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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싸가지 없는 정치, 시장의 속성, 우한일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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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싸가지 없는 정치, 시장의 속성, 우한일기 外

싸가지 없는 정치
文 정권의 ‘맹목적 오만’을저격하다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412쪽, 
1만8000원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412쪽, 1만8000원

사적인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언론사 입사 전 대학원에 다녔다. 석사학위 논문으로 ‘미디어 권력과 지식인의 상징투쟁: 강준만의 경우(1989~2005)’를 썼다. 1989년은 강준만이 교수로 부임한 해다. 2005년은 그가 만든 저널-룩(jouralism+look) ‘인물과 사상’이 33호를 끝으로 종간한 해다. 논객 강준만(전북대 교수)이 가장 뜨겁게 싸운 시기다. 

강준만은 실명 비판과 전투적 글쓰기로 시대를 풍미했다. ‘김대중 죽이기’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등 화제작으로 ‘킹메이커’라는 별칭도 얻었다. 노정태는 2014년 출간한 ‘논객시대’에서 아예 “태초에 강준만이 있었다”라고 썼다. 

어느 사이엔가 강준만이 달라졌다. 2014년에는 “과잉 정치화를 벗어난 비무장지대를 넓게 확보하자”고도 주장했다. “무기 상인이 평화운동가가 되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이상한 느낌”(노정태)이었다. 논문의 맺음말에 기자는 이렇게 썼다. 

“지식인이 위선과 기만 속에 숨지 말고 차라리 당파성을 내보이라 채근하던 강준만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정치 축소’를 주장한다. 과도한 인물 중심주의도 넘어서야 한다고 목소리 높인다. 민생의 본질과 거리가 먼 문제로 분열을 극대화해서도 안 된다고 한다. 놀라운 변화다. 엄밀히 말하면 강준만이 천착하던 ‘조선일보 문제’도 당장의 민생과는 거리가 있는 문제였다. 인물을 중심으로 정치를 읽어내는 책을 쓰던 이는 강준만 자신이었다.” 

그런 그가 전사로 돌아왔다. 그는 ‘싸가지 없는 정치’ 서문에 “내 나이 이제 60대 중반에 이르렀지만, 25년 전의 나, 39세 젊음의 열정을 다시 소환해 ‘정말 나라가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나름 비장한 각오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이 그의 피를 끓게 만들었다. 실명 비판의 수위는 십수 년 전 강준만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는 “놀랍고도 흥미로운 사실은 문재인 정권이 절차적 정당성에 둔감한 정도를 넘어 그걸 아예 무시해도 괜찮다는 생각에 중독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썼다. 또 “문재인이 말한 협치는 사전적 의미의 협치가 아니라 야당이 ‘다수결의 독재’에 순응하는 자세로 협조하라는 요구였을 뿐”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문재인은 어떤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을 한사코 감싸고도는 ‘의리’가 투철한 편”이라고 했다. 

문 정부가 시행한 ‘임대차 3법’을 두고는 “정부는 대학 학생회가 아니다. 아니 학생회라도 디테일을 소홀히 해 일을 그르치면 큰 욕을 먹는 게 당연하다”면서 “자신들이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맹목적 오만”이라고 썼다. 이해찬, 유시민, 김어준, 추미애, 임은정, 탁현민 등 권력층 곳곳에 자리한 ‘문제적 인물’들에 대한 비평도 탁월하다. 어느덧 저물어가는 문재인 시대에 대한 흥미로운 보고서다.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기로에 선 북핵
21세기평화연구소 지음, 화정평화재단, 372쪽, 1만9000원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트럼프 때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이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담은 책이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은 바이든이 트럼프가 선호한 ‘톱다운 접근 방식’을 버리고 상향식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바이든이 ‘포괄적 해법’보다 ‘단계적 접근법’을 구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설탕 없는 과자 굽기
오세정 지음, 팬앤펜, 136쪽, 1만4800원
저자는 설탕을 넣지 않고 칼로리 낮은 재료로 제품을 만드는 과자점 ‘설탕없는 과자공장’ 대표다. 자신을 임신한 후 당뇨병을 앓게 된 어머니를 위해 설탕 없이도 달콤한 맛을 내는 과자 만드는 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그는 당뇨나 알레르기 질환자, 소화 장애를 가진 사람, 체중 감량을 원하는 사람 등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건강하고 맛있는 과자 레시피를 소개한다.


시장의 속성
경제이론으로 본 급변 시장 속 ‘호갱’ 안 되는 법

레이 피스먼·티머시 설리번 지음, 김홍식 옮김, 부키, 352쪽

레이 피스먼·티머시 설리번 지음, 김홍식 옮김, 부키, 352쪽

카카오택시가 나오기 전, 택시기사는 어디 있을지 모르는 고객을 찾아 거리를 배회했다. 승객은 차가 설 때까지 추운 거리에서 손을 흔들었다. 플랫폼인 카카오택시는 지친 승객(수요)과 기사(공급)를 짝지어 준다. 별점 평가를 통해 서비스 질을 관리하고 승차 거부를 차단한다. 거래가 성사되는 시장을 만들고 관리감독을 통해 효율을 높인다. 

‘시장의 속성’ 저자들은 이러한 플랫폼 시장이 가져다주는 효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기업가의 권력남용 가능성에 대해 경고한다. 플랫폼 시장은 존재만으로 돈을 번다. 독과점 시장이 만들어지기도 쉽다. 기업가로서는 이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규칙을 바꾸고 싶은 유혹을 느낄 공산이 크다. 예시로 든 카카오택시도 무료 서비스로 시작해 콜택시 경쟁자를 밀어낸 뒤 유료 서비스를 계속 출시하고 있다. 자사 가맹 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저자들은 최근 계속 생겨나는 새로운 시장의 효율을 이용자가 고루 누리려면 구성원들이 이 시장의 뼈대가 되는 경제이론을 알고 시장의 행동 논리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201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장 티롤이 쓴 ‘산업조직론’을 읽으면 카카오택시 같은 플랫폼 시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소개한다. 

이 책 저자 가운데 한 명인 레이 피스먼은 미국 보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로, 세계적인 행동경제학자다.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패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다. 또 다른 저자 티머시 설리번은 미국 캘리포니아대 출판부 상임이사로,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편집장을 지냈다. 설리번은 커리어 대부분을 학계와 대중의 원활한 소통을 돕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보냈다. 

책에 아쉬운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조지 애컬로프의 ‘레몬 시장’ 이론을 ‘빛 좋은 개살구 시장’ 이론으로 번역한 것이다. 레몬은 겉보기엔 예쁘지만 맛이 시큼해 먹기 힘든 과일이다. 애컬로프는 이 속성을 차용해, 소비자가 직접 사용해 보기 전에는 제품 품질을 알기 어려워 불량품이 널리 유통되는 시장을 레몬 시장이라고 불렀다. 중고차 시장이 대표적인 레몬 시장이다. 이 용어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사용된다. 그런데 역자가 이 말을 빛 좋은 개살구 시장으로 바꿔 오히려 혼동을 주지 않았나 싶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현명한 투자자라면 알아야 할 시장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이 책 홍보 문구다. ‘시장의 속성’은 복잡한 시장을 이해하려 한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저자들은 독자가 날마다 변화하는 시장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해 시장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돕고자 이 책을 썼다. ‘개인의 자산 증식을 위한 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홍보 문구는 저자들의 의도와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비영리단체의 바람직한 운영 원칙
인디펜던트 섹터 지음, 배원기 옮김, 동아일보사, 252쪽, 1만6000원
비영리단체들이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윤리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 미국에서 대학 교재로 사용될 만큼 명망을 얻은 책의 번역본이다. 저자는 회원기관이 550여 개에 이르는 미국의 대표적 비영리단체 연합조직체다. 한국어판에는 우리나라 비영리단체 지배구조에 대한 논문 등을 추가했다.


달리기의 과학
크리스 네이피어 지음, 김호정 옮김, 사이언스북스, 224쪽, 1만9900원
‘당신의 달리기를 완성하는 해부학과 생리학의 원리’라는 부제가 붙은 책. 저자는 초보자부터 전문 선수까지 많은 달리기 애호가를 담당한 물리 치료사다. 이 책에서 사람들이 왜 부상을 당하는지 소개하고, 가장 잘 회복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우리 몸이 달리기라는 운동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등을 정교한 인체 이미지와 함께 소개한 점도 인상적이다.



우한일기
코로나 창궐한 중국 우한 ‘73일 봉쇄’의 기록

팡팡 지음, 조유리 옮김, 문학동네, 444쪽, 
1만6500원

팡팡 지음, 조유리 옮김, 문학동네, 444쪽, 1만6500원

“우한은 현재 재난을 겪고 있다. (중략) 재난이란, 당신의 집에서 한 명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며칠 혹은 보름 안에 전부 사망하는 것이다. 재난이란, 당신이 아픈 몸을 끌고서 춥고 비가 내리는 날 사방을 뛰어다니며 자신을 받아줄 병상 하나를 찾아다녀도 끝내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재난이란, 새벽부터 병원에서 줄을 서고 번호표를 받아도 다음 날 새벽에야 진료 순서가 되거나 혹은 순서가 여전히 오지 않아 길바닥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것이다.” 

지난해 2월 16일 중국 작가 팡팡이 쓴 일기의 한 부분이다. 중국 정부는 1월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목표로 후베이성 우한시를 봉쇄했다. 우한에서 60년 넘게 살아온 팡팡은 이 결정으로 900만 명에 이르는 다른 우한시민과 함께 감염병이 창궐한 도시에 갇혀버렸다. 그는 외부와의 교류가 끊긴 상태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이웃들의 죽음 소식을 들으며 공포와 슬픔, 방역 당국의 무능에 대한 분노로 몸을 떤다. 공개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 건 이 때문이다. 팡팡은 날마다 자신이 경험하거나 보고 들은 코로나19 관련 내용을 기록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우한일기’는 이 글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 

팡팡은 중국 최고 권위 루쉰문학상을 받은 저명 작가다. 그의 간결하면서도 유려한 문장은 당시 우한의 실상을 선연히 보여준다. 지난해 2월 15일, 팡팡이 중학교 동창의 죽음 소식을 접하고 쓴 일기엔 이런 대목이 있다. 

“친구는 명절에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시장에 두 번 나갔다가 불행히도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말았다. 어렵게 병원에 입원했고, 회복이 잘 되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오늘 나의 중학교 동창들은 그녀를 생각하며 울었다. 늘 나라의 번영을 예찬하는 노래를 부르던 동창들마저도 이번에는 ‘이 나쁜 놈들 다 총살시키지 않으면 인민들의 분노가 풀리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다.” 

팡팡의 이런 기록은 SNS에서 수시로 삭제됐다. 때로는 계정 접속 자체가 막히기도 했다. 하지만 팡팡은 굴하지 않았다. 2월 8일자 일기를 통해 “하나를 쓰면 하나가 삭제될지라도 나는 쓸 테다”라고 선언한 뒤 후배 SNS 계정으로 우회하는 등 온갖 방식을 동원해 기록을 이어갔다. ‘진실’을 갈망하는 수많은 중국 누리꾼도 팡팡을 도왔다. 그 덕에 ‘우한일기’는 중국 정부가 우한 봉쇄 해제를 발표한 3월 24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발표될 수 있었다. 

팡팡의 기록이 내내 비극적인 것만은 아니다. 팡팡은 죽음이 드리워진 우한에서 위험을 무릅쓴 채 서로를 돕는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도 전했다. 그는 우한의 진실을 세상에 알린 공로로 지난해 영국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책은 중국에서 끝내 출간되지 못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독일 스페인 영국 등 세계 15개국에서 독자를 만나게 됐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바이든 플랜
이승원 지음, 메디치미디어, 276쪽, 1만6000원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동북아 정세를 전망한 책. 저자는 기자 출신으로 2000년대 초반 2차 북핵 위기 당시 6자회담을 현장에서 취재했다. 미국 워싱턴대(잭슨스쿨)와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미관계 등을 공부하기도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 책을 “미국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 변화 방향과 내용을 예측해 보는 데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초희
류서재 지음, 파소출판사, 448쪽, 1만5000원
조선 중기 문장가 집안에서 태어나 8세에 광한전백옥루상량문을 지을 정도로 글쓰기에 재능을 보인 난설헌 허초희의 삶을 조명한 장편 소설. 허균의 누이로도 유명한 허난설헌은 결혼 후 시집살이 속에서 재능을 펼칠 기회를 잃었고, 27세에 요절하며 ‘내 시를 모두 불태우라’는 유언을 남겼다. 201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을 재출간한 책이다.



신동아 202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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