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5일 파주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날리려는 이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주민 간의 충돌이 있었다.
우리 국민 중에 대북전단을 직접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내는 대북전단을 우리 국민이 받아볼 일은 거의 없다. 만약 한국인이 대북전단을 봤다면 대북전단이 아니라 대남전단이 되고 만다.
그동안 일반 국민은 대북전단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북한에 보내는 것인데, 대한민국 국민의 삶에 무슨 영향이 있을까’ 하고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10월 10일 대북전단이 실린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쏘고, 대북전단을 꼬투리 잡아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산시키자 국내 여론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특히 북한과 마주한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북전단으로 안보 불안이 조성돼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받는다며 예민하게 반응한다. 10월 25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는 대북전단을 보내려는 이들과 이들을 막으려는 지역 주민이 충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남북 경색을 불러온 대북전단이 남남갈등을 촉발한 것이다.
전단 날리기 비용 500만 원
여론이 나빠지자 11월 3일 대북전단 관련 단체 대표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지역민들의 안전과 바람 방향 등을 감안한 보다 효과적인 방법에 역점을 두고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자유북한운동연합,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 북한인민해방전선, 대북전단보내기 국민연합 등 5개 단체가 참여했다. 그 밖에 공개를 원치 않는 4개의 탈북민 그룹과 대북선교단체가 있다고 한다.
대북전단 살포 단체 중 ‘북한 인권 개선’을 내세운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은 통일부 허가법인으로 등록돼 있고, 나머지는 임의단체다. 통일부에 등록하면 통일 관련 민간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참가할 때 유리한 면이 있다. 정부와 관련됐다는 점에서 공신력도 생긴다. 자금 지원을 받는다는 얘기도 돌았으나 통일부 관계자는 이를 부인했다.
대북전단을 북한에 보내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은 “풍선 하나를 북한에 날려 보내려면 평균 12만 원이 든다”고 말했고,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대북전단 날리기 행사를 한 번 하는데 500만~600만 원이 소요된다”고 했다. 대북전단 제작 비용과 전단을 실어 나를 풍선 제작비는 물론 가스 충전과 타이머 등 부대 비용도 필요하다. 북한과 가까운 접경지역까지 충전기와 전단 등을 실어 나르려면 최소 5t 트럭 한두 대를 동원해야 한다.
대북전단 살포 단체는 성명을 통해 “정부로부터 한 푼도 지원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 소요되는 대북전단 살포를 위해 이들은 국내외에서 ‘후원금’을 받는다고 했다. 박상학 대표는 “우리 회원이 3800명 정도 되는데 남자는 한 달에 1만 원, 여자는 5000원을 회비로 걷는다”며 “회원 모두가 회비를 내면 그것만으로 대북전단 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 텐데, 실제로 회비를 내는 회원은 10%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단을 북으로 날려 보내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11월 3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대북전단은 우리 탈북민들이 두고 온 고향 사람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이며 더 이상 세습 독재체제에서 짐승처럼 살지 말라는 정의의 호소이다. 편지조차 마음대로 주고받지 못하는 세계 유일의 병영국가, 나라 전체를 완전통제구역으로 만들어버린 북한의 현 체제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바뀔 때까지 북녘 형제들에게 보내는 탈북민들의 메시지는 끊임없이 전해질 것임을 천명한다.”(‘탈북민들의 입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