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호

기업언박싱

코로나 팬데믹에 '동원'이 날아오른 이유

일찌감치 투자한 참치캔 사업, 韓美에서 동반 대박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0-08-18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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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봉쇄로 가공식품 매출 증가

    • 장기간 보관되는 참치캔에 소비자 관심 집중

    • 미국선 소매점 사재기 탓에 구매 수량 제한

    • 자가격리자 구호 물품으로도 수요 증대

    •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참치캔 시장 계속 성장할 것”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적으로 참치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제공 동원그룹]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적으로 참치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제공 동원그룹]

    “세계 참치캔 시장 규모는 2019년 77억4000만 달러(약 9조2000억 원)에서 2027년 92억2000만 달러(약 10조9000억)로 성장할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이러한 전망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있다. 

    올 상반기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억제를 목표로 강력한 봉쇄(록다운) 정책을 폈다. 시민의 집밖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자연스레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가공식품에 소비자 관심이 쏠렸다. 미국에서는 특히 참치캔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최근 미국에서 참치캔이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는 개당 약 1달러(약 1200원) 수준인 참치캔 소비가 급증하자 유통업체 코스트코가 1인당 구매수량을 제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참치캔 생산 업체들이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는 대목도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참치캔 점유율 1위 업체 ‘스타키스트’의 2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5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원산업 2분기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

    2008년 6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원그룹의 스타키스트 인수 체결식.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왼쪽)이 데이브 메이어스 델몬트 최고재무책임자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 동원그룹]

    2008년 6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원그룹의 스타키스트 인수 체결식.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왼쪽)이 데이브 메이어스 델몬트 최고재무책임자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 동원그룹]

    나라밖 소식을 길게 전한 건 스타키스트가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동원참치’로 유명한 동원그룹은 2008년 6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영난을 겪던 스타키스트를 3억63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스타키스트는 이후 반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미국 시장점유율을 2008년 35%에서 2017년 46.1%로 끌어올렸다. 이 회사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동원산업의 ‘효자’ 구실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8월 3일 동원산업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증가한 7209억 원, 영업이익은 55.4% 늘어난 898억 원으로 나타났다. ‘어닝 서프라이즈’로 불린 이 실적 배경에 바로 스타키스트의 미국 내 ‘대박’이 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3월부터 스타키스트 매출이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늘었다”며 “3분기에도 스타키스트가 계속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과실’은 고스란히 동원산업 몫이 될 전망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유행 후 참치캔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3월부터 6월 사이 국내 참치캔 매출(선물세트 제외)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2%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에서와 같은 참치캔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코로나19 자가격리자에게 구호물품을 제공하는 지방자치단체 등을 중심으로 참치캔 수요가 늘어난 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국제 참치정보제공 사이트 에이튜나닷컴(atuna.com)에 따르면 참치캔은 최근 코로나19 피해를 겪고 있는 세계 많은 나라에서 구호물품으로 사용된다. 참치의 단백질 함량은 27.4%로, 돼지고기(19.7%), 쇠고기(18.1%), 닭고기(17.3%)보다 높다. 또 참치캔 유통기한은 상온에서 7년에 달할 만큼 길다. 영양가가 높고 보관이 쉬운 특성 때문에 참치캔은 일찍부터 재난 상황에서 피해자 구호용으로 주목받았다. 2017년 허리케인 ‘하비(Harvey)’가 미국 남부를 강타해 4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도, 피해지역에 참치캔이 비상식량으로 대규모 공급됐다.

    고단백 장기보관 식품으로 재난 상황에서 인기

    코로나19 이후 국내외에서 참치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참치캔 시장 점유율 1위 업체 동원F&B에도 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최근 공시에 따르면 동원F&B 2분기 매출액(7572억원)과 영업이익(168억원)은 모두 작년 동기에 비해 늘었다. 증가율은 각각 6.8%, 16.1%다. 

    동원F&B 일반식품 부문만 놓고 보면 성적표가 더 좋다. 2분기 영업이익 10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5% 뛰었다. 참치뿐 아니라 국물요리 등 상온 가정간편식(HMR), 냉동식품 등이 고루 판매 호조를 보이며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반면 외식 및 단체급식 분야가 역성장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동원F&B의 급식 및 식자재 관련 자회사 이익이 줄었다. 그것이 일반식품 부문의 실적 개선 효과를 상쇄시킨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참치캔은 동원그룹이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된 상품이기도 하다. 김재철 동원그룹 창업주는 1960년대부터 바다를 누비며 참치를 잡은 ‘원양어선 선장’ 출신이다. 그가 참치캔 생산 및 판매로 사업 분야를 확대하기로 마음먹은 건 1981년 6월, 미국 LA에 있는 스타키스트 공장을 방문한 뒤부터라고 한다. 스타키스트는 당시 세계 1위 참치캔 업체였다. 그 회사 생산 현장을 보고 “우리나라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는 귀국 후 바로 제품 개발에 착수해 이듬해 11월, 국내 최초의 참치캔을 시장에 선보였다. ‘동원참치 살코기캔’이 그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채 1300달러가 안 되던 시절, 참치캔이 바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사업 초기 5~6년 동안은 업황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로 참치캔 소비가 급증했고, 동원그룹은 과거의 ‘롤모델’ 스타키스트를 인수할 만큼 크게 성장했다.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참치캔 소매시장 규모는 3600억 원 수준이다. 동원F&B는 현재 이 시장에서 점유율 80% 이상의 압도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도 가공식품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동원F&B가 안정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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