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호

On종일

대통령의 의사-간호사 갈라치기에 아이유 팬들도 뿔났다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0-09-03 1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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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딩’같은 글을 직접 쓰신 게 아니길 바랄 뿐”

    • “의사는 국민도 의료진도 아니라는 뜻인가”

    • 아이유 팬들도 발끈 “정치적 이용 말라”

    • 靑 “文대통령이 작성한 글인지 확인해주기 어려워”

    *On종일: Online에서 종일 화제가 된 사건에 대해 의견을 듣습니다.

    2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간호사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메시지를 공식 페이스북에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2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간호사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메시지를 공식 페이스북에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국민들을 편으로 나눌 심산인지 묻고 싶다.” 

    “이 시기에 부적절한 글이다. 국가 원수에 걸맞은 무게감 있는 글을 쓰시라.” 

    문재인 대통령이 2일 페이스북 등에 올린 글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파업하는 의사와 헌신하는 간호사를 대비한 듯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메시지가 의료인은 물론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의사들은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성실히 일하고 있다. 굳이 이런 글을 올리는 의도가 뭐냐”(공중보건의사)라며 들끓었고, 간호사들마저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의사를 타도하기 위해 간호사를 수단으로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수도권 대학병원 간호사)며 ‘국민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의사는 국민도 의료진도 아니라는 뜻인가”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 간호사를 향한 메시지를 올렸다.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힘들고 어려울 것” “(코로나 방역에 투입된) 의료진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의사들이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며 비판에 나섰다. 3일 오후 4시 현재 이 게시물에는 댓글이 3만5000개 넘게 달렸다. 



    페이스북 프로필에 수도권 한 의학전문대학원 출신 의료인이라고 적은 A씨는 “인천공항 선별진료소에서 식사를 거르며 승객 수백 명을 검사했다. 방호복을 입은 채로 탈진할 만큼 일했다”고 적었다. 그는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했지만, 대통령님껜 제가 국민도 아니고 의료진도 아니었나보다. 대통령님을 지지하고 응원했는데, 정말 이 나라에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B씨는 “100일이 갓 지난 아이를 집에 두고 제2대구생활치료센터에 파견을 다녀온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현장에는 의사와 간호사 외에도 수많은 분들이 계셨고, 그분들의 노고는 순위를 매길 수 없다. 국민 통합을 도모해야 하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분란을 조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C씨는 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하고 댓글을 다음과 같이 달았다. 

    “그 간호사들과 미운 정, 고운 정 들며 동고동락하던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저희 의사들이다. 대통령께 있는 측은지심, 인간애가 의사들에겐 없어서 전공의·전임의들이 동료에게 일을 떠맡기고 파업하는 게 아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의료영역에 정치색을 입히지 말아 달라”

    “‘초딩’같은 글을 직접 쓰신 게 아니길 바랄 뿐”

    문 대통령은 이 글에서 “간호사 여러분,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썼지만 간호사도 반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간호사라고 밝힌 D씨는 “지금도 선별진료소에 근무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칭찬이 전혀 감사하지 않다. (대통령께서) 지금 선을 넘은 것 같다. 의료진까지 편 가르기하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을 추진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임상병원 처우를 못 견디고 나온 자신의 사례를 언급하며 “병원근무 환경이나 처우를 개선하고 수가를 조정하라. 병원을 적자로 만들어 놓고 의사들이 일부 과를 기피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못 가는 건지, 갈 수 없는 건지 생각하라”고 했다. 

    루리웹, 82쿡, 여성시대 등 문 대통령 지지 성향이 강한 일부 커뮤니티에서조차 문 대통령의 발언을 질타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대통령이 나서서 (의료현장에) 간호사밖에 없다고 했으니, 국민들이 서로 편으로 갈라져 싸우는 게 일상이 된 듯” “‘초딩’같은 글을 대통령님이 직접 쓰신 게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대통령이 할 소리인가.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해야지. 트럼프가 헛소리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등 비판 글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다음과 같이 문 대통령을 두둔했다. “대통령이 올린 글에 의사 빼고 간호사만 언급했다고 이 난리를 치는 것이냐.” “사람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는 집단이 칭찬 받기를 바라는 건가.” “문장 맥락을 보면 ‘코로나19에 대응한 의료진이 간호사들’이 아니라 ‘쓰러지는 의료진들이 대부분 간호사들이었다’라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가수 아이유의 아이스 조끼 기부를 언급한 대목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가수 아이유의 팬클럽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간호사들에게만 물품을 기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디시인사이드 아이유 갤러리는 성명을 통해 “아이유가 2월 대한의사협회에 1억 원 상당의 의료용 방호복 3000벌을 기증하는 등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다섯 차례 기부를 펼쳤다. 아이유가 간호사 분들에게만 (물품을) 기부한 것으로 오해하는 국민들이 있을 듯해 이를 바로 잡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아이유가 간호사들에게 아이스 조끼를 기부했다는 소식도 들었다”고 언급한 부분을 꼬집은 것이다.

    아이유 팬들도 발끈 “정치적 이용 말라”

    2일 오후 디시인사이드 아이유 갤러리에 올라온 성명문. 논란이 일자 현재 삭제된 상태다. [디시인사이드 아이유 갤러리 캡처]

    2일 오후 디시인사이드 아이유 갤러리에 올라온 성명문. 논란이 일자 현재 삭제된 상태다. [디시인사이드 아이유 갤러리 캡처]

    일부 아이유 팬들은 “대통령이 아이유를 언급한 건 고마운 일이지만, 왜 뜬금없이 아이유를 언급해 팬들을 당황시키느냐” “아이유는 선행을 꾸준히 이어왔는데 이 시점에 언급한 것은 조금 납득하기 어렵다” “성명문 발표로 인해 아이유가 달빛기사단(문 대통령의 지지자를 뜻하는 말)의 주적이 되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아이유 공식 팬카페 ‘유애나’에도 “(문 대통령의 글이) 생각 없이 작성된 것 같아 너무 화가 난다” “아이유의 순수한 기부 의도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팬들 사이에서 성명문의 성격을 두고 찬반 논란이 생기면서 현재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청와대는 당황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고생하는 간호사에 대한 순수한 위로의 메시지”라며 편 가르기 비난 여론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의 글은 대통령기획비서관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글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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