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7일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들이 국내외 차량 6종이 허위로 연비를 표시했다며 소비자 1700여 명이 자동차 제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소송의 근거는 6월 26일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연비 사후관리 조사 결과 발표. 이날 국토부는 싼타페(현대), 코란도스포츠(쌍용)의 연비가 기준에 부적합하다고 발표했고, 산업부는 티구안(폴크스바겐), 미니쿠퍼컨트리맨(BMW), A4(아우디), 지프그랜드체로키(크라이슬러)의 연비가 부적합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현대차는 국토부에 과태료를 납부하고 싼타페 구매 고객에게 연비 차이에 대한 보상으로 개별 소비자당 현금 4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5개 업체는 여전히 정부 부처와 연비 과장 여부를 두고 다툰다. 법조계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소송 원고는 5000여 명으로 늘었다.
‘실주행 연비와 차이’ 광고
차량 연비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공인 연비는 뻥연비” “개별 차량 연비는 ‘로또’다” “새 차 살 때 ‘뽑기’를 잘 해야 오래 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특히 2012년 11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2010~2012년 미국 시장에서 팔린 현대·기아차 20개 차종 중 13개 차종의 연비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고 발표하면서 국산차 연비에 대한 소비자의 의문이 증폭됐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환경보호청 발표 직후 즉각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자발적 보상계획을 내놓았다. 그러자 국내 소비자들은 “외국 소비자에게는 ‘통 큰 배상’을 하면서 시장점유율이 더 높은 국내에서는 왜 배상을 안 하냐”고 비판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제재 여부를 판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국내 기준에는 연비 측정 시 차량 예열온도, 도로 조건 등 전제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현대·기아차가 자사에 유리한 조건에서 연비 측정을 한 것은 맞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위법성을 따질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는 현대·기아차만의 문제가 아니며, 외국산 자동차가 국내에서 연비를 발표할 때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듬해 1월, 재판부도 자동차 제조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2012년 이후 현대차 아반떼, 기아차 i30 등 현대·기아차를 구입한 소비자 3명이 제조회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모두 원고(소비자)가 패소한 것. 당시 재판부는 “현대·기아차는 해당 제품 광고에서 ‘본 연비는 표준모드에 의한 연비로서 도로상태, 운전방법, 차량적재 및 정비 상태 등에 따라 실주행 연비와 차이가 있다’고 명시했으므로 현대·기아차가 신의칙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당시 2건의 소송을 진행한 김웅 변호사(법무법인 예율)는 “재판부가 문제의 본질을 흐렸다”며 항소했다.
“‘표시연비’가 균일한 도로상태, 평균적 운전습관에서 나오는 거라면 ‘실주행 연비’는 특정한 도로에서 특정한 운전자가 특정 상태에서 운전한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것은 표시연비와 실주행 연비의 차이가 너무 커 컨디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표시연비가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볼 수밖에 때문이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우리가 ‘개인이 실주행했을 때 연비와 표시연비엔 차이가 있다’는 ‘초보적인 주장’을 한 것처럼 판결을 내렸다.”

싼타페(현대자동차·왼쪽)와 코란도스포츠(쌍용차·오른쪽)는 산업부 연비 사후관리 조사에서는 적합 판정을 받았으나 국토부는 부적합 판정을 내려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