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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8·7 인사는 ‘코드수사=승진’ 검찰 향한 강력한 메시지

핏불테리어 아닌 꼬리 치는 ‘푸들 검찰’ 되라는 얘기

  • 김재원 변호사·전 국회의원 2030jwk@gmail.com

[기고] 8·7 인사는 ‘코드수사=승진’ 검찰 향한 강력한 메시지

  • ● 8·7 ‘인사학살’에 담긴 정권의 노림수
    ● 조국·한병도·백원우·황운하 기소…집권세력 분노
    ● ‘적폐 사냥용’ 尹, 은혜를 원수로 갚았으니 앙갚음
    ● 手足 잘려 허수아비 된 ‘우리 총장님’ 윤석열
    ● 文 말대로 ‘살아 있는 권력’ 칼 댔다간 저 꼴 난다
    ● 사마소의 마음은 길 가는 사람들이 다 알기 마련
    ● 尹, 야권 차기 대권주자 1위 오른 이유도…
대검 차장으로 발령난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과 유임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8월 7일 검찰인사 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페이스북(왼쪽부터).

대검 차장으로 발령난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과 유임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8월 7일 검찰인사 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페이스북(왼쪽부터).

중국인들은 더러운 흑심을 가득 품고 있으면서도 아닌 척하는 사람에게 “사마소의 마음은 길 가는 사람들이 다 안다(司馬昭之心,路人皆知)”라는 은근한 말로 꾸짖는다. 누군가의 야심이 명확하게 드러나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상황’을 비유한 말이다. 8월 7일 ‘학살’로 표현되는 검찰 인사 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사가 만사다’라고 써놓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것을 보면서 ‘사마소의 마음’을 다시 떠올린다. 야당은 추미애 장관을 향해 “이번 인사에서 정권에 충성한 검사는 포상을 받고 말 안 듣는 검사는 ‘유배’를 당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手足)을 자르고, 법치의 검찰 조직을 폐허로 만들어놓고도 자축(自祝)에 여념 없는 장관의 정신세계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전례 없는 8·7 ‘인사학살’

8월 7일 인사에서 법무연수원으로 발령나자 사표를 낸 문찬석 광주지검장. [뉴스1]

8월 7일 인사에서 법무연수원으로 발령나자 사표를 낸 문찬석 광주지검장. [뉴스1]

이날 법무부는 대검찰청 검사급(검사장) 이상 고위 간부 26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하면서 검찰총장 바로 아래 ‘2인자’인 대검 차장과 소위 검찰의 ‘빅4’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 요직을 모두 호남 출신으로 정권에 적극 협력하던 검사들로 배치했다.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은 승진해 대검 차장으로 발령났고, 그 자리는 ‘조국 무혐의’를 주장한 심재철 대검 부패·강력부장이 꿰찼다. 이른바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과 한동훈 검사장 간 ‘육박전 압수수색’과 편파 수사 논란에 휩싸인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KBS 검·언 유착 오보’ 연루 의혹을 받는 신성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다. 

반면, 지난 2월 이 지검장의 윤 총장 지시 불이행을 비난한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한직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이 나자 사표를 냈다. 그는 “책임을 지고, 감찰이나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자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거나 승진하는 이런 인사에 대해 국민들께서는 어떻게 보실까요. 후배 검사들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지 생각하면 참담하기만 합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출신 지역 등을 반영한 균형 있는 인사”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사실 역대 정권에서도 정권에 비판적인 검사들을 한직으로 좌천시키거나 정권에 우호적인 검사들을 요직에 발탁한 사례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집권세력의 권력자를 대상으로 수사하던 검사들은 전부 쫓아내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검사들을 승진시켜 요직에 채워 넣은 인사 행태는 지난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정권과 추미애의 법무부는 두 차례 검찰 인사를 하면서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집권세력의 전방위 ‘윤석열 때리기’

송철호 울산시장. [뉴시스]

송철호 울산시장. [뉴시스]

이번 검찰 인사의 메시지는 한마디로 ‘윤석열 죽이기’다. 이미 추 장관은 지난 1월 장관 취임 후 첫 검찰 인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수사를 이끌었던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을 부산고검 차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해 온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을 제주지검장으로 내친 데 이어, 이번엔 또다시 윤 총장을 보좌하던 대검 부장급 간부 5명을 7개월 만에 교체했다. 정권에 길든 검사들로 그 자리를 채워 검찰총장을 포위해 고립무원의 허수아비 총장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직급을 뛰어넘어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했다가 지난해 7월 ‘우리 총장님’이라고 찬양하며 검찰총장에 임명한 지 불과 1년이 지났다. 그런데 1년 만에 집권세력은 검찰 인사학살은 물론이고, 윤 총장 사퇴를 요구(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하거나 검찰총장 해임결의안 제출에 나서는(같은 당 김두관 의원) 등 끊임없이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한다. 

이들 집권세력이 똘똘 뭉쳐 ‘윤석열 때리기’에 나선 이유는 ‘사마소의 마음’처럼 길 가는 사람들이 모를 리 없다. 과거 정권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적폐세력 사냥’에 내몰기 위해 검찰총장으로 임명했으면 그 뜻을 충실히 받들면 되지,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는 앙갚음이나 다름없다. 

적당히 뭉개고 가면 될 것을 기어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족(一族)을 기소한 데 이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한병도 전 대통령정무수석(현 국회의원),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국회의원) 등을 기소해 집권세력의 분노를 사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추 장관이 직접 나서 ‘검·언 유착사건’이라며 윤 총장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윤 총장에게는 최측근을 비호하려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사용했다는 혐의를 씌우려다가 촌극에 그치기도 했다. 

‘윤석열 죽이기’라는 집권세력의 의지가 두 차례 검찰 인사로 나타나자, 검찰 내부에서는 “인사권자의 의중을 잘 알고 원하는 방향에 코드를 맞춰 수사하면 승진을 시켜준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여주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靑 수사, 윤미향과 정의연, 라임·옵티머스 사건

윤석열 검찰총장이 8월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검찰청 제공]

윤석열 검찰총장이 8월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검찰청 제공]

이번 검찰 인사 이후 앞으로 검찰 내부에서는 권력형 비리 수사는 꿈도 꾸지 못할 처지라는 얘기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당부한 대로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대던 검사들은 인사학살로 날아가는데, 그 자리를 꿰찬 검사들이 어떻게 할 것인지는 자명한 이치다. 게다가 여권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후속 3법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면서까지 공수처 설치에 목을 매고 있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검찰의 권력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러고도 이 정부는 공정과 정의를 말한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문재인의 위선’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면서 “추미애 사단이 검찰을 완전히 장악했군요. 권력비리에 칼을 댈 사람들이 사라졌으니, 이제 마음 놓고 썩어 문드러지겠죠. 이미 썩은 자들은 두 다리 쭉 펴고 잘 테고요. 대한민국 검찰이 졸지에 모자라는 실력을 충성으로 메우는 기회주의자들의 조직으로 바뀌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4·15 총선 이후 현 정권의 주요 인사들이 연루된 검찰 수사는 이미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 1월 송철호 울산시장 등을 우선 기소하고 나서 총선 이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 등 윗선에 대한 후속 수사를 진행한다고 했으나 사실상 중단 상태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연(정의기억연대)의 후원금 횡령 의혹사건도 감감무소식이다.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건 수사는 6개월째 지지부진하다. 현 정권 고위 인사들의 연루 의혹을 받는 라임펀드 사건, 옵티머스펀드 사건 역시 핵심 수사는 의문투성이다. 앞으로 이 사건들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검찰개혁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집권세력이지만 사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언젠가 다가올 ‘심판의 날’을 두려워하는 처절한 몸부림이 있다. 그래서 자신들에게는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애완용 푸들이고 정치적 반대자들은 죽을 때까지 물어뜯는 핏불테리어 같은 맹견의 모습이 바로 현 집권세력이 원하는 검찰개혁의 청사진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1800년 전 사마소가 위니라의 황제 조모를 핍박하던 시절에도 길 가는 사람이 모두 사마소의 흑심을 알아챘다고 하지 않는가. 추 법무장관을 내세운 현 집권세력이 무슨 마음으로 제대로 일하는 검사들을 좌천시키고 ‘홍위병 검사들’을 중용하는지 그 이유는 온 나라 사람들이 다 알게 될 것이다. 

최근 윤 총장이 여론조사에서 야권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달리는 비정상적인 상황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 집권세력의 부정부패와 권력 남용을 제대로 수사해서 쓸어내 달라는 열망이 윤 총장의 등판을 바라는 국민의 본심 아니겠는가. 그가 정치를 시작하든 검찰총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나든 윤석열을 대권주자로 만든 것은 현 집권세력이다. 모두 집권세력의 탐욕이 만든 결과물이다.



김재원
● 1964년 경북 의성 출생
● 서울대 공법학과·행정대학원 졸
● 행정고시(31회) 사법고시(36회) 합격
● 국무총리실 사무관, 부산지검 검사
● 17, 19, 20대 국회의원
● 前 대통령정무수석·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신동아 2020년 9월호

김재원 변호사·전 국회의원 2030jw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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