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이튿날 그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의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행태가 부끄럽다”고 했다. 8월 10일에는 “정치의 영역이 검찰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아 염려된다”고 ‘이프로스’에 썼다.
문 전 지검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58·사법연수원 23기)과 악연이다. 그는 지난 2월 10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이 지검장을 겨냥해 “총장 지시를 거부했다고 하는데, 앞으로 저희 검사장들은 일선 검사를 어떻게 지휘해야 하느냐”고 면전에서 비판했다. 당시 이 지검장은 최강욱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현 열린민주당 대표)을 기소하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를 3차례나 거부했다.
법조계에선 문 전 지검장에 대한 좌천성 인사가 이 지검장을 비판한 일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대검 기획조정부장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 업무를 맡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다른 의견을 제시해 정권 눈 밖에 났다는 평가도 있다.
문 전 지검장은 이번 정권에서 성골 검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는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시절이던 2017년 12월 ‘다스 횡령 관련 의혹 고발사건 수사팀’ 팀장을 맡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이끌었다. 이듬해 6월 검사장에 승진했을 때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공치사라는 해석이 나온 이유다. 또 문 전 지검장은 최근 검찰 요직에 중용되고 있는 호남 출신(전남 영광)이기도 하다. 8·7 인사를 통해서도 검찰 ‘빅4’인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공공수사부장이 모두 호남 출신으로 채워졌다.
문 전 지검장은 사직 인사를 통해 “변호사로서 서초동에서 제 남은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운명의 물줄기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소설가 김훈은 지난해 7월 “악다구니, 쌍소리, 욕지거리, 거짓말로 날이 지고 샌다”고 했다. 서초동에 악다구니와 거짓말이 난무하면 그의 ‘남은 역할’이 무엇이 될지 누구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