만족하는 법은 나오기 어렵다. 예컨대 이 법에서 처벌 대상자를 어디까지로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양쪽을 다 감안해야 했다. 우리나라 기업 비율을 보면 99.9%가 중소기업(기업 종사자는 83.1%)이다.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하다 보면 처벌을 요구하는 이도 우리 사회의 을이고, 처벌을 받아야 하는 이도 을이 될 수 있었다. 처음 논의됐던 원안 수준에서 보면 처벌 수위가 낮아졌지만, 분명히 사업주의 안전규정 위반을 처벌하는 규정 때문에 예방이나 억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영국의 중대재해처벌법도 실제로 처벌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고, 예방과 억지 효과가 더 컸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기업의 경영책임자들도 안전의무를 철저하게 점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영국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 횟수가 적은 것은 그만큼 법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 

“일하다 죽는 것은 기업의 살인행위다. 제일 억울한 게 일하다 죽는 것 아닌가. 중대재해는 대부분 개인 실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예방과 관리 부실에 의한 기업범죄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산재 사망사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도 안전의무를 확실하게 해둘 필요가 있다.”


5년간 41명 사망 포스코 중대재해법 첫 대상 될 수도

-2020년 산재 사망자 185명에 대한 벌금 평균액이 518만원에 불과하다는 경향신문 보도가 있었다. 산재 사고에 대한 ‘비용’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예컨대 지난 5년간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10명의 노동자가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는 동안 포항제철소장은 단 한 차례 벌금 1000만원형을 받았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대한민국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만들고 대한민국을 산재왕국으로 만들었다. 잘못이 있다면 벌금도 내고 징역형도 받아야 한다. 다만 최대 10억원의 벌금이 기업 규모에 따라 무겁거나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으므로 앞으로 매출 규모에 따라 벌금액을 산정하는 방법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12월말 포스코 포항제철소 노동자의 추락 사망 사고 현장에 갔을 때 무엇을 느꼈나. 

“사고가 난 뒤 포스코에 가서 보니 기본 안전수칙이 무시되고,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 같았다. 사고가 일어난 현장에는 안전 감독자도 없었고. 2인 1조 근무도 아니었다. 집진기 등 위험시설에서 작업할 때는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데, 철가루가 초속 18m로 불고 내부에서 100도의 열기가 나오는 곳에 노동자가 떨어졌음에도 집진기는 계속 가동됐다. 

포스코는 언론 취재도 막았다. 세계 최고 철강회사였고 국민기업이라는 옛 명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지금은 단기 성과에만 급급하고 있지 않은가. 지난해 2분기엔 적자를 내고 직원 임금을 동결했지만, 경영진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포스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이제 대주주 의결권 행사를 해서 최정우 회장의 경영에 대해, 안전을 무시하고 노동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것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최정우 회장은 신년사에서 “재해없는 행복한 삶의 터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3년 전 취임할 때 1조3000억원을 안전시설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그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신년사 내용을 믿으라는 것인가. 현재 직업병으로 산재를 신청한 이들도 11명이나 있고, 12월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조사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법안은 공포 1년 후 시행되지만 이대로라면 중대재해법의 첫 번째 대상이 포스코가 될 수도 있다.”

-다른 기업 가운데 우려스러운 곳은 어디인가. 

“한국서부발전의 태안화력발전소에도 가 봤다.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한 현장에서도 작업할 때 안전감독관이 없었고, 2인1조 근무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작업 환경도 어두웠다. 포스코 현장과 큰 차이가 없었다.”

고용노동부는 2004년 이후 해마다 연말에 발표해오던 산재 ‘위험사업장’ 명단을 2020년에는 발표하지 않았다. 2018년 산재 현황을 취합해 2019년 말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 중 연간 재해율이 같은 업종의 평균보다 높은 곳이 671개소에 달했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업 사업장이 382개였고, 금호타이어, 현대제철 당진공장, KCC 여주공장 등 제조업 사업장도 169곳이었다. 연간 사망자가 2명 이상인 곳은 현대중공업, 포스코, TCC한진, 코레일, 현대엔지니어링 등 20곳이었다.


호주 산업살인법, 사망사고에 최고 25년형

-중대재해와 관련해 해외 선진국에선 어느 정도의 법이 마련돼 있는가. 

“해외 선진국에선 우리와 달리 사람 중심 문화가 정착돼 있다. 그것이 우리와 가장 큰 차이다. 일하는 공간이라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기본 인식이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선 단기성과에 치중하고, 사고가 나도 처벌되지 않으니까 안전시설에 투자하는 것보다 얼마 되지 않는 범칙금 내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미국엔 기업을 처벌하는 특별법은 없지만 산업안전보호법에 따른 처벌 강도나 수위가 높다. 2016년 미국 앨라배마주에 있는 현대기아차의 하청 업체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은 원청에 책임을 물어 현대기아차에 벌금 30억원을 부과했다. 호주는 캔버라주에서 2003년 산업살인법이 제정됐고, 벌금 최고액은 약 60억원에 징역은 25년형으로 처벌 강도가 매우 높다.”

-재계에선 처벌 강화보다는 산재 예방 시스템을 만들고 현장 관행을 개선해나가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도 한다.

“국가단위에서 안전과 재해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보다 그 전에 사회 전체가 안전과 재해를 예방하는 기본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여러 산재뿐 아니라 세월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등의 시민재해를 많이 겪었음에도 그 인식이 매우 낮다. 사람과 노동에 대한 존중이 아직도 부족한 것이다. 법도 법이지만, 법 제정을 계기로 생명과 노동, 안전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신동아 202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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