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받으라” 1339 문자 받고 문의하니 “광화문 집회 참석자만”
병원 선별진료소 “증상 없으면 검사 불가”
서울시 “인근 지역 체류한 시민도 검사 받아야”
“집회 현장 가까운 강북지역 보건소 포화 상태”
정은경 본부장 “집회 직접 노출 없으면 검사 예외”
8월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시민단체들이 ‘8·15 광화문 국민대회’를 열었다.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문자 메시지 받았어도 증상 없으면 코로나19 진단검사 안 돼.”(8월 22일 경기 수원시 한 선별진료소)
“인근 지역에 체류한 시민도 검사 대상.”(8월 22일 서울시 발표)
“위험도 세분화, 집회 직접 노출 안됐으면 검사 대상서 예외.”(8월 26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전체 문자니 신경 안 써도 돼”
8월 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보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김우정 기자]
8월 21일 오후 5시 12분 기자는 1339(질병관리본부 콜센터)로부터 “선별진료소 검사를 받으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 명의의 안내 문자였다. 기자는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8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을 이용했고 인근 ‘서촌마을’의 식당과 카페를 방문했다.
문자를 확인하고 놀란 마음에 5시 55분 1339에 전화했다. “집회 참석자가 아닌데 코로나19 진단검사 대상자인가”라는 질문에 1339 담당자는 “집회 참석자나 관계자가 아니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증상은 없지만 불안하다. 검사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증상이 없으면 검사를 받을 수 없다. 불안하다면 일반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자비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다음 날 오전 경기 수원시 한 대학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자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1339에서 검사 안내 문자를 받았어도 실제 증상이 없으면 검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검사 인력이 부족해 당장 증상이 있는 사람부터 검사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수원시 한 보건소에 문의해도 반응은 비슷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8월 15일 집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열이나 인후통 등 의심 증상이 없다면 검사 대상은 아니다. 수원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검사 역량에 한계가 있다(8월 25일 기준 수원시 누적 확진자 183명, 이중 8월 15일 이후 확진자 65명)”고 말했다. 보건소 측에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예약 후 8월 23일 코로나19 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 다음 날 음성 판정을 받았다.
8월 15일 광화문 인근에 있었지만 검진을 받지 못한 경우는 또 있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8월 21일 입장문을 통해 “8·15 노동자대회 기자회견에 참가한 조합원 전원에게 (코로나19) 검사·검진을 받을 것에 대한 방침을 결정·시행했다”고 밝혔다. 노조 차원에서 ‘기자회견’에 참석자들에게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라고 안내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일부 조합원들은 서울시내 선별진료소를 찾았으나 진료소 측으로부터 “확진자와 접촉하지 않았으니 검사대상이 아니다” “광화문 광장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면 검진대상이 아니다” 등의 답변을 듣고 검사를 받지 못했다. 결국 집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조합원 1명이 8월 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집회 참석자·인근 체류 시민 모두 검사 대상”
8월 15일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시민단체들이 주최한 ‘8·15 광화문 국민대회’가 열렸다. 경찰 추산에 따르면, 이날 20여개 시민단체가 도심 집회를 신고했고 참석자는 12만 명에 이른다. 광화문 집회로 인한 코로나19 확진자는 193명에 달한다(8월 25일 기준).이에 따라 8월 21일 방대본은 15일 정오부터 오후 5시 사이 서울 광화문 인근에 30분 이상 머문 5만여 명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권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동통신 3사(KT·SK텔레콤·LG유플러스)가 제공한 인근 기지국의 통신 정보에 따른 것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은 감염병 의심자의 위치정보를 통신 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방대본의 문자 메시지 발송 대상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교인(8월 25일 기준 880명)과 같은 날 민주노총(8월 25일 기준 확진자 1명)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연 ‘기자회견’ 형태의 집회 참석자가 포함됐다.
8월 22일 서울시는 이중 서울시민 1만576명의 명단을 받아 전수 연락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집회 참석자뿐 아니라 같은 날 인근 지역에 체류한 시민도 검사 대상이다. 8월 15일 광화문 일대는 위험지역이었다고 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누가 감염됐고 집회에 참석했는지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전수 연락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방대본과 선별진료소의 안내가 서로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 관계자는 “21일부터 검사 대상은 집회 참석 여부를 떠나 1339 문자를 받은 모든 사람이었던 것으로 안다. 다만 금요일(21일)과 주말(22~23일)에는 이런 내용이 진료소 현장과 잘 공유되지 못해 혼선이 있었던 듯 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자가 급증해 선별진료소의 검사 역량이 한계에 달한 점도 한 몫 한다. 신동아는 8월 25일 서울시내 선별진료소 10여 곳에 전화 취재를 시도했다. 상당수가 계속 통화중이라 연락이 닿지 않거나 “인력 부족으로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종합병원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선별진료소 인력이 쉴 틈 없이 검사를 하고 있다. 검사를 받고자 방문한 분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 언론 취재에 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했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중구 등 강북 지역 보건소는 업무 포화상태다. 아무래도 도심 집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일선 보건 인력들이 굉장히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회 참석자·접촉자, 증상 상관없이 검사 권고”
신동아는 8월 26일 오후 2시 10분 열린 방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에게 관련 문제에 대해 물었다.21일 방대본 문자 메시지를 받았음에도 1339·선별진료소로부터 진단 검사 대상자가 아니라고 안내 받은 것에 대해 정 본부장은 “현재 지침은 위험도를 세분화한다. 본인이 명백하게, 예를 들어 광화문의 직장 근무자더라도 집회에 노출되지 않은 경우 검사에서 예외로 할 수 있다”며 “선별진료소에서 위험도를 좀 더 세분화해 검사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광화문 집회와 관련한 진단검사 대상 기준을 묻자 “광화문 집회 참석자가 대상이다. 집회를 의도해서 간 것은 아니지만, 집회 참석자와 상당 시간 밀접 접촉해서 그 공간에 있었던 사람도 대상이다. 증상에 상관없이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