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호

“수도권 고령 확진자 폭증…병상 없어 치료 못 받을 수도”

‘코로나 무증상 감염’ 해외 알린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 경고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0-08-20 13: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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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환자 수 급증, 적어도 2~3주 누적된 결과

    • 사랑제일교회가 지금 상황 초래한 것 아냐…깜깜이 환자 이미 누적

    • K-방역, 진단(Test)•추적(Tracing)•치료(Treatment) 3T 시스템 모두 무너졌다

    • 의료 인프라 한계 상황, 병원 못 가고 죽음 맞은 대구 환자 사례 재현 가능

    • 의료장비 부족보다 더 큰 문제는 환자 치료 인력 부족

    • 전국적 집단감염…대구처럼 전문 의료인력 수도권 집중 어려워

    • 코로나19 확산, 가장 강력히 대응해도 한 달은 이어질 것

    • 지금은 의료시스템이 우리를 구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

    • 각자 안전 위해 집에 머물러야 할 때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 [순천향대부천병원 제공]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 [순천향대부천병원 제공]

    “이대로는 며칠 못 버틴다. 당장 이번 주말부터 실제적인 피해 사례를 목격하게 될 수 있다. 걱정된다. 매우매우 걱정된다.” 

    김탁(41)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김 교수는 의료 현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관련 연구를 계속해온 의사다. 8월 초 의학 학술지 ‘JAMA internal medicine’(SCIE급)에 그와 순천향대 의료진이 함께 쓴 논문이 실렸다. 국내 생활치료센터에 격리된 코로나19 환자를 관찰한 결과, 증상이 없는 환자의 바이러스 배출량이 유증상자와 다를 바 없었다는 내용이다. 이 연구는 코로나19 무증상자가 질병의 ‘조용한 전파자’ 구실을 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보여줘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8월 6일 뉴욕타임스가 비중있게 보도했을 만큼 해외에서 큰 화제였다.
     
    8월 초 이와 관련해 김 교수를 인터뷰했을 때 그는 “무증상 환자까지 추적해 치료하는 한국 방역 시스템이 없었다면 쓰지 못했을 논문”이라며 ‘K-방역’에 공을 돌렸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8월 7일 9명이던 국내 지역발생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불과 일주일 만인 14일 85명으로 치솟았다. 이후 15일 155명→16일 267명→17일 188명→18일 235명→19일 283명→20일 276명 등으로 연일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전파확산 중심지가 서울 등 수도권이라는 점도 많은 이를 우려하게 만든다. 김 교수는 “이미 1~2주 전부터 코로나19 조짐이 이상했다. 지금 나타나는 수치는 적어도 2~3주간 누적된 결과로 보인다”고 입을 열었다.

    “K-방역의 세 기둥, 모두 흔들리고 있다”

     8월 19일 서울 성북구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8월 19일 서울 성북구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8월 9일 페이스북에 ‘느낌이 싸하다’는 글을 올렸다. 바로 다음날 ‘최근 일주일 상황은 5월 초 이태원에서 집단 유행이 시작될 때만큼 좋지 않아 보인다’는 글을 또 썼다. 아직 환자 수가 폭증하기 전이다. 그때 머잖아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을 예견했나. 

    “그 무렵 병원 선별진료소에 오는 코로나19 환자 상태가 전과 달랐다. 예전엔 초기 환자들이 다수였다. 언제부턴가 폐렴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들이 오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진단이 늦어지고 있는 걸로 보였다. 또 나름대로 정리한 데이터가 있는데, 그 추이가 심상치 않았다.” 

    -어떤 데이터 말인가. 

    “올 봄, 이태원과 부천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환자 수가 급증했다. 그때 ‘일일 신규 환자 수만 봐서는 위험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겠다’ 싶었다. 이후 매일 방역당국이 공개하는 현황 자료에서 수도권 지역사회 감염자 수와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 수를 정리했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던 무렵,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환자 수가 급증했다. 그전에 하루 평균 서너 명 수준이던 것이 갑자기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유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K-방역 시스템에 균열이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한테 경각심을 갖게 하고 싶어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김 교수는 이 대목에서 3T에 대해 이야기했다. 각각 진단검사(Test), 감염자 추적(Tracing), 그리고 치료(Treatment)를 의미한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검사와 무증상자까지 찾아내 격리•치료하는 감염자 추적 시스템은 K-방역의 특징으로 손꼽혔다. 적어도 8월 초부터 이 부분이 흔들렸고, 최근의 코로나19 환자 수 폭증은 그 결과물이라는 게 김 교수 진단이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71개 남았다

    -요즘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환자 수가 급증하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나 또한 사랑제일교회 발(發) 집단 감염이 많이 걱정스럽다. 하지만 사랑제일교회 때문에 지금 상황이 초래됐다고 보면 안 된다. 감염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환자가 이미 누적되던 상황이다. 거기에 사랑제일교회라는 폭탄이 더해지면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했다. ‘사랑제일교회가 문제’라고만 해서는 이 위기를 끝낼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 최근 국민들의 코로나19에 대한 위기의식이 많이 약해졌다. 진단검사 건수만 봐도 알 수 있다. 과거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는 하루 시행되는 진단검사가 2만 건에 육박했다. 많은 사람이 조금만 이상을 느껴도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지금은 어떤가. 환자 수 급등 소식이 연일 언론에 나오는데도 코로나19 신규 검사 건수가 8월 17일 채 1만 건이 채 안 된다. 내가 속한 조직이나 모임에 해를 줄까봐, 또는 ‘설마 내가 걸릴까’ 하는 마음으로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아 걱정이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통계에 잡히지 않는 환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들이 지역사회에서 ‘조용한 전파자’ 구실을 하면 바이러스가 더욱 빠르게 확산한다.” 

    김 교수는 “환자가 여기서 더 늘면 의료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한다. 그 경우 고위험군 환자 안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8월 19일 현재 수도권 지역 중환자 병상 339개 가운데 환자 입원이 가능한 병상은 71개에 불과하다. 전날 85개에서 하루 새 14개가 줄었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이어지면 이 병상으로 며칠을 더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최근 발생하는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60세 이상 고령자라는 점도 문제다. 20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288명(해외 유입자 포함) 가운데 88명(30.5%)이 60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누적 확진자 1만6346명 중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 24.6%(4022명)보다 높다. 중환자실이 없으면 이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렵다는 게 김 교수 설명이다. 

    -8월 18일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이 정례브리핑에서 “일반 병상에 장비를 설치해 중환자 병상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빨리 대처하면 중환자가 급증하기 전에 병상 수를 늘릴 수 있지 않나. 

    “그렇지 않다. 음압병실 만들고 인공호흡기를 들여놓는다고 해서 바로 중환자 치료가 가능해지는 게 아니다. 중환자실 처치는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 그 업무에 숙달된 의사, 간호사가 없으면 환자를 살려내지 못한다. 올 초 대구에서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았던 이유도 여기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당시엔 그래도 얼마 시간이 흐른 뒤 전국 의사들이 대구에 집결했다. 전문 인력도 상당수가 자기 병원을 뒤로 한 채 대구에 가서 힘을 보탰다. 이번엔 그때 같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왜 그런가. 

    “수도권 발(發) 집단감염 불똥이 전국으로 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어느 의사가 다른 지역을 돕겠다고 나설 수 있겠나. 게다가 수도권의 숙련된 의료진은 이미 중환자실에서 다른 환자를 돌보고 있다. 코로나19 중환자가 계속 늘면 이제 누구를 먼저 치료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정부가 민간병원에 협력을 요청해, 상대적으로 긴급도가 떨어지는 수술이나 처치를 뒤로 미루지 않으면 병상과 인력을 제때 코로나19 대응에 투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대구에서 봤던 비극이 재현될 수 있다. 그 부분이 가장 걱정된다.”

    “병실 못 가고 사망한 대구 환자 사례, 서울서 재현되면 어쩌나”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8월 19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온라인으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서 권한대행은 “사랑제일교회 관련 진단검사 및 역학조사 과정에서 행정력과 예산 낭비를 초래한 부분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8월 19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온라인으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서 권한대행은 “사랑제일교회 관련 진단검사 및 역학조사 과정에서 행정력과 예산 낭비를 초래한 부분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구체적으로 어떤 말씀인가. 

    “올 3월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병실을 못 구해 집에서 대기하다 세상을 떠났다. 정말 가슴 아팠던 일이다. 지금 우리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이번 주말 수도권에서 또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안이하게 판단하면 안 된다. 중환자 치료인력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민간병원 협조를 구하지 못하면 병상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간이 별로 없다.” 

    -최근 의대정원 확대 이슈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는데.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일단 의대정원 관련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정부가 정책 철회까지는 못해도 최소한 추진 보류를 선언하고, 의사단체도 코로나19 대응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금은 양보하는 사람이 이기는 때다. 국민 생명이 걸린 문제 아닌가.” 

    -그 외 당장 해야 할 일이 더 있나. 

    “정부가 코로나19 환자 수 급증에 대비해, 가정간호 관련 지침을 만들면 좋겠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으면 중환자 병상뿐 아니라 일반병상, 생활치료센터까지 부족해질 수 있다. 대구에서의 경험을 참고해, 자택에서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금세 정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나. 

    “아주 강력한 방역조치를 시행해도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까지 최소 한 달은 걸릴 것이다.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위기가 두세 달 넘게 이어질 수도 있다. 조만간 호흡기 감염병이 증가하는 가을이 온다. 코로나19와 호흡기질환이 뒤섞이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올 초, 우리는 코로나19 방역을 철저히 한 덕분에 호흡기 감염병 발생률까지 크게 낮추는 성과를 냈다. 다시 한 번 그때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가 더 늦기 전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지금은 정부 조치를 기다릴 때가 아니다. 정부가 3단계 발표를 하든 안 하든, 국민 스스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모습으로 사는 게 자신과 가족, 사회를 구할 방법이다.” 

    김 교수는 이렇게 말하다 “이제는 정말 필수적인 활동을 제외하고는 집에 머물러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지금은 집에 머무를 때”

    정부가 6월 발표한 ‘거리 두기 단계별 기준 및 실행 방안’에 따르면 아직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발효할 때가 아니다. 당시 정부는 △2주 이상 하루 확진자 수가 100~200명 이상이거나 △일일 확진자가 전날 대비 2배가 되는 ‘더블링’ 상황이 한 주에 2번 이상 발생할 경우 등을 3단계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10인 이상 집합과 모임 등이 금지되고 △학교 및 유치원은 전면 원격수업이나 휴업으로 전환된다. 결혼식장, 종교시설 등도 문을 닫는다. 현재는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집합·모임·행사 등이 금지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태다. 김 교수는 “정부는 스스로 정한 기준에 따라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각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의료시스템이 우리를 구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에이, 설마’ 하는 생각은 자신과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정부가 뭔가 결정해줄 때까지 기다리지 마세요. 스스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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