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호

이번에도 ‘갤럭시 노트20’ 대박…노트는 S시리즈 주검 밟고 큰다? [기업언박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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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0-08-2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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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20 발매일 판매량 7만800. 노트20은 25만 8000대

    • 갤럭시 노트 시리즈 국내 판매량 갤럭시 S시리즈보다 높아

    • 갤럭시 S9부터 시작된 S시리즈의 저주

    • S10도 노트10에 비해 판매 실적 저조

    8월 14일 출시된 갤럭시 노트20. 출시일에만 25만 8000대를 파는 기록을 세웠다. [삼성전자 제공]

    8월 14일 출시된 갤럭시 노트20. 출시일에만 25만 8000대를 파는 기록을 세웠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20이 8월 14일 출시하자마자 25만8000여대(이동통신사 개통량 집계)를 팔아 갤럭시 S8이 세웠던 역대 최고기록(25만대)을 경신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 S20의 판매실적이 죽을 쒔기 때문이다. 갤럭시 S20은 출시 첫 날인 2월 27일 판매량이 7만800대에 불과했다. 전작인 갤럭시 S10(14만대)의 절반 수준. 갤럭시 S 시리즈에 비해 노트 시리즈의 초반 판매 실적이 좋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전작인 갤럭시 노트10은 발매일 약 22만대를 팔아치웠다. 갤럭시 S10의 발매일 판매량 보다 약 8만대 가량 많았다. 

    갤럭시 S시리즈(이하 S시리즈)는 신제품을 낼 때 마다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도입한다. 업계의 새 기준이 되는 혁신 제품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이하 노트 시리즈)는 S시리즈의 성능을 그대로 물려받아 크기를 키운 제품이다. S시리즈의 동생이 노트시리즈라 볼 수 있다.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지만, 휴대폰 업계에서는 아우가 이미 형을 앞서고 있었다.

    갤럭시 S9부터 시작된 노트 시리즈 선전

    S시리즈보다 노트 시리즈가 국내 소비자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8년 갤럭시 S9과 갤럭시 노트9부터로 추정된다. 두 휴대폰의 초반 판매량에 대한 정확한 집계는 없다.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의 국내 판매량 통계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판매량을 일부 엿볼 수 있는 자료가 이동통신사의 휴대폰 발매일 개통 통계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노트 시리즈가 S시리즈에 비해 개통일 판매량이 대체로 많았다. 2018년 8월 이동통신사의 집계에 따르면 갤럭시 노트9의 개통 첫 날 번호이동 건수가 2만9738건을 기록했다. 같은 해 상반기에 출시된 갤럭시 S9은 개통일 번호이동 건수는 2만4225건으로 갤럭시 노트9에 비해 소폭 적었다. 번호이동은 소비자가 사용하던 통신사를 바꾸는 일이다. 번호이동을 하면 휴대폰을 구매할 때 통신사가 제공하는 할인 혜택을 보다 많이 받을 수 있다. 당시 이동통신사 집계에서도 발매 당일을 기준으로 S9은 18만대, 트9은 20만대 팔렸다. 

    S10과 노트10부터는 두 시리즈의 판매량 차이가 더 극명해진다. 발매일 판매량 외에 국내 총 판매량도 노트10이 S10에 앞설 공산이 크다. 2020년 2월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은 노트10 시리즈다. 노트10은 성능별로 노트10과 노트10+, 노트5G 세 종류로 출시됐다. 이 중 갤럭시 노트10+이 2019년 4분기 판매량의 12%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애플의 아이폰11이 11%로 2위, 갤럭시 노트10이 9%로 3위였다. 갤럭시 S10은 4%로 10위를 기록했다.



    전작보다 덜 팔린 갤럭시 S20

    2020년 2월 출시된 갤럭시 S20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0년 2월 출시된 갤럭시 S20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휴대폰 판매업계에서는 노트10이 5G 특수를 누렸다는 지적도 있었다. 휴대폰 판매대리점 관계자는 “노트10의 출시시점이 이동통신사의 5G 가입자 유치 경쟁과 겹쳤다. 노트10은 S10에 비해 마케팅 경쟁이나 불법 보조금 등으로 인해 할인 폭이 컸다.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일부 대리점에서는 아예 공짜로 휴대폰(노트10)을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S20과 노트20의 경우 두 제품 간 연 판매량의 차이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제품의 발매일 판매량만 해도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게다가 S20의 판매량은 앞으로도 크게 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S20의 판매량이 전작인 S10을 밑돌 것이라고 봤다. 4월 NH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2020년 S20의 판매량이 2019년 S10 판매량에 비해 40% 가량 감소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동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도 “국내 개통 내역만 보면 갤럭시 S20의 판매량은 전작인 S10의 60~80% 수준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전자 측은 S20의 총 판매량은 S10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S20의 누적 판매량을 따지면 같은 기간 S10의 판매량의 80% 정도다. 발매일 판매량은 이동통신사 판매량만 집계된 것이라 실제 판매량보다 적다. 자급제 등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개통한 수량을 따지면 실제 판매량은 알려진 것에 비해 많다”라고 밝혔다. 

    한편 노트20은 앞으로도 판매량이 늘어날 확률이 높다. 휴대폰 판매업계에서는 S시리즈보다 노트 시리즈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는 게 중론이다. 휴대전화 판매업계 관계자는 “S시리즈와 6개월 뒤에 나오는 노트 시리즈의 성능이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경우가 많다. 보통 S시리즈보다 노트 시리즈의 가격이 더 비싸지만 고성능 휴대폰을 찾는 소비자는 노트 시리즈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성능 낮추고 더 저렴해진 갤럭시 노트20

    이처럼 통상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갤럭시 S시리즈와 성능이 같거나 더 좋았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노트20은 S20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갤럭시 S20의 최상위 옵션 ‘갤럭시 S20 울트라’의 저장공간은 512GB였다. ‘갤럭시 노트20 울트라’의 저장공간은 256GB로 절반에 불과했다. 후면 카메라도 갤럭시 S20 울트라가 4개 센서, 10배 광학줌을 지원한다. 갤럭시 노트20 울트라는 3개 센서 5배 광학 줌을 지원한다. 사물의 깊이를 측정하는 ToF센서도 노트20 울트라에서는 빠졌다. 이외의 성능은 두 제품이 동일하다. 

    가격도 노트20이 S20보다 저렴했다. S20 울트라의 출고가는 159만5000원이다. 노트20 울트라의 출고가는 145만2000원이다. S20 울트라에 비해 14만3000원 싸다. 휴대폰 판매업계 관계자는 “S20이 워낙 비싸게 나왔다. 가격 때문에 S20의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가 더 저렴하고 성능은 비슷한 노트20이 나왔으니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측은 S20과 노트20의 판매량 차이가 코로나 때문이라 분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S20 발매 시점에는 코로나19 집단감염 초기라 사회적으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컸다. 소비심리도 위축됐고 신제품이 출시 됐는데도 제품 체험 행사를 전혀 하지 못했다. 이에 반해 노트20은 비교적 행사, 마케팅이 자유로워 제품의 장점을 알릴 수 있었다. 소비 심리도 일부 회복돼 노트20이 비교적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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