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호

코로나 1년…사회적 약자부터 스러졌다

[한눈에 보는 ‘코로나 1년’ ①] 그 결정적 순간 5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1-01-20 11: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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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20일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 2월 18일 대구 31번 환자 확인

    • 5월 6일 이태원클럽 등 일상생활 공간 전파

    • 8월 12일 종교시설, 대중집회發 감염 확산

    • 11월 13일 겨울 재앙의 시작

    지난해 1월 20일, 중국 우한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30대 중국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다. 이후 1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1300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이중 절대 다수는 요양병원‧요양원 등에서 생활하던 노인이다. 

    1월 18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절반 이상(52.4%, 662명)이 시설 및 병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요양병원 내 코로나19 전파로 인한 사망자가 318명(25.2%)으로 가장 많고, 요양원발(發) 감염 사망자도 163명(12.9%)에 이른다. 천은미 이화여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보통 사망에 이르지 않는 병”이라며 “코로나19 사망자가 요양시설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건 취약계층 보호에 한계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1월 이후 코로나19 사망자 급증

    지난 1년 간, 한국은 코로나19로 세 차례 큰 위기를 겪었다. 지난해 2월, 8월, 그리고 11월 각각 ‘대유행’이 발생했다. 올 초까지 이어진 ‘3차 유행’ 파고는 최근 다소 잠잠해진 상태다. 12월 25일 1241명에 이르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월 20일 404명으로 줄었다. 

    문제는 사망자 수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첫 발생 후 지난해 11월 말까지 316일 동안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526명으로 ‘틀어막았다’. 하루 평균 1.66명꼴이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하루 최대 909명씩 발생한 지난해 2~3월에도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하루 10명을 넘어선 적이 없다. 코로나19가 60대 이상 고령자를 중심으로 확산한 8월 2차 유행 때도 마찬가지였다. 

    11월 시작된 3차 유행은 이러한 ‘K방역 성공 신화’에 상처를 남겼다. 12월 15일 하루에 13명이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나며 사상 처음 두 자릿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후 1월 중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10명 이상이 코로나19로 눈을 감고 있다. 12월 한 달 간 누적 사망자 수는 481명으로, 그 전 11개월 동안 발생한 전체 사망자의 90%를 초과했다. 1월에도 첫째 주(1.3~9) 158명, 둘째 주(1.10~16) 136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 과정에서 누적된 병상 및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폭발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겨울철 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 바이러스 힘이 강해진다. 또 사람들이 추위를 피해 실내에 모여들면 밀폐 밀집 밀접 환경을 타고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할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정작 의료진은 2월 이후 쉼 없이 이어진 코로나19 비상 대응으로 힘이 빠진 상태였다. 수많은 전문가가 정부를 향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는데, 정작 정부는 코로나19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뒤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예방할 수 있던 많은 죽음을 막지 못해 안타깝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얘기다. 


    정부가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에 남아있던 확진자를 전원하기로 발표한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해당 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에 남아있던 확진자를 전원하기로 발표한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해당 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스1]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검사(Test)→추적(Trace)→치료(Treat)로 이어지는 이른바 ‘3T’ 시스템을 재빨리 구축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우리 국민 10만 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1.5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뉴질랜드(0.52명)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K방역 성과는 분명 찬사를 받을 만하다. 

    반면 최근에는 많은 이가 예견한 코로나19 3차 유행을 막지 못하고, 코로나19 백신 확보 속도에서도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역정책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영국을 시작으로 세계 40개 이상 나라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우리나라에는 빨라야 2월 말 백신이 도입될 전망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1년 간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분기점이 될 만한 5개의 날짜를 기준으로 돌아봤다.

    시점 1.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지난해 2월 10일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 붙어 있던 코로나19 관련 안내문.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 20일부터 2월 중순까지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대부분 중국을 거쳐온 입국자였다. [뉴스1]

    지난해 2월 10일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 붙어 있던 코로나19 관련 안내문.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 20일부터 2월 중순까지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대부분 중국을 거쳐온 입국자였다. [뉴스1]

    2019년 12월 31일 중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 미상 폐렴 환자가 27명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는 지난해 1월 3일 ‘우한시 원인불명 폐렴 대책반’을 만들고 24시간 코로나19 감시 및 대응체계를 가동했다. 1월 20일 중국 우한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인 여성이 코로나19로 확진되자 즉각 감염병 위기 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일주일 뒤 27일 국내 환자가 4명으로 늘어나면서 위기 경보는 ‘경계’로 올라갔다. 이후 2월 중순까지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큰 무리 없이 통제됐다. 1월20일부터 2월17일까지 약 한 달 간 발생한 코로나19 환자는 30명으로, 이 가운데 17명(56.7%)이 해외 입국자였다.

    시점 2. 2월 18일 대구경북발 1차 유행의 서막

    지난해 5월 6일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격리병동 근무를 마친 의료진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뉴스1]

    지난해 5월 6일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격리병동 근무를 마친 의료진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뉴스1]

    지난해 2월 18일 대구에서 해외 여행을 다녀온 적 없는 60대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 국내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이 여성이 전부였다. ‘철통 방역’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 바로 그날,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이 여성이 신천지예수회(신천지) 대구교회를 수차례 방문한 사실이 드러났고, 그가 접촉한 사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22일 오전 9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90명으로 사상 처음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같은 달 29일에는 909명까지 치솟았다. 갑작스레 덮친 감염병 위기에서 한국을 구한 건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첫째로 움직인 건 전국 각지의 수많은 의료인이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앞다퉈 대구·경북으로 달려갔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6월 1일 기준으로 방역 최전선에 뛰어든 자원봉사자가 의사(1790명), 간호사·간호조무사(1563명), 임상병리사 등 기타 인력(466명) 포함 3819명에 이른다. 이들은 미증유 감염병 최전선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시민들도 마스크 착용, 위생수칙 준수 등으로 코로나19 추가 확산을 막았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4월 6일 47명을 기록하며 1차 유행 후 처음 50명 아래로 떨어졌고, 4월 19일엔 8명으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어 4월 30일, 5월 2일, 5월 4일, 5월 5일 네 차례 연달아 지역 발생자가 ‘0명’으로 확인됐다. 세계 각국이 K방역에 찬사를 보낸 게 바로 이때다. 정부는 5월 6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하고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시점 3. 5월 6일 지역별 산발 감염 확산

    지난해 5월 18일 ‘이태원클럽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용산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지난해 5월 18일 ‘이태원클럽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용산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생활 속 거리두기’ 시행 첫날인 지난해 5월 6일, 국내 코로나19 지역 발생 인원은 0명이었다. 많은 이가 코로나19 철통 방역을 자신하던 때다. 그러나 이 믿음이 허울에 불과했음이 이튿날 바로 드러났다. 7일 20대 남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그가 4월 30일 부처님오신날부터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이어진 6일 연휴 기간 동안 서울, 용인 등 수도권과 강원도 곳곳을 돌아다닌 점이다. 이 남성은 클럽과 주점을 수차례 방문하며 다수와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했다. 이른바 ‘이태원클럽發 집단감염’이다. 이 여파로 전국 65개 시군구에서 총 27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어 경기 부천 쿠팡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도 24개 시군구로 퍼지며 147명의 확진자를 낳았다. 6월에는 서울 관악구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에서 또 다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이러한 수도권 중심의 소규모‧산발적 집단 감염이 여름까지 이어졌다.

    시점 4. 8월 12일. 종교시설‧집회 중심 2차 유행

    지난해 8월 19일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서울 성북구 한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자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19일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서울 성북구 한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자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들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하루 20~40명 사이를 오갔다. 이 ‘안정기’를 뒤흔든 사건이 발생한 건 8월 12일. 이날 신규 확진자 가운데 1명이 서울 사랑제일교회 신도로 확인됐다. 이튿날 이 교회 관련 확진자 수는 13명으로 늘었고, 14일에는 43명이 됐다. 이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교회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8월 15일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대형 집회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렸다. 전문가들은 이때를 코로나19 2차 유행의 시작으로 본다. 8월 11일 34명에 불과하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8월 16일 279명을 거쳐 8월 27일 441명까지 치솟았다. 대구발 1차 유행이 끝난 뒤 사상 최고치로, 이때가 2차 유행의 정점이었다. 

    지난해 9월 들어 코로나19 신규 발생이 100명 안팎으로 억제되자 방역당국은 “사회적 피로도 등을 감안해 9월 14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10월 12일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하향했다.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는 “어느덧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어 이달 중순부터는 단풍이 절정에 이를 전망”이라며 “단풍을 즐기실 때는 사람 간 접촉을 삼가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시점 5. 11월 13일 요양시설 중심 사망자 폭증

    1월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재소자가 '무능한 법무부,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창살 너머로 꺼내 보이고 있다. [뉴스1]

    1월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재소자가 '무능한 법무부,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창살 너머로 꺼내 보이고 있다. [뉴스1]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선포 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서서히 늘었다. 전문가들은 북반구 겨울을 맞아 코로나19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고 보고 방역 대책 강화, 병상 확보 및 의료인력 충원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하는 것 외에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지난해 11월 13일은 ‘여름과 다를 바 없는 겨울 방역’의 한계가 드러난 분기점이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91명으로, 전날보다 48명 늘었다. 불과 닷새 후인 지난해 11월 18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313명 발생했다. 이때부터 코로나19는 특정 집단 내 감염을 넘어 일상 감염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가족 구성원 간 코로나19 전파가 급증했고, 전국 각지 요양시설과 동부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도 코로나19가 빠르게 번져나갔다. 일선 병원에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여유 병상이 없자 방역당국은 환자 발생 시설 전체를 동일집단격리(코호트격리)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 유행에 맞서려 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가 폭증했다.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동일집단 격리된 요양병원 14개에서 확진자 996명, 사망자 99명이 발생했다. 요양시설 상당수가 과밀 환경인데다, 환자 대부분이 기저질환이 있어 피해가 더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월 이후 본격화한 3차 유행은 12월 25일 확진자 1241명 발생을 정점으로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1년인 1월 20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0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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