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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배우자감 1위는 ‘열대메기男’ ‘손오공女’

은어, 신조어로 엿본 2014년 세밑 북한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北 배우자감 1위는 ‘열대메기男’ ‘손오공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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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돈을 따라 흐른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경제난에 시달리고 외부 사조 유입으로 성도덕이 해이해지면서 “어미 뱃속에 있는 년이나 숫처녀”란 말이 회자된다고 한다. 제대한 남자가 숫처녀를 찾으면 머저리 소리를 듣는다. 딸 가진 부모들은 “살기 바빠 자식 교양 못 시킨다”고 한탄한다. “말세다. 자본주의 사회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이 따라붙는다. 중학교 6학년(16세)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군 입대 신체검사 때 성행위를 경험한 학생이 60%가 넘는다.

김일성 집권 시기엔 혼전 성관계를 비사회주의 행태라면서 옳지 않은 것으로 여겼으나 1997년부터 역전(驛前)에 ‘밤꽃’(성매매 여성)이 등장했다. 성매매 여성이 보안원과 유착하는 예도 많다. 화대는 성매매를 직업으로 삼은 여성의 경우 북한 돈 5000~1만 원, 과부는 1만5000~3만 원, 미혼여성이나 미녀는 7만~8만 원이라고 한다. 주부가 성을 파는 것은 ‘군서방질’(남편 아닌 다른 서방을 본다는 뜻)이라고 한다.

성(性) 세태를 풍자한 은어로 ‘근심노동’이란 말이 있다. 유부남이 처녀와 성관계를 맺으면 임신, 결혼 요구 같은 근심거리가 생긴다는 뜻. ‘애국노동’은 남편 없이 외롭게 사는 과부와의 성관계가 사회 안정에 기여한다는 우스갯소리다. ‘금요노동’은 유부녀와의 은밀한 성관계를 의미한다. ‘강제노동’은 부부간 성관계를 뜻하는 은어. 불륜을 저지르면서 “강제노동보다는 애국노동, 금요노동이 제 맛”이라는 식으로 말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원하는 이상적 배우자는 과거의 ‘군당지도원’에서 최근엔 물고기 이름 비슷한 ‘열대메기’로 바뀌었다고 한다. 군당지도원은 ‘군’복무자, ‘당’원, ‘지’식인, ‘도’덕인, ‘돈(원)’이 있는 자를 가리킨다. 열대메기는 ‘여’자를 열렬히 사랑할 줄 알고, ‘대’학을 졸업하고, 당증을 ‘메’고 있으며, ‘기’술이 있는 남성을 뜻한다. 남성들은 ‘현대가재미’를 최고의 배우자로 꼽았으나 최근엔 ‘손오공’이 떠올랐다고 한다. 현대가재미는 ‘현’화(달러)가 많고, ‘대’학을 졸업하고, ‘가’풍이 좋고, ‘재’간이 많으며, 아름다운(‘美’) 여성을 가리킨다. 손오공은 ‘손’전화기(휴대전화)와 ‘오’토바이, 제대 후 대학 ‘공’부를 지원해줄 여성을 말한다.



결혼과 관련해 미모지상주의, 배금주의가 확산한다. “시집만 잘 가면 대학 세 곳 나온 것보다 낫다”는 말이 나돈다. 그래서 여대생, 주부가 ‘야매’로 성형수술 받는 게 유행처럼 번진다는 것. “결혼은 돈을 따라 흐른다”며 바뀐 세태를 풍자하기도 한다. 과거엔 배우자감의 집안, 토대(출신성분), 학력을 중시했으나 요즘은 돈이 으뜸이라는 것이다. 여성들은 장사를 하거나 외화벌이꾼 등 돈 잘 버는 직업, 당 간부, 보위부 보안원 등 뇌물 받는 직업을 선호한다고 한다.

‘왕도적 들어오는 날’

북한 남성의 군 복무 기간은 보병의 경우 10년이다. 특수병과는 13년. 젊은 여성들이 경제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제대 군인과의 결혼을 기피하면서 전역한 이들이 연상녀(이혼녀, 과부)와 결혼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비슷한 또래의 여성과 결혼해 구박받느니 차라리 연상녀와 결혼해 사랑받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는 것. 이처럼 이혼한 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물론 혼전 순결에 대한 편견도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인민보안부 8총국 51여단에서 여군 입대자를 선발할 때의 일이다. 엑스레이 촬영 때 지원자 7명 중 5명이 여성용 피임기구를 착용한 것이 드러났다. 군의관이 왜 착용했느냐고 물으니 여성들이 “그것도 안 하고 입대하는 경우가 있느냐”고 되레 반문했다고 한다. 일부 여군은 군관과 성을 매개로 유착해 돈 버는 보직을 얻는다고 한다.

아들이 장가가는 날은 ‘조국해방전쟁(6·25전쟁의 북한식 표현) 일어나는 날’, 딸이 시집가는 날은 ‘왕도적 들어오는 날’, 손자·손녀가 태어난 날은 ‘노농적위대 입대하는 날’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돈다. 시집 온 며느리 탓에 가족 간 불화가 일어나고, 시집간 딸이 없는 살림을 가져가며, 돈벌이 하는 며느리 대신 조부모가 손자 손녀 육아를 떠맡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북한에선 2005년부터 이혼율 폭등, 출산율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함경북도 경원의 경우 5000가구 중 1000가구가 법정이혼(소송이혼) 혹은 합의이혼했다. 경원군의 이혼 가구 수는 2006년 분기별 10건에서 최근엔 70~80건으로 증가했다. 2005년 이전만 해도 북한 당국은 “가정은 사회의 세포이며 이혼은 핵무기보다 더 위력적인 일심단결에 저해를 주는 위법행위”라고 여겼으나 2002년 이후 여성의 장마당 돈벌이를 공식으로 허용하고 여성 우위의 중국 문화가 유입되면서 여권 신장, 성도덕 해이가 함께 진행됐다.

북한은 출산율 저하를 막고자 2000년부터 △낙태수술 금지 △4자녀 이상 출산 여성 포상(매년 평양에서 개최하는 ‘모성 영웅 대회’ 참석) △3자녀 출산 여성에게 매월 현금 5000원 지급 등의 출산장려책을 실시하고 있으나 “먹고살기도 힘든 데 애는 낳아 뭐하나”라는 풍조가 확산하고 있다. 오히려 다자녀 가정을 가리켜 “미개하다, 고생해도 싸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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