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호

스텔스구축함 KDDX, 美이지스 넘본다!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0-08-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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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군KDDX⓵]

    • 2030년대 중반까지 6척 수주

    • 1척당 건조 비용 9000억 원, 총사업비 7조8000억 원

    • 탄도미사일 탐지 및 추적

    • 유사시 中·日 이지스함과 맞서

    • ‘군함 한류’에 힘 더욱 실릴 듯

    *‘신동아’는 ‘해군 KDDX’를 8월 12일, 13일, 14일 오전 10시 총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 기사는 그 첫 번째입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모형. [방위사업청 제공]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모형. [방위사업청 제공]

    2020년 대한민국 방위산업계 최고의 핫이슈는 누가 뭐라 해도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KDDX)이다. 이 사업은 2030년대 중반까지 국내 독자 기술로 고성능 구축함 6척을 건조해 2000년대 초반부터 KDX-2 사업을 통해 배치된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을 대체하는 사업이다.

    KDDX는 어떤 사업인가

    이 사업은 원래 해군이 제7기동전단을 창설하고 작전 대상 해역을 크게 넓힘에 따라 기동전단의 구축함 전력 보강을 위해 소요가 제기돼 2019년부터 2026년까지 6척이 KDX-IIA라는 명칭으로 배치될 예정이었다. 우선순위에서 밀려 사업 일정이 늦춰졌다가 KDDX 사업으로 더욱 강해졌다. 

    2009년 국정감사 자료에서 처음 그 존재가 확인된 KDX-IIA 프로그램은 해군의 기동함대 구상과 맞물려 ‘미니 이지스함’을 다수 건조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시작된 사업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기동전단을 창설하며 양적 확충에 나섰던 해군이 신형 구축함을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자 방산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지스 시스템을 제조하는 미국 록히드마틴이 한국 현대중공업과 손잡고 ‘IAED(International Advanced Aegis Destroyer)’라는 모델을 들고 나온 것이다. 



    해양방산전시회를 통해 그 면모가 공개된 IAED 모델은 충무공 이순신급의 선체를 확장해 록히드마틴의 SPY-1F 위상배열레이더와 이지스 전투체계를 얹은 설계안이다. 노르웨이의 프리초프 난센(Fridtjof Nansen)급 방공 호위함에 탑재된 이 레이더는 세종대왕함에 탑재된 SPY-1D(V) 레이더의 소형함 버전으로 탐지거리, 동시대응능력이 SPY-1D(V)보다 다소 떨어지는 염가형 제품이다. 

    록히드마틴 등은 충무공 이순신급 선체를 기반으로 SPY-1F와 이지스 전투체계를 장착하고, Mk.41 수직발사기 32셀 또는 48셀에 SM-2 함대공 미사일과 대잠 미사일을 싣고, 외부 발사기에 하푼 함대함 미사일 8발과 RAM 발사기 등을 장착한 설계안을 내놓았다. 

    방산업계에서 제시한 ‘미니 이지스함’ 가격은 1척에 6000억~8000억 원 수준이었다. 당시 전력화를 준비 중이던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의 1척 획득 비용이 1조 원 수준이었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상당히 떨어지는 제안이었고, 이 때문에 해군이 이 제안을 외면하면서 ‘미니 이지스함’ 구상은 사장됐다.

    한국 군함 설계 기술 뽐낼 ‘큰 판’

    세종대왕 이지스 구축함. [해군 제공]

    세종대왕 이지스 구축함. [해군 제공]

    착실하게 차기 구축함 사업을 진행하던 해군은 2011년 전력화 계획에 KDDX라는 명칭으로 6척 소요를 반영하는 데 성공했고, 2019년부터 2026년까지 초도함 6척을 건조해 기동함대에 배치한다는 전력화 일정을 짰다. 이 계획이 발표되자 2020년대 중반이면 유사시 주변국 해군에 대응할 수 있는 기동함대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안보 환경의 변화는 차기 구축함 사업 일정에 변화를 가져왔다.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이 심화됨에 따라 군은 탄도미사일 대응 능력을 갖춘 이지스 구축함 추가 소요를 제기했고,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을 개량한 배치(batch)II 3척 건조를 결정했다. 4조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으로 인해 KDX-IIA 사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2020년대 후반에 착수하는 것으로 일정이 연기됐다. 

    사업 일정이 뒤로 늦춰지면서 일각에서는 해군 전력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사업 일정의 조정은 오히려 KDDX에 ‘약’이 됐다. KDDX 체계 개발에 들어가기 전 세종대왕급 배치II 사업과 한국형 호위함 사업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첨단 무기가 개발·평가됐고, 이를 통해 10년 전 구상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첨단 기술이 대거 소요 기술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군은 2017년 4월, 국방기술품질원에서 선행연구 용역을 진행하면서 KDDX에 요구되는 주요 성능과 제원의 가이드라인을 짰고, 2019년 시작된 탐색 개발을 통해 KDDX의 방향성과 개발에 반영돼야 할 첨단 기술의 목록을 정리했다. 

    탐색 개발(개념 구상 후 이뤄지는 시험적 개발)을 완료한 군은 2020년 4월, 제126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KDDX 전투체계 체계개발 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목표 성능을 확정했는데, 이렇게 확정된 목표 성능은 10년 전 KDX-IIA가 추진되던 당시 요구되던 성능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군은 KDDX의 핵심 임무로 대공(對空)·대함(對艦)·대지(對地)·대잠(對潛) 능력은 물론 탄도탄 탐지·추적을 명시했다. 방공 전투함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능력을 갖추되,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강화에 대비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 능력을 추가한 것이다. 

    이러한 요구 성능 확대에 따라 덩치도 커졌다. 당초 KDX-IIA는 기동함대의 질적 주력인 1만t급 대형 이지스 구축함을 보조하는 6000t급 중형 구축함으로 기획됐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KDDX는 만재 배수량이 8000t에 육박하는 대형 전투함이자 해상에서 예측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처 가능한 주력함 수준의 전투함을 만드는 사업으로 판이 커졌다. 최근 세계 전투함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군함 설계 기술을 한껏 뽐낼 수 있는 큰 판이 열린 것이다.

    비싼 만큼 강력하다

    단일 사업 규모로는 F-35 전투기 40대를 도입하는 7조77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 다음으로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KDDX의 사업비는 7조 원(전투체계 개발과 기타 비용 8000억 원 포함 시 7조8000억 원)에 달한다. 해군은 북한 위협 외에도 중국 북해함대와 동해함대, 일본 해상자위대의 위협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 건설을 추진한다. 

    8000t급에 육박하는 대형 전투함이 될 KDDX의 1척당 건조 비용은 9000억 원(개발비 등 기타 비용 포함 시 1조3000억 원)에 육박하며, 이 구축함 건조를 위한 각종 하위 시스템 개발과 생산에 2조 원 가까운 예산이 책정돼 있다. 도대체 이 배의 가격은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KDDX의 사업비용이 이토록 상승한 것은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요구 성능이 일반적인 방공 구축함을 압도하는 주력 이지스 구축함 수준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KDDX는 대공(對空)·대함(對艦)·대지(對地)·대잠(對潛) 임무는 물론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장기적으로는 요격 임무도 맡을 예정이다.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려면 다양한 센서와 무장이 들어가야 해 당연히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우선 대단히 비싼 센서가 탑재된다. 기존의 충무공 이순신급의 대공 레이더는 5500t급 구축함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염가형 기계식 레이더 MW-08이 채택됐다. 여기에 AN/SPS-49(V)와 같은 2차원 대공 레이더나 STIR240 사격통제레이더 등 다양한 레이더가 마스트(Mast)로 불리는 철탑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그러나 KDDX는 모든 센서를 통합 마스트(Integrated Mast), 즉 거대한 스텔스 구조물 안에 모두 집어넣었고 레이더도 이지스 레이더에 버금가는 고성능 레이더로 교체했다. 

    기존의 이지스 레이더는 장거리 탐색에 유리한 S밴드 단일 대역 레이더다. S밴드는 대단히 먼 거리의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데 유리하지만, 상대적으로 파장이 길어 정밀 추적 능력은 떨어진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조밀한 파장을 가진 X밴드를 소형 표적에 대한 정밀 추적 용도로 사용하는데, 미국 해군의 경우 차세대 이지스 레이더인 AMDR(Air-Missie Defense Radar) 개발 과정에서 S밴드와 X밴드를 동시에 적용하는 듀얼 밴드 레이더 개발을 추진한 바 있다. 

    듀얼 밴드 레이더는 이론상으로는 대단히 효율적이지만, 상호 전파 간섭 문제와 비용 상승 문제 때문에 채택이 쉽지 않은 시스템이다. 하지만 KDDX는 장거리 탐지 추적과 요격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통합 마스트 안에 2가지 대역의 주파수를 모두 사용하기로 하는 파격적 결단을 내렸다. 이 기술적 모험이 성공할 경우 KDDX는 장거리 탐지 추적과 요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미국도 갖추지 못한 능력이다. 세계 최정상급 레이더를 탑재한 전투함이 되는 것으로 당연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완벽한 라인업 갖춘 국산 ‘미사일’ 탑재

    무장 역시 어마어마하다. 한국은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이후 크기 대비 강력한 무장을 선호해 왔다. KDDX도 마찬가지다. KDDX에는 충무공 이순신급과 세종대왕급, 대구급에 적용된 한국형 수직발사기 KVLS보다 면적은 180%, 길이는 120%, 탑재 중량은 185% 증가한 차세대 수직발사기 KVLS-II를 64셀 탑재할 예정이다. 

    이 수직발사기에 탑재가 확정된 무장은 완벽한 라인업을 갖춘 국산 미사일이다. 공격 무기로는 최장 1500㎞ 떨어진 곳의 지상 표적을 족집게 타격할 수 있는 함대지 순항 미사일을 비롯해 적 잠수함을 잡는 홍상어 대잠 미사일,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 초음속 대함 미사일이 탑재된다. 

    방어용 무기로는 1셀 4발의 쿼드팩 형태로 탑재되는 해궁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을 비롯해 현재 개발 중인 천궁 기반 중·장거리 함대공 미사일이 탑재된다. 군은 고성능 레이더와 장거리 레이더를 결합해 장기적으로 KDDX에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 정도 무장 능력은 주요 선진국의 대형 주력 수상전투함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다. 

    KDDX는 잠수함이 우글거리는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적 잠수함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격파하기 위한 차세대 대잠 장비도 기본 옵션으로 갖추고 있다. 기존 전투함은 선체 하단에 고정 장착된 소나(Sonar)를 이용해 수중의 잠수함을 찾았다. 이러한 방식은 기술적으로 단순하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소나와 잠수함 사이의 거리·심도 차이에 따른 매질 변화 때문에 잠수함을 효과적으로 찾아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KDDX는 선체에 장착하는 소나는 물론 긴 와이어로 끌고 다니는 예인식 소나, 해상작전헬기의 디핑(Dipping) 소나 등 다양한 센서가 탐지한 정보를 융합해 적 잠수함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멀티 스태틱(Multi-Static) 방식의 소나 시스템을 채용할 예정이다.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러한 성능을 가진 전투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상당한 모험이 될 것이고, 당연히 비용도 높을 수밖에 없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대한민국은 첨단 반도체와 전자기기, 조선산업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강국이다. 그 강국의 여러 업체가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2회에 계속>

    ①스텔스구축함 KDDX, 美이지스 넘본다!
    ②해군 첫 스텔스구축함 전투체계 수주戰…한화시스템 vs LIG넥스원 승자는?
    7조 스텔스구축함 사업 놓고 현대重-대우조선 한판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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