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먹고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건만
생애 첫 왁싱… 털을 뽑는 고통
하얀 피부, 어느덧 사라지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홈트·등산으로 버티기
9월 7일 촬영한 이현준 기자의 몸. [홍중식 기자]
“전신 왁싱이라고요?”
“네, 전신이요.”
식단을 잘 지키고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담당 트레이너가 건넨 조언에 당혹감이 밀려왔다. 지금껏 기자는 하얀 피부가 좋아 ‘뭐 하러 일부러 살을 태우나’라고 생각했다. 태닝은 괜찮았다. 전신 왁싱이라니. 제모라고는 30년 삶 동안 수염을 면도한 것이 전부인 기자에겐 낯설고 꺼림칙한 일이었다. ‘바디프로필을 위해선 별 걸 다 해야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겠는가. 필요한 일이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법.
매일 아침 거울 볼 때마다 소년이 된 나
태닝 기계. 시간을 설정하고 기계에 누워있으면 된다.
왁싱 전(왼쪽)과 후(오른쪽). 왁싱을 하니 확연히 무모(無毛)해졌다.
생애 처음 받아보는, 그것도 은밀한 부위의 왁싱. 민망함이 밀려왔으나 고통 때문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뼈를 깎는 고통까지는 안 되겠지만 털을 뽑는 고통도 장난이 아니다. 강렬한 통증에 마치 피가 흐르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수십 번의 비명을 지른 끝에 왁싱을 마치니 피부가 확실히 깔끔해져 ‘태닝이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모(無毛)해진 몸에 대중목욕탕은 못갈 것 같지만, 일상생활은 훨씬 쾌적해졌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볼 때마다 소년이 된 기분이다.
태닝샵 관계자는 “피부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선 왁싱 후 3~4일이 지난 뒤 태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에 첫 태닝은 5일에 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몸에 태닝용 로션을 골고루 바르고 태닝 기계에 들어가 정해진 시간 동안 누워있었다. 다만 고른 태닝을 위해선 자세를 조금씩 바꿔야 했다.
태닝 기계는 생각보다 크고 신기하게 생겼다. 마치 SF 영화에 나오는 1인 우주선 같다고 해야 할까. 기계 이용 시간은 피부의 상태를 봐가며 5분으로 시작해 최대 15분까지 늘려가는 구조다. 예컨대 기자는 5일엔 5분, 두 번째 방문인 7일엔 7분을 받았다. 최소 3회 이상은 받아야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고 하는데, 기자는 2회 밖에 받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 큰 변화는 없다.
1회 당 소요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로션을 바르는 시간에 태닝까지 해서 길어야 20분을 넘기지 않는다. 다만 조금 번거롭다. 주 3회는 방문해야 하며 태닝 후 4시간은 물·땀이 닿으면 안 돼 필히 운동을 먼저 한 뒤 태닝을 해야 한다. 기자처럼 매일 운동을 하는(혹은 해야만 하는) 직장인으로선 태닝샵의 영업시간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일정 짜기가 어려울 수 있을 듯하다.
헬스장은 쉬지만 운동은 계속된다
5주차 운동.
이 밖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아침 대용으로 먹고 있는 ‘ABC 주스(사과·비트·당근 혼합 주스)’, 각종 영양제와 프로틴 쉐이크 등을 합하면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바디프로필 촬영 비용도 40~50만 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무지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바디프로필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인생 사진’ 하나 건지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먼저 도전한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기간이 일주일 연장됐다. 헬스장의 영업중단 기간도 덩달아 늘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궁여지책으로 ‘홈트’와 등산을 대안으로 택했다. 집에 있는 가구와 운동 기구를 총동원하니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운동이 많았다. 중량을 높일 수는 없었지만 저중량 고반복 원칙으로 근육의 갈라짐에 우선순위를 뒀다.
등산도 좋은 방법이다. 등산은 하체 근육을 강화해 주는데다가 체지방 연소에도 효과적이다. 야외 운동이라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도 장점. (그래도 마스크는 써야 한다. 그런데 쓰지 않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6일 찾은 관악산에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헬스장은 쉬어도 운동을 쉬지 않는 사람은 많다고 느꼈다.
헬스장이 쉬는 바람에 인바디(체성분 분석기)로 정밀한 측정을 하진 못했지만, 7일 체중을 재보니 87.7㎏가 찍혔다. 프로젝트 이전 91㎏대였던 체중을 감안하면 선방하고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고 헬스장이 언제 문을 열지 확실치 않아 불안하다. 초조한 마음에 25만 원을 들여 가정용 풀업기구 치닝디핑 머신과 풀업밴드·요가매트를 ‘플렉스’(구입)했다. 이제 65일이 남았다. 벌써 3분의 1 지점을 넘었다. 지금까지 들인 돈과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할 수 있는 것은 끝까지 다해봐야겠다.
5주차에 섭취한 식단.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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