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호

이 사람

‘8·7 인사’ 항의성 사표 ‘다스 검사’ 문찬석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0-08-1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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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1]

    [뉴스1]

    문찬석(59·사법연수원 24기) 전 광주지방검찰청 검사장이 8월 7일 사직서를 냈다. 이날 추미애(62·사법연수원 14기)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인사에서 통상 초임 검사장이 가는 자리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받은 직후다. 

    이튿날 그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의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행태가 부끄럽다”고 했다. 8월 10일에는 “정치의 영역이 검찰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아 염려된다”고 ‘이프로스’에 썼다. 

    문 전 지검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58·사법연수원 23기)과 악연이다. 그는 지난 2월 10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이 지검장을 겨냥해 “총장 지시를 거부했다고 하는데, 앞으로 저희 검사장들은 일선 검사를 어떻게 지휘해야 하느냐”고 면전에서 비판했다. 당시 이 지검장은 최강욱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현 열린민주당 대표)을 기소하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를 3차례나 거부했다. 

    법조계에선 문 전 지검장에 대한 좌천성 인사가 이 지검장을 비판한 일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대검 기획조정부장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 업무를 맡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다른 의견을 제시해 정권 눈 밖에 났다는 평가도 있다. 

    문 전 지검장은 이번 정권에서 성골 검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는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시절이던 2017년 12월 ‘다스 횡령 관련 의혹 고발사건 수사팀’ 팀장을 맡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이끌었다. 이듬해 6월 검사장에 승진했을 때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공치사라는 해석이 나온 이유다. 또 문 전 지검장은 최근 검찰 요직에 중용되고 있는 호남 출신(전남 영광)이기도 하다. 8·7 인사를 통해서도 검찰 ‘빅4’인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공공수사부장이 모두 호남 출신으로 채워졌다. 



    문 전 지검장은 사직 인사를 통해 “변호사로서 서초동에서 제 남은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운명의 물줄기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소설가 김훈은 지난해 7월 “악다구니, 쌍소리, 욕지거리, 거짓말로 날이 지고 샌다”고 했다. 서초동에 악다구니와 거짓말이 난무하면 그의 ‘남은 역할’이 무엇이 될지 누구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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