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혼자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주자

디지털 중독

  • 정승아 조선대 상담심리학부 교수

    입력2014-11-25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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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주자

    디지털에 중독된 아이들은 몸으로 세상을 체험하는 능력이 약화된다.

    우리는 이미 디지털 문명 사회에 살기 때문에 그것을 피할 수 없고 적대시할 필요도 없다. 아날로그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그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다만 맹목적으로 몰입되거나 지배돼 인간성을, 생생한 생명의 기운을 잃고 풍요로운 정신의 세계를 피폐한 상태에 빠지게 만들거나 기형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이 인간을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두 가지 측면을 경계하면서 통제력을 잃지 않도록 하면 된다. 첫째, 디지털은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그리고 생생한 현실과의 접촉을 약화시킬 수 있다. 둘째, 디지털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능력,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특권인 반성적 능력을 약화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몇 가지 실천적 지침을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다.

    ▲‘오감’을 통해 사물을 느낄 수 있는 생생한 경험을 하게 해주자.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으로 경험한 것들을 되도록이면 실물로 접촉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디지털 화면은 시각적인 요소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에 중독되면 몸으로 세상을 체험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된다. 보고, 듣고, 만지고 상호작용하면서 그것이 나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되도록 몸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사람’을 만나고 대화할 수 있게 해주자.

    어떤 문명에서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일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의 생생함은 직접 만나 경험해야 한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인간적 자극만을 추구하고 원치 않는 것은 끊어버리는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맺기 쉽다. 실제의 사람을 온몸으로 만나서 놀고 대화하는 것, 그것은 카톡이나 SNS가 줄 수 없는 또 다른 즐거움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해 주자.

    ▲‘홀로’ 있는 시간을 갖게 해주자.

    디지털 기기는 사람을 홀로 있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중독의 일차적인 현상은 그것과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시험이 끝났을 때, 학교 안 가는 날에, 학원 안 가는 날에, 아무것도 특별히 해야 할 것이 없는 그날, 동시에 디지털 기기도 없는 그날을 아이에게 선사해보자. 심심하고 무료하고 지겨운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혼자 있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할 수 있도록. 그러면 아이는 혼자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아무것도 없어야 내면에서 무엇인가 창의적인 것들이 올라온다.

    ▲즉각 반응하지 말고 뜸을 들여본 후, 그것을 글로 써보는 연습을 해보자.

    디지털 기기는 혼자 있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깊이 생각하지도 못하게 만든다. 생각하는 훈련 중에 글을 써보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직접 손으로 종이에 글을 써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해보게 하자. 아니면 아이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그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그것을 얻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고 어떤 기쁨이 있을지, 한 편의 짧은 소설을 글로 쓰게 해보자. 글은 말과 달리 자신의 생각을 대상화하고 바라볼 수 있는 반성적 능력을 길러준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실제의 사람과 세상을 온몸으로 느끼고 만나고, 그 경험이 하나하나 마음속에 씨앗으로 떨어져 싹트고 익어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홀로 기다리며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런 아이가 되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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