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마다 굶주림에 자다 깨길 반복
아이돌 헤어&메이크업 상태로 헬스장行
체중 800g 줄고, 골격근량 0.9㎏ 늘어
8월 18일 촬영한 이현준 기자의 몸. [박해윤 기자]
프로젝트 2주차. 주변에서 ‘살 빠진 것 같다’는 소리가 종종 들려온다. 좀 빠진 것 같긴 하다. 발톱을 깎을 때 뱃살 때문에 힘들었는데, 이젠 좀 수월해졌다고 느꼈으니까. 기실 꼭 빠져야만 했다. 안 빠졌으면 고생한 게 너무 억울했을 테다. 2주차는 식단을 나 나름대로 엄격하게 지켰다. 운동도 열심히 했다. 휴일에 쉬지 않는 헬스장을 찾아 하루 이용권으로 1만5000원을 지불하면서까지 운동했다.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발걸음이 헬스장으로 향했다. 매주 기자의 몸 사진이 보도된다는 사실도 무겁게 다가왔다. 이젠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배고픔에 잠 설쳐 피곤
8월 18일 측정한 이현준 기자의 몸무게. [박해윤 기자]
그런데 그러질 못 한다. 새벽 3~4시 쯤 배고픔에 눈이 뜨인다. 다시 잠을 청하려 해도 배가 고파 잠이 오지 않는다. 밤마다 잠을 설치는데다 일하고 운동까지 하려니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영양제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약물(스테로이드)’과는 무관하니 오해 없길 바란다.
이것도 좋아 보이고 저것도 필요해 보여 다 구입하니 영양제 종류만 아홉 가지나 됐다. 종합 비타민은 기본이다. 단백질 섭취로 인한 간의 부담을 덜어주는 밀크시슬, 변비를 완화하기 위한 유산균, 면역력을 높여주는 아연, 남성의 활력을 키워주는 마카, 그리고 아르기닌, 갈릭 오일, 쏘팔메토 등. 이게 끝이 아니다. 다이어트를 하느라 영양 공급이 줄어들면 탈모가 올 수 있다고 해 모발에 도움을 주는 비오틴까지 추가했다. 위약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양제를 챙겨먹으니 확실히 피로가 줄고 활력이 생겼다.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운동도 더 잘 됐다.
“이제 데뷔하시는 거예요?”
아이돌 헤어&메이크업 상태로 헬스장에 간 이현준 기자.
선명해진 눈과 입, 하얗게 분을 바른 얼굴로 헬스장에 온 기자를 본 트레이너는 “회원님, 웬 아이돌인가 했어요. 이제 데뷔하시는 거예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화장을 해본 게 처음이었다. ‘다른 사람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않을까.’ 민망함이 밀려왔다. 풀 메이크업을 하고 헬스장에 온 사람이 또 있었을까. 그나마 사람이 적어 다행이었다.
7월 31일(왼쪽)과 8월 14일(오른쪽) 각각 측정한 이현준 기자의 인바디 지표.
트레이너에 따르면 멋진 바디프로필을 얻기 위해서는 체지방률을 한 자리수로 떨어뜨려야 한다. 이 또한 개인별로 다르다. 어떤 사람은 체지방률이 9%대여도 멋진 바디프로필을 얻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은 6~7%까지 떨어뜨려야 얻을 수 있다.
8월 14일 측정한 인바디 지표대로라면 골격근량이 손실되지 않는 선에서 체지방만 5㎏~8㎏ 감량해야 한다. 남은 시간을 고려하면 낙관할 수 없다. 3주차부터는 식단의 열량을 체크하며 더욱 짜임새 있게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려 한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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