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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 기자의 풍수와 권력

청와대는 天氣 명당 백악관·중난하이는 地氣 명당

  • 안영배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획위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

청와대는 天氣 명당 백악관·중난하이는 地氣 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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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택 풍수에서 가장이 어떤 곳에 사는지에 따라 집안의 명운(命運)이 좌우되듯 국가 경영에서도 통치자가 어떤 곳에 머무는지에 따라 국운(國運)이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과연 청와대는 다른 나라 최고 권력자들의 거주 공간과 비교할 때 얼마나 풍수 경쟁력을 갖췄을까.
풍수에서는 죽은 자의 집[음택(陰宅)] 못지않게 산 자의 집[양택(陽宅)]도 중요시한다. 중국의 유명한 고전 양택지리서 ‘황제택경’은 음택과 양택을 비교하면서 양택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정도다.

‘묘지가 흉하지만 집터가 길하면 자손이 관록(官祿)을 얻으며, 묘지가 길하지만 집터가 흉하면 자손의 식록(食祿)이 부족하게 된다. 묘지와 집터가 모두 길하면 자손이 영화로워지고, 묘지와 집터가 모두 흉하면 자손이 고향을 떠나거나 대가 끊기게 된다.’

음택과 양택이 모두 길하면 으뜸이겠으나, 비록 조상의 음택이 흉지라 하더라도 그 자손이 좋은 양택에서 살면 관에서 주는 밥은 먹고살 정도는 된다는 게 ‘황제택경’의 논리다. 조상과 자손이 유전자적 인연에 의해 서로 묶여 음택을 통해 기운을 주고받는다는 동기감응(同氣感應)의 영향력보다, 자손이 현재 사는 집에서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 터의 기운이 현실적으로 더 크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터의 기운을 살피고 이를 중요시한 전통은 매우 오래됐다. 신라 건국 초기에 석탈해(昔脫解·재위 57~80)가 토함산 위에서 땅을 살피다가 호공(弧公)이 사는 집터가 초승달 형국의 명당임을 알고 그곳을 빼앗아 살았는데, 그 땅이 옛 신라의 궁궐인 월성(月城)이었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실려 있다. 석탈해와 가야의 왕 자리를 놓고 다투었던 수로왕 역시 도읍 터를 정할 때 신답평(新畓坪)이라는 지역에서 이곳저곳을 살펴본 후 “이 땅이 여뀌잎처럼 협소하기는 하나 산천이 기이하게 빼어나니 16나한이 살 만한 곳이다. 하물며 1에서 3을 이루고 3에서 7을 이루매 칠성(七聖)이 살 곳으로도 적합하다”고 하면서 이곳을 도읍지로 개척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이처럼 삼국시대 초창기부터 전승돼온 ‘터 잡기’는 고려와 조선 왕조의 개국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이어졌고,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한국인의 심층의식에 굳건히 자리 잡았다.



왕조의 종묘사직(宗廟社稷)이 터를 잘 잡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는 국도(國都) 풍수론은 현대에 들어서서 한 국가의 운명은 그 최고 통치자가 정치를 펼치는 공간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 국운(國運) 풍수론으로도 연결된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한국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머무는 청와대는 국운 풍수상 어떠할까. 또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과 일본, 중국의 최고 통치자들이 머무는 공간과 비교할 때 얼마나 풍수 경쟁력을 지녔을까.

청와대는 天氣 명당 백악관·중난하이는 地氣 명당

청와대는 북악산을 뒤로하고 본관(가운데)을 중심으로 좌우에 별관이 배치돼 있다.

청와대 터 둘러싼 풍수 논쟁

우리나라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그곳의 주인이 되길 꿈꾸는 청와대부터 살펴보자. 청와대 터에 대해 풍수적 시각으로 문제점을 공식 제기한 이는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가 처음이다.

필자는 10여 년 전 ‘신동아’(2000년 3월호)에 풍수학자인 최창조·김두규 교수를 초청해 풍수 대담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최 전 교수는 “경복궁 북쪽 문인 신무문과 청와대 정문 사이에 난 도로를 경계로 하여 그 아래는 사람들의 거주처가 되고 그 위쪽은 신령(神靈)의 강림지가 된다”면서 신적 권위가 부여되는 청와대 터는 산 사람이 사는 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두규 우석대 교수 역시 일제강점기 청와대의 전신인 조선총독부 관저(舊 본관)에 살던 일본인 총독들의 말로가 좋지 않았고, 광복 이후 그곳에 살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 또한 퇴임 후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 등을 들며 청와대 터의 문제점을 짚기도 했다.

이후 청와대 풍수 논쟁은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대통령 측근 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곤 했다. 모든 것이 청와대 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청와대 이전론까지 제기됐다. 최근엔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 청와대 이전을 아예 공약으로 내세운 대선 후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풍수를 업으로 삼은 지관들도 대체로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 산줄기가 골이 많이 져서 골육상잔의 운명을 피하기 어렵고, 산에 박혀 있는 바윗돌들이 살기(殺氣)가 강해 흉하다 △서북쪽 자하문 고갯길의 요처(凹處)에서 불어오는 골바람(북서풍)은 남향인 청와대 건물 처지에서 볼 때 황천살에 해당하므로 매우 불안한 형상이다 △주산인 북악산의 원줄기가 가회동 쪽으로 뻗어나가는 바람에 청와대는 배신당한 꼴이라는 점 등을 들어 청와대 흉지론 쪽에 무게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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