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우유 3잔 이상 마시면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 스웨덴 웁살라대 카를 마이클슨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다. 완전식품의 대명사이자 칼슘의 보고(寶庫)로 알려진 우유는 때 이른 죽음의 원인이 되는 악당으로 변신했다. 그동안 우유에 대해 일부 사람이 의구심을 가졌던 건 사실이지만, 우유가 되레 조기 사망의 위험을 높인다니 올해의 음식 관련 뉴스 중 가장 충격적이다. 게다가 우유를 많이 마시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엉덩이 골절이 더 많이 발생한다니, 이게 사실이라면 우유는 정말 악당 중 악당이다.
우유가 사람 잡는다?
그러나 음식과 관련한 이러한 뉴스엔 숨은 문제가 있다. 먼저, 우리나라 언론의 보도가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반응이 과하다는 점이다. 이번 우유 논쟁도 그렇다. 스웨덴 연구팀은 아시아인의 경우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논문 내용 가운데 분명히 밝혔지만, 이에 대해 자세히 보도한 언론매체는 드물었다.
스웨덴 연구팀의 추측에 따르면 우유가 건강에 해로운 이유는 젖당(유당)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젖당이 분해되면 갈락토스라는 당분을 만들어내는데, 이 갈락토스가 염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3명은 애초에 젖당을 소화, 흡수할 수 없다. 젖당을 쪼개주는 효소가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우유를 마시면 속이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원인이 바로 젖당 때문이다.
반면 스웨덴 사람들은 대부분 젖당을 소화시킬 수 있다. 젖당을 소화시킬 수 있는 스웨덴에서야 이로 인한 문제가 있을지 추론해볼 수 있겠지만, 젖당을 소화시킬 수 없어서 그대로 내보내는 한국인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혈중으로 흡수될 수 없는 성분을 놓고 유해성을 논할 수는 없다. 애초 우리나라엔 적용하기 힘든 연구 결과였던 셈이다.
하지만 뉴스가 복잡해서는 대중의 시선을 끌기 어렵다. 음식에 대한 어떤 연구 결과라도 언론에 보도될 땐 단순하게 정리된다. 그리고 이 같은 지나친 단순화는 음식에 대해 범람하는 정보가 혼동을 일으키는 이유가 된다.
현실은 복잡하다. 음식에 대한 오해는 여기서 출발한다. ‘콜레스테롤’ 하면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유해한 이미지다. 혈관을 막아 심장병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치매의 원인으로 의심되기도 하는 성분이란 것이다. 하지만 실제 콜레스테롤은 두뇌 발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영양성분으로 모유에도 많이 들어 있고, 호르몬과 비타민D를 만드는 재료이기도 하다. 콜레스테롤은 인체에 필수불가결한 물질이므로 대부분 몸에서 스스로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대중매체의 보도는 단순화해 한쪽으로 치우치게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콜레스테롤이 건강에 나쁘다는 고정관념이 굳어진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 조사에서 참여자의 38%는 콜레스테롤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음식이 콜레스테롤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음식보다 더 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음식의 선악을 가르는 이렇듯 단순화한 관념은 결국 음식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달걀은 억울하다
완전식품의 또 다른 대명사이던 달걀은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었다는 이유로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사람이 기피하는 음식이 됐다. 한 개에 무려 200mg이 넘는 콜레스테롤이 들었으니 달걀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전문가는 “달걀은 콜레스테롤이 많으니 적게 먹으라”고 충고했다.
1984년 3월 26일자 ‘타임(Time)’ 표지 기사는 대표적 사례다. 접시에 달걀과 베이컨으로 울상 짓는 얼굴을 그려 넣어 콜레스테롤의 유해성을 대중에 각인시켰다. 당시 특집 기사의 제목은 ‘Hold the eggs and butter(달걀과 버터는 빼라)’는 매우 과감한 내용이었다. “콜레스테롤은 치명적임이 입증됐으며 우리의 식생활은 이전과 같을 수 없으리라”는 예측도 함께 내놓았다. 잘못된 예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