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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광풍에 절망 2030 “금수저 아니면 전세도 ‘영끌’해야”[사바나]

“살(buy)집 말고 살(live)집 필요해”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부동산 광풍에 절망 2030 “금수저 아니면 전세도 ‘영끌’해야”[사바나]

  • ● 이생집망? 투룸 전세가 목표가 된 사회초년생들
    ● 전세 ‘영끌’ 하면 월 이자나 월세나 ‘거기서 거기’
    ● “결혼 안 하면 집 사지 말란 말인가”
    ● 신혼부부도 경쟁률 133대 1 뚫어야
    ● 부모찬스 없으면 이자·월세 부담 벅차
사바나 초원처럼 탁 트인 2030 놀이터.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부동산 올랐다 해도 나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다. 대책도 별 관심 없다.” 

2년차 직장인 황모(26) 씨는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 23.14㎡(7평) 원룸에 친구와 함께 거주한다. 보증금 2000만 원과 월세 80만 원을 친구와 나눠 낸다. 그는 9월 말 계약이 끝나면 근처에서 혼자 살 원룸을 알아보고 있다. 황씨는 “월세를 아끼려 친구와 함께 살았는데 혼자만의 공간에서 지내고자 각자 살기로 결정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원룸 시세는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50만 원. 황씨는 “매달 나가는 월세가 걱정이지 뉴스에 나오는 십 몇 억 원씩 한다는 아파트는 딴 세상 이야기”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2030세대의 부동산 패닉바잉(Pannic Buying·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으로 물건을 사들이는 일) 관련 기사가 쏟아진다. 통계청 추산에 따르면 5월 거래된 서울 아파트 매매 4328건 중 2030 세대의 매매 비중은 32.1%(1391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에게 서울 부동산 매매는 언감생심이다. 전셋집도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해야 겨우 입주할 수 있다.

전세 ‘영끌’ 하면 월 이자나 월세나 ‘거기서 거기’

월세 부담에 황씨는 전셋집도 알아보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황씨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운용하는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최대 1억 원을 빌릴 수 있으며 금리는 1.2%에 불과하다. 좋은 조건이지만 전셋집을 구하는 것을 사실상 포기했다. 황씨는 “중소기업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면 계약과정이 복잡해 집주인이 전세 주기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에서 해당 대출로도 구할 수 있는 집을 보여줬는데 골목길에 있는 40년 된 건물에 있었다. 집 내부가 영화 ‘황해’에 나오는 곳 같아 돌아 나왔다”고 말했다. 



대기업 직장인 4년차 권모(28) 씨는 내년 투룸 전셋집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지금은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월세 51만 원을 내고 10평(33.06㎡) 원룸에 산다. 인근 15~20평(49.59~66.12㎡) 투룸 전세 가격 시세는 구축 신축 여부 등에 따라 1억5000만 원에서 2억5000만 원 선이다.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3년간 월급의 절반이 넘는 150만 원을 매달 적금으로 부었지만 전세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권씨는 “현재 자산은 원룸 보증금으로 들어간 3000만 원, 적금 5000만 원이 전부다. 나머지는 대출받거나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 중소기업 전세자금 대출 대상이 아니라 이자가 3% 수준인 은행 대출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20대 후반 A씨는 서울 관악구 12평 투룸 빌라의 전세금 2억1000만 원을 전부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이자율 3.3%를 적용받아 만기까지 2년간 매달 57만5000원을 은행에 내야 한다. A씨는 “7평(23.14㎡) 원룸에 월세로 살던 때와 비교하면 집은 넓어졌지만 주거비로 들어가는 비용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6월 기준 서울 원룸 월세값 평균은 56만 원이다. 

7월 31일부터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돼 A씨는 2년간 전세로 더 살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얻었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면 다른 집을 알아봐야 한다. A씨는 “지난해 대출을 받을 때 은행 직원이 ‘그래도 대기업에 다니니 대출 승인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퇴사 후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어 대출 갱신은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결혼 안 하면 집 사지 말란 말인가”

정책상 신혼부부에게 돌아가는 주택 관련 혜택이 많다. 신규 주택 분양의 20~30%는 결혼기간이 7년 이내인 부부에게 우선 공급된다. 공공임대주택 역시 신혼부부에게만 제공되는 가구수가 따로 정해져 있다. 주택도시기금은 1.5~2.1% 금리로 최대 2억2000만 원의 전세자금을 신혼부부에게 제공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상반기 1만 쌍의 신혼부부에게 소득구간에 따라 최고 1.5% 금리로 전세금을 대출해 줬다. 

결혼 대신 동거를 꿈꿨다는 A씨는 최근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는 “주변 신혼부부들이 싼 대출이자로 강남에 있는 20평형대 아파텔(중형 오피스텔)에 들어갔다. 대개 전세금이 4억 원인데 이자는 투룸에 사는 나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 집을 사거나, 넓히기 위해서는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직장인 권씨는 “돈을 모아 보니 부부가 경제 공동체라는 말이 와닿는다. 아무래도 둘이 모으면 내 집 마련에 더 가까이 가지 않겠나. 대출도 각자 회사에서 따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혼하더라도 아파트 취득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결혼 1년차인 장모(34) 씨는 현재 서울 도봉구의 한 빌라에 살고 있다. 전세보증금은 1억3000만 원. 그는 역세권 30평형대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꿈이다. 장씨는 “매일 한국감정원 청약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마음에 드는 분양 아파트가 나오면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청약을 넣어보지만 추첨에 당첨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7월 14일 분양한 서울 성북구 ‘롯데캐슬 트윈골드’ 신혼부부 특별공급 경쟁률은 133대 1에 달한다. 

고소득자 부부는 혜택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금융권에서 일하는 김모(27) 씨는 2021년 1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예비 배우자와 연봉을 합치면 1억 원이 넘어 결혼하더라도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씨는 “청약 통장도 만들지 않았다. 전세금이 8억~9억 원 수준인 서울 용산구 소재 아파트를 목표로 돈을 모으고 있다. 2년 뒤 신용대출 및 회사 대출까지 끌어모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월세는 내더라도 보증금은 부모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황씨는 “직장 생활 1년차에 세금 떼고 월 180만 원을 손에 쥐었는데 적금 들 여력이 없었다. 보증금이 늘어나면 그 역시 도움을 받아야 한다. 부모님께 돈을 받지 않으면 빌려야 하는데 월세에다 이자를 감당하기엔 벅차다”고 말했다. 권씨 역시 “대학 때부터 부모님이 보증금을 내주셨는데 그 돈은 갚지 못하고 전세 자금으로 쓸 것 같다”고 전했다.

부모찬스 없이는 월세방 보증금에 딸린 이자도 내야

8월 7일 서울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매물 정보란. [뉴스1]

8월 7일 서울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매물 정보란. [뉴스1]

마포구 한 부동산중개업자 B씨는 부모찬스의 신세계를 들려줬다. B씨는 “20대가 아파트 매물을 보러 오기도 하는데 부모님과 함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해 증여하는 ‘부담부증여’를 하려는 것인데 이 경우 전세보증금을 뺀 차액에만 양도세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가령 10억 원 아파트의 경우 전세보증금이 7억 원이라면 부모가 자녀에게 이를 증여할 때 차액 3억 원에 대한 증여세만 내면 된다는 의미다. B씨는 “자녀가 주택 구입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부모 신용카드로 생활비를 쓰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황씨는 “부모님 카드는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 같은 이야기다. 보증금을 부모님께 받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치솟아 사회초년생이 내 집 마련을 계획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앞으로 집값이 떨어지지 않으면 이들의 좌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대출 규제를 완화해 고소득자에게 집을 마련할 기회를 주고 저소득자에게는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동아 2020년 9월호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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