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 [GettyImages]
찻잎을 따는 때는 보통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 무렵부터 여름까지다. 이때 시기, 즉 잎의 성장 정도에 따라 차 종류를 우전, 세작, 중작, 대작 등으로 나눈다. 대체로 먼저 딴 것을 가장 비싸게 친다. 우리나라에서 차나무는 전남 보성과 경남 하동 등의 경사진 비탈에 빼곡하게 열을 맞춰 자라고 있다. 동글동글 잘 다듬어진 초록 차나무가 낮은 산에 가지런히 서 있는 모습은 이색적이며 아름답다. 그러나 경사진 길과 나무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일, 키 작은 나무에서 여리디여린 잎을 상처 없이 따내는 일은 여간 고된 게 아니다.
열기와 손맛, 시간과 공이 스며든 생차
건조한 녹차잎. [GettyImages]
덖는 일을 마치면 ‘유념’을 한다. 유념은 손으로 찻잎을 돌돌 말듯 비비는 과정이다. 완성된 차의 맛과 향이 잘 우러나게 하면서 차 모양을 잡는 것이다. ‘구증구포’라는 말이 있다. 덖고 유념하는 과정을 아홉 번 반복했다는 말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처음 한 바구니 가득하던 녹차 잎의 부피며 무게가 1/6 정도로 줄어든다. 열기와 손맛, 시간과 공이 찻잎에 스며들면서 깊은 맛의 생차가 완성된다.
덖음과 유념을 거친 생차는 고소하고 쌉싸래한 맛과 신선한 향을 모두 갖고 있다. 차를 우릴 때 작은 차 주전자에 찻잎을 듬뿍 넣고 따끈한 물을 붓는다. 펄펄 끓는 물을 3~4분만 식혔다가 부으면 된다. 오그라들어있던 찻잎이 몸을 펴기 시작하면 차를 따라 마신다. 이때 차 주전자 물은 되도록 찻잔에 다 붓는다. 주전자에 물이 남아 있으면 찻잎이 계속 불어 차 맛이 오히려 텁텁해질 수 있다. 서너 번 우려 마시는 동안 미묘하게 바뀌는 맛과 향을 발견하는 재미는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열기가 가시지 않는 요즘 같은 때는 박하 즉, 민트 잎을 곁들여 볼 수 있다. 찻잔에 민트 잎 두어 장을 찢어 넣고, 따뜻한 물을 절반쯤 붓는다. 따뜻하게 우린 녹차로 남은 찻잔을 채워 마시면 온기 있으면서 개운한 허브티 한 잔이 완성된다. 여기 설탕을 조금 넣어 달콤하게 마셔볼 것도 권한다. 따뜻한 물에 차를 연하게 우려 미지근하게 식힌 다음 밥을 말아 먹으면 보리차 저리가랄 만큼 고소하고 맛있다. 일본에서 오차즈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녹차로 만들어도 개운한 맛이 그만이다.
녹차는 몸속 기름기를 잡아주고 입안도 개운하게 해준다. 빈속에 마시면 속이 아릴 수 있고, 떫은맛을 내는 타닌 성분은 몸 속 철분을 가지고 배출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은 후, 기분이 좋아질 만큼 두어 잔 마시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