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다른 당의 입법 권한 빼앗아
속도만 있고 숙의 없어…국회에 민주당만 있나
8·4 대책, 한 손엔 소화기 들고 한 손으로 기름 부어
경제정책 기조 바꾸려면 홍남기·김상조 경질해야
정의당을 범여권으로 부르지 말아달라
검찰, 권력자의 심부름꾼·칼잡이 노릇 말아야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은 정치인은 DJ
[지호영 기자]
그는 5월 12일 원내대표 선출 직후 “정의당이 21대 국회의 ‘트림탭’이 되겠다”고 말했다. 트림탭은 큰 선박의 핵심 부품으로 배의 방향을 결정한다. 실상은 더불어민주당이 방향은 물론 운항까지 독점하는 양상이다. 정의당에서조차 “국회 본회의가 민주당 의원총회인가”(강은미 원내대변인)라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다.
이는 뒤바뀐 원내 의석 분포와 무관치 않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을 통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얻었다. 이에 정의당과 입법 공조할 필요성이 크게 줄었다. 4년 전에는 민주당(123석)을 포함해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정의당이 캐스팅보트 노릇을 했다. ‘트림탭’이라는 포부와 달리 배 원내대표의 앞길이 평탄해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간 당 바깥에서 제기된 범여권(汎與圈) 논란을 불식할 기회이기도 하다. 그를 8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국회에 민주당만 있는 게 아니다”
- 임대차3법 등 최근 정부·여당의 입법 과정을 어떻게 봤나.“약간의 이견은 있으나 전반적인 내용에는 찬성한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정의당이 오래전 제안한 법안이다. 다만 정의당은 임대료 상한을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연동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자녀들이 안정적으로 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3년씩 3회, 총 9년의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이런 내용이 법안 심사 과정에서 논의됐어야 했다.”
- 심상정 대표도 독자적인 법안을 냈는데.
“그렇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만 뽑아서 처리했다. 다른 당의 입법 활동 권한을 사실상 빼앗은 것이다.”
이 대목에서 배 원내대표는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민주당이 국회를 운영하며 숙의 과정을 충분히 갖되 속도를 내라는 게 국민의 의사다. 지금은 속도만 보이고 숙의 과정이 생략돼 있다. 미래통합당에도 문제 제기할 수밖에 없다. 수적 열세를 감안하더라도 제1야당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해야 했다. 처음부터 보이콧 전술을 사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 심 대표는 “오로지 정부안 통과만을 목적으로 한 전형적인 통법부(通法府)”라고 비판했다.
“국회의원이 갖고 있는 헌법적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 180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국회에는 민주당만 있는 게 아니다. 부동산 관련 법안이 아무리 시급했어도 정부가 원하는 법안만 추진한 것에 대해 문제 제기할 수밖에 없다.”
최근 부동산은 휘발성이 가장 큰 이슈다. 여당이 부동산 관련 법안을 속도전으로 통과시키자 정부는 공급대책을 내놨다. 8월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향후 서울권역을 중심으로 총 26만 호+α 수준의 대규모 주택 공급이 집중 추진된다”고 밝혔다.
이 중 추가 공급 물량이 13만2000호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용산구 용산 캠프킴 등 군 부지와 경기 과천청사 등 공공기관 이전부지 등이 신규 택지에 포함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 참여를 전제로 재건축 단지가 주택 등을 기부채납하면 용적률을 500%까지, 층수도 50층까지 올릴 수 있도록 규제도 완화키로 했다. 정의당의 경제정책 철학과는 어느 각도로 보나 다른 모양새다. 배 원내대표가 분명한 어조로 꼬집었다.
“한 손에 겨우 소화기 하나 들었는데 다른 한 손으로 기름을 붓는 격이다. 유휴 부지는 시민의 휴식 공간이자 허파 구실을 하는 숲이다. 이런 공간에 아파트를 짓고 용적률을 높여 층고 제한을 없애겠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공공이 아무리 싸게 공급해도 절대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투기 열풍이 불 거다. 공급 대책은 신중히 내놔야 하는데, 어제 발표는 성급했다.”
이어서 그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아파트를 많이 짓고, 무엇보다 저렴한 아파트가 공급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토지임대부 분양, 환매조건부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주변 집값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청래 의원 등 일부 여당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임대주택을 짓지 말자고 하던데.
“큰 방향에 동의해도 지역구 주민 입장에서 반대할 수밖에 없는 거다. 과천청사 부지는 시민 쉼터로 활용돼야 하는데, 거기다 또 아파트를 지으면 시민들은 어디서 휴식하고 문화생활을 하나.(* 과천에는 정부가 소유한 유휴 부지 약 8만9000m²에 4000여 채의 공공주택을 공급키로 했다.) ‘사람이 살 만한 곳이냐’라고 문제 제기할 수밖에 없는 거다.”
“블랙홀 ‘한국판 뉴딜’ 책임 물어야”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검찰이 권력자의 심부름꾼·칼잡이 노릇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지호영 기자]
“행정수도 이전은 정의당의 총선 공약 사항이었다. 단, 전제는 국민적 합의에 의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행정수도 이전에 동의는 하는데 타이밍이 좀….”
- 부동산 정책 실패를 모면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타이밍상 국면 전환용으로 충분히 오해받을 만했다. 민주당은 양당 간 합의를 통해 법률을 제정하면 가능하다고 하지만, 많은 헌법학자는 개헌 사항이라고 얘기한다.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만들어진 안을 대통령이 국민투표에 부의하자는 게 정의당의 입장이다. 그에 앞서 국회 분원을 세종시에 설치해야 한다. 공직자들의 국회 출퇴근 탓에 행정력 낭비와 비용 문제가 심각하다. 1년간 출장비로 적게는 25억 원에서 많게는 40억 원 가까이 쓰인다고 한다. 국회 분원에 대해서는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
한편 배 원내대표는 7월 22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을 두고 “블랙홀에 가깝다. 향후 한국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160조 원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가 잘못된 길로 접어든 책임은 청와대 정책실장을 정점으로 한 경제팀에 있다”면서 인적 쇄신을 촉구했다.
- 최근 홍남기 부총리와 김상조 실장의 경질을 주장했더라.
“세계적인 경제침체와 코로나19 위기를 감안해도 날로 심각해져가는 불평등과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 문제가 과연 제대로 해결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코로나19 위기가 닥쳤을 때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이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대단히 소극적이었다. ‘한국판 뉴딜’ 역시 대기업 위주의 산업지원 정책 성격이 짙다. 이런 기조를 바꾸려면 두 사람을 교체하는 것 말고 대안이 없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두 사람을 경질할 것 같지는 않지만….”
- 전혀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두 사람에 대한 신뢰가 워낙 두텁다고 하니까…. 청와대는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모든 진보적 의제를 정책으로 담았지만, 과연 현장에서 실현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 불평등 심화라는 지적은 문재인 정부가 뼈아파할 만하다.
“불평등이 심화했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게 고용 불안이다. 실직·실업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하는데 답보 상태에 있다. 지금처럼 고용을 전제하면 전 국민의 43% 정도만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다. 비정규직, 프리랜서, 기간제, 자영업자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 소득을 기준으로 재설계한 전 국민 고용보험을 실시하면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
“범여권은 정치권이 씌워놓은 프레임”
- 고 박원순 전 시장 조문을 두고 정의당의 20·30대 의원은 거부하고, 40대 이상 의원은 장례식장을 찾았다. 당내에서 세대 간에 생각의 차이가 있나.“류호정, 장혜영 의원이 고인을 추모하지 않겠다고 한 게 아니다. 위계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유력 정치인들이 조문 가는 것만으로도 고립감과 고통이 더 커진다. 그러니 피해자와의 연대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내에서) 극심하게 대립할 문제는 아니었다. 서로 각자 입장을 존중했으면 조금 더 성숙하게 조문 정국을 맞이했을 수 있었을 거다. 산업화, 민주화 세대의 틀로만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세대가 밀려오고 있다는 건 과거에 이미 알았는데 그 힘이 간단치 않다는 걸 이번에 확인했다.”
- 586세대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신동아’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 스스로 인정받고 정치에 뚫고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더라. 그런데 앞선 세대가 길을 열어주고 기회를 주지 않는 이상 단단한 벽을 과연 뚫을 수 있나 싶기도 한데.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 1980년대 이전에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애쓴 많은 분이 계시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1987년 민주화항쟁이 가능했고, 586이라는 정치적 세대가 성장할 수 있었다. 그 뒤 직선제 개헌이 이뤄졌고 본격적으로 노동 문제에 대한 인식이 확산했다. 즉 (젊은 세대가) 뚫고 오는 건 맞는데, 기존 주류가 일정 부분 그 요구를 수용하고 존중해야 한다. 정의당이 적은 비례 의석수지만 20%를 청년에게 할당한 건 그 때문이다. 어쨌든 586 세대는 지금 대한민국의 주류가 돼 있다. 개중에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긴 한데, 내가 보기에 그건 아닌 것 같고…”
- 아직 자신이 투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의석이 180석이고 집권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류가 된 거지.”
이 대목에서 배 원내대표는 “장강의 뒷물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과거에는 경제와 민주화라는 가치가 중시됐다면 지금은 여기에 덧붙여야 할 가치가 많다. 특히 기후위기나 젠더 이슈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로 가야 한다. 기존의 ‘민주’라는 사고의 영역으로만 보면 밀려오는 세대를 이해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들이 대한민국을 이끌도록 길을 열어주는 데도 방해가 될 거다.”
슬슬 정의당에 아픈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 좋건 싫건 정의당에는 범여권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 등을 위한 ‘4+1 협의체’에 참여하는 등 상당수 정책·입법에서 민주당과 보조를 맞춰왔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 당시에는 조 전 장관 임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언론이 정의당을 범여권으로 분류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기존 정치권이 씌워놓은 프레임이다. 양당 처지에서는 늘 가운데 있는 정당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겠지. 21대 국회에서는 시대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과 활동을 통해 국민과 함께하는 정당을 만들고 싶다. 이제는 정의당이 민주당과 같으냐, 다르냐의 문제에 관심 두지 않아야 한다. 밀려오는 새 물결을 받을 준비를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공식적으로 언론에도 ‘우리를 범여권으로 부르지 말아달라’고 하고 있다.”
이른바 ‘박원순 조문 정국’ 당시 정의당의 일부 당원은 피해자와의 연대에 무게를 둔 류호정·장혜영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며 항의성 탈당을 했다. 배 원내대표에게 물었다.
- 두 의원의 입장을 두고 일부 당원이 탈당했고, 조국 사태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러니 범여권 논란이 불거지는 것 아닌가.
“당원 중 (민주당과) 교집합을 가진 분들이 있다. 한국 사회가 진일보하는 데 동의하지만 현실에서는 개혁 과제가 중요하니 문재인 정부 및 민주당과 공조하는 게 좋지 않으냐고 생각하는 당원들이다. 아쉬운 건 있다. 그런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정의당이 새로운 정당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밀려오는 시대적 요구에 대단히 예민해야 한다. 젊은 두 의원이 조문하지 않고 피해자와 연대하겠다고 한 건 시대가 요구하는 또 하나의 가치다. 이 가치와 기존의 가치가 서로 잘 녹아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런데 감정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부 당원들이 탈당했다. 당내 토론이 필요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쪽으로 당내 문화가 더 성숙해져야 한다.”
“검찰은 권력자의 칼잡이 노릇 말아야”
심상정 정의당 대표(오른쪽 세 번째)가 7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 고 있다. 그뒤로 ‘노회찬 2주기’라는 문구가 보인다. [뉴스1]
“실제 그런 문제 제기를 많이 받았다.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국정농단 세력 심판을 위해 정의당과 민주당이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 뒤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정의당이 갖고 있던 진보적 정책뿐 아니라, 시민사회가 주장했던 정책까지 국정과제로 다 가져갔다. 그러니 ‘문재인 정부가 얘기하는 게 정의당과 별 차이가 없네’라는 인식이 생겼다. 또 20대 국회 때 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과 개혁을 놓고 대결 정치가 펼쳐졌기 때문에 (국민에게는) 정의당과 민주당이 가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통해 국정농단 세력은 심판받았다. 국민은 민주당에 개혁을 잘하라면서 180석을 줬다. 이제는 각자의 역할이 있고, 정의당은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최근 정의당에서 주목할 만한 논평이 나왔다. 7월 30일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그동안 추미애 장관으로 대표되는 정권의 태도는 현 정권에 칼을 대는 검사들을 용납지 않겠다는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했다”면서 “이번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만 보더라도 검찰총장의 힘은 빼고 있지만,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으로 검찰을 통제할 가능성이 있는 장치는 여전히 남겨두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검찰개혁안에 관한 한 정의당과 민주당은 공조 체제에 가까웠다. 김 선임대변인의 논평이 눈에 띄었는데, 당의 입장이 바뀐 건가.
“정치적 중립과 수사권을 보장하고 과도한 권력을 내려놓게 하겠다는 게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문 대통령도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 집권여당이나 정부가 검찰총장을 누르는 방식이 과연 합당하냐 의구심을 갖는 국민이 분명 있다. 대한민국에서 검찰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누구나 안다. 이에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고위공직자에 대한 ‘봐주기 수사’ 행태를 해결하기 위해 공수처를 만들었다. 지금부터는 검찰이 권력자의 심부름꾼이나 칼잡이 노릇을 하지 말고 국민의 삶을 보살필 수 있도록 본연의 임무를 하라는 거다. 그 임무를 할 수 있게 하는 게 정의당의 역할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잘못이 있다면 정확하게 지적할 것이다.”
- 여권이 검찰총장의 힘은 빼려 하는데, 오히려 법무장관이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통제할 장치를 구축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사법개혁을 주장해 온 참여연대에서도 최근 법무·검찰개혁위 권고안은 ‘보지도 듣지도 못한 안’이라고 했다(*참여연대는 7월 28일 “권고안은 검찰총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자면서 법무부 장관에게 구체적 수사에 대한 지휘권까지 부여하고 인사권까지 강화하자는 제안이다. 생뚱맞고 권한의 분산이라는 취지에 역행한다”고 했다). 오히려 정권이 검찰을 정치적으로 흔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집권여당이 새겨 들을 요소가 있다.”
- 최근 윤석열 총장의 “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 배격”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검찰총장은 이런 발언을 할 때가 아니다. 총장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검찰 내부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서는 검찰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국민의 삶을 보호하는 검찰로의 재탄생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검찰총장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해도 총장이 발언하지 말았어야 했다. 오히려 총장 역시 정치적 발언을 한 셈이 됐다.”
-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부장검사 간 신체적 충돌은 어떻게 봤나.
“보이는 것이 마치 양 진영의 대리전 같은 양상이다. 검찰의 속살을 다 드러냈다. 국민은 ‘아 대한민국 검찰이 저래? 정말 수준 이하네’라고 생각할 것 아닌가. 마치 검찰 내부의 권력다툼처럼 비친다. 자중할 필요가 있다.”
정의당 의원 6인의 분포는 흥미롭다. 1959년생이자 4선 의원인 심상정 대표와 1992년생이자 게임업체 재직 경력이 있는 류호정 의원이 함께 의원단에서 활동한다. 영화감독 출신인 1987년생 장혜영 의원도 있다.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
- 정의당 의원 6인의 공통분모는 뭐라고 봐야 할까.“(잠시 뜸들이다) 도전 아닐까? 장혜영·류호정 의원은 20~30대로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따라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다. 심 대표나 우리 세대는 존엄과 평등이라는 시대의 요구에 맞춰 도전했고.”
- 개인적으로 존경하거나 닮고 싶은 정치인이 있나.
“현실 정치인 중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 의외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을 언급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답하면) 너무 식상할 것 같아서.(웃음)”
- 김 전 대통령의 어떤 점을 닮고 싶나.
“가장 좋아하는 말이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다. 또 진보정당에서 활동하는 처지에서 좋아하는 말은 ‘국민보다 반 걸음만 앞서가라’는 것이다. 현실정치에서는 내 말이 옳다 하더라도 국민이 아직 거부하고 있다면 국민이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 정치인이 여러 번 목숨을 걸면서까지 자신의 길을 간다는 게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