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김관용 경북도지사. 그는 한국을 원전 강국으로 만든 박 전 대통령처럼 경북을 한국 원자력의 메카로 만들고자 한다.
▼ 원전 등 원자력 관련 시설은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꼽힌다. 그런데도 ‘원자력 클러스터’를 유치하겠다고 한 이유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장기 과제가 먹을거리와 에너지의 확보다. 먹을거리도 에너지에 포함되니 에너지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가 미래 에너지원으로 거론되지만 아직 경제성을 갖추지 못했다. 이런 현실에서 환경을 덜 오염시키면서 경제성이 큰 게 원자력이다. 암반으로 형성된 경북 동해안에는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23기 중 거의 절반인 11기가 건설돼 가동되고 있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방폐장)도 있다.
한국은 비교적 일찍 원자력발전을 시작했기에 경북 동해안에는 원전만 짓고 원자력 연구와 안전에 관한 시설은 수도권 등지에 만들게 했는데, 이는 잘못된 정책이다. 원자력 연구와 안전에 관한 시설은 위험부담을 안고 원전을 가장 많이 지은 곳에 둬야 한다. 포목상이 많은 동대문시장 근처에 소방서를 지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입지조건을 따져 건설된 원전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는 없으니, 관련 시설을 원전 있는 곳으로 집중시켜야 한다. 이는 에너지를 확보하려고 애쓰는 국가에도, 원전의 안전을 보장받아 지역경제를 살리려 하는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다.”
▼ 경북에도 반핵 환경운동단체가 적지 않아 저항이 만만치 않을 텐데.
“꾸준히 설득했다. 경북을 원자력 전기 생산기지로만 둘 게 아니라 병원도 짓고 플랜트도 지어 앞으로 몇십 년 먹고살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다. 포항에 방사광가속기가 있고 경주에 양성자가속기를 짓는데(2018년 완공), 그것을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하자고 했다. 이들이 있으면 학교와 병원, 연구시설이 들어온다고 설명한 것이다. 이렇게 집중시키는 것이 클러스터다. 클러스터를 이뤄야 정부에 더 강력하게 안전을 요구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 강원도 삼척에서는 반핵을 주장한 후보가 시장이 됐다. 그리고 원전 유치 안건을 주민투표에 부쳐 84.97%가 반대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삼척과 경북 영덕은 자발적으로 신청해 신규 원전 후보지로 선정된 곳인데, 삼척 투표 결과에 영덕이 영향을 받진 않겠나.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했다. 원전 부지 결정은 국가 사무(事務)이다. 국가 사무는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선제적으로 알렸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었다. 원전을 유치하지 않으면 그 지역이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도 분명히 알렸어야 한다.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탓에 지역 여론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처했어야 한다. 우리도 영덕의 여론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해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자 삼척시는 별도로 선거관리기구를 만들어 선거인명부를 작성했다. 선관위가 했으면 만 20세가 넘은 그곳 주민을 모두 유권자로 등재했을 터인데, 이 기구는 투표를 하겠다고 한 사람만 등록했다. 원전 유치에 반대한 이는 적극 등록했지만, 찬성하는 이는 정부가 불법이라고 했으니 투표를 보이콧해 선거인명부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6·4 지방선거 때 삼척의 유권자 수는 6만1597명이었다. 원전 찬반투표 명부에 등록한 유권자는 이 숫자의 69%인 4만2488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67.9%인 2만8867명이 투표에 참가해, 2만8867명의 84.97%인 2만4531명이 원전 건설에 반대했다. 이 2만4531명은 6·4 지방선거 유권자의 39.8%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삼척 유권자의 39.8%만 원전 유치에 반대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 이런 수치를 보면 투표 결과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침묵하는 다수’가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그거다. 삼척에는 진지하게 고향 발전을 생각하는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 원전을 유치해 삼척을 발전시키려고 한 그들을 정부는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지역 발전을 생각하는 많은 이를 침묵하게 하니, 반대하는 사람들만 돋보인다. 그 지역 여론이 전부 반대인 것으로 비치게 했다. 경북에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설득하고 또 설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