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박용인
“거기 앉아.”
둘이 다시 앉았을 때 한정철이 외면한 채 말했다.
“윤기철하고 정순미가 남자 하나하고 같이 있어. 셋이 움직인단 말이지.”
둘은 시선만 주었고 한정철의 말이 이어졌다.
“그 한 놈이 안내역인지 누구인지는 아직 확인이 안 됐어. 어제 셋이 택시로 2시 반쯤 둔화역 앞까지 갔다는 거야.”
“…”
“거기서 열차를 탄 것 같아.”
심호흡을 하고 난 한정철이 둘을 번갈아 보았다.
“당신들, 혹시, 그 한 명에 대해서 감이 잡히는 놈이 없나? 윤기철이 갑자기 중국에서 탈북자 안내역을 고용했을 리는 없고 말야. 사전에 미리 계획을 짠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드나?”
“실장님, 아니, 특보님.”
박도영이 한정철의 직함을 고쳐 불렀다. 헛기침을 하고 난 박도영이 한정철을 보았다. 한정철은 이른바 낙하산이다. 국정원 경력은 2년, 청와대 안보수석실에서 2년 반 근무했고, 그전에는 국방연구원에 3년, 그전에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2년 일했다. 처음 시작은 대학교 전임강사였다. 전임강사 시절 TV에 평론가로 여러 번 출연했다가 출세가도를 탄 셈이다. 박도영은 국정원 경력이 21년, 당년 48세, 한정철이 한 살 아래지만 두 계단이 높다.
“특보님, 그 정보를 어디서 받으셨습니까? 먼저 그것부터 말씀해주셔야….”
“아니, 그건 알 필요가 없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정철이 잘랐다. 얼굴을 굳힌 한정철이 박도영을 보았다.
“잘 알겠지만 실무팀에선 정치적인 상황을 모르는 게 나을 때가 많아. 이해하겠지?”
“아니, 실무에 도움이 되는 일은 알려주셔야 합니다.”
어깨를 편 박도영이 한정철을 똑바로 보았다. 이제 각오를 한 태도다.
“그것이 최고 책임자의 지시입니까? 도대체 실무 책임자인 제 업무 한계는 어디까지입니까?”
“아니, 이 사람이.”
눈을 치켜뜬 한정철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
“누굴 끌고 들어가려는 거야? 당신은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월권하지 말고!”
한정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