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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갑’ 맘스터치의 변심? 이러다 탈 날라!

[유통 인사이드] ‘각성’ 맥도날드에 치이고 ‘야심’ 노브랜드에 받히고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가성비 갑’ 맘스터치의 변심? 이러다 탈 날라!

  • ● 대표 메뉴 싸이버거 가격 11.8%↑
    ● 사모펀드로 주인 바뀌고 단기 수익성 제고 꾀하나
    ● 위기 겪던 맥도날드, 1~4월 매출 전년 대비 9%↑
    ● 신제품 봇물 버거킹, 2년 새 영업이익 12배↑
    ● 가성비 노브랜드 버거, 직영매장 36곳으로 늘어
    ● 롯데리아 ‘폴더버거’, 한 달 만에 180만 개 팔아
단종됐다 재출시된
맘스터치의 할라피뇨 통살버거. [맘스터치 제공]

단종됐다 재출시된 맘스터치의 할라피뇨 통살버거. [맘스터치 제공]

“맘스터치 ‘할라피뇨 통살버거’, 마니아층의 뜨거운 러브콜에 화려하게 부활.” 

지난 7월 초 햄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로 이름이 알려진 해마로푸드서비스가 이런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놨다. 맘스터치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할라피뇨 통살버거’라는 제품을 소비자의 요청으로 다시 내놨다는 내용이다. 

이 자료에는 최근 CJ제일제당과 빙그레 역시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내놓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요즘 식품업체들이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제품을 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팬슈머’의 사례라는 게 맘스터치 측의 설명이다. ‘팬슈머(Fansumer)’는 ‘팬(Fan)’과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단순 소비를 넘어 제품의 기획과 제조, 유통 등의 과정에 직접 참여해 상품과 브랜드를 키워내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다. 이 자료는 실제 여러 매체를 통해서 보도됐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이나 맘스터치의 단골들은 이 자료에 고개를 갸웃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할라피뇨 통살버거가 단종된 것은 겨우 한 달 전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뜨겁게 러브콜을 할 정도의 ‘인기’ 메뉴가 단종됐다가 곧장 재출시된 이유는 무엇일까. 

맘스터치는 지난 6월 초 자사의 메뉴를 리뉴얼(renewal)했다. 메뉴가 많다 보니 매장 운영이 효율적이지 않아 인기 제품을 선별해 판매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즉 잘 팔리는 메뉴를 골라 팔겠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할라피뇨 통살버거를 팔지 않기로 했다.



싸이버거, 3400→3800원

그러자 소비자들은 강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할라피뇨 통살버거는 지난 2011년 출시된 제품으로 알싸한 할라피뇨 맛 덕택에 마니아층이 많았다. 결국 맘스터치는 이 제품을 한 달 만에 다시 팔기로 했다. 

이런 결정에 환호하는 소비자들도 있었을 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맘스터치가 메뉴를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시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세 재출시할 제품이라면 처음부터 단종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논리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을 고려하면 ‘재출시’라기보다 ‘번복’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맘스터치 측에서 이를 팬슈머의 사례로 내세운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다른 해석도 있다. 맘스터치가 최근 자사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지자 이번 일을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맘스터치는 메뉴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가격 조정도 단행했다. 메뉴에 따라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전체 메뉴 가격의 평균을 내면 0.9% 인하됐다는 게 맘스터치 측 설명이었다. 하지만 버거류만 따지면 가격을 평균 0.8% 올렸다. 

가격을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했으니 다소 복잡해 보인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단순한 사실에 주목했다. 맘스터치 대표 제품들의 가격이 올랐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도) 갑’으로 꼽히는 싸이버거의 단품 가격은 3400원에서 3800원으로 11.8% 올랐다. 싸이버거 세트의 경우 5600원에서 5800원으로 올랐고, 언빌리버블 버거 세트라는 인기 메뉴 역시 7000원에서 7100원으로 올랐다. 

소비자들은 반발했다. 특히 맘스터치의 경우 그간 ‘가성비 갑’ 햄버거 프랜차이즈로 명성을 쌓았던 터라 반감이 컸다. 일각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돌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들이 맘스터치가 햄버거 패티 사이즈를 줄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맘스터치가 제품 가격도 올리고 재료비도 줄이면서 수익성만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는 사실과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맘스터치 햄버거의 패티는 여전히 경쟁사보다 큰 사이즈로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맥도날드라는 반면교사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 [맥도날드 제공]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 [맥도날드 제공]

업계에서는 맘스터치가 이런 루머가 횡행하는 상황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맘스터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들이 맘스터치에 의구심을 갖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맘스터치의 주인이 지난해 11월 사모펀드 운용사인 케이엘앤파트너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통상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면 투자 자금 회수 등을 위해 단기간에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인수한 회사를 더 비싼 값에 되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가격 조정과 메뉴 리뉴얼 역시 수익성 제고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물론 대주주와 기업이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게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그 방식을 택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제품의 질을 높여 소비자를 끌어들이기보다는 단순히 가격을 올리거나 메뉴를 줄여 비용을 아끼는 식이면 장기적으로는 되레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는 전례가 있다. 맥도날드는 수년 전 수익성을 높이겠다며 제품 가격을 올리고 비용을 줄인 탓에 점차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반전이 벌어졌다. 다시 제품의 질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이면서 매출이 상승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초 맥도날드의 앤토니 마티네즈 대표가 취임 3개월 만에 공식 행사에 나타났다. 온라인 영상을 통해 앞으로 한국맥도날드가 나아갈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행사의 타이틀은 ‘베스트 버거로의 초대’였다. 

이날 행사는 마티네즈 대표가 취임한 뒤 한국맥도날드가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얼마 전부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맥도날드 햄버거 맛이 좋아졌다’라는 리뷰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얘기가 나온 이후 한국맥도날드는 ‘베스트 버거’라는 정책을 최근 국내에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베스트 버거란 식재료와 조리 프로세스, 조리 기구 등 전반적인 과정을 개선해 더 맛있는 메뉴를 제공하겠다는 맥도날드의 정책이다. 한국맥도날드 측이 베스트 버거 정책을 적용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기도 전에 소비자가 먼저 눈치챈 셈이다. 

마티네즈 대표가 한국인의 미각을 치켜세운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이날 “한국 고객은 맛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섬세한 미각을 지녔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에 따르면 올해 1~4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증가했다. ‘베스트 버거’ 정책을 도입한 게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에는 가격을 올렸는데도 제품의 질이 떨어져 소비자들이 금세 외면했다. 하지만 맥도날드가 ‘제자리’로 돌아오자 그간의 논란을 뒤로하고 많은 이가 맥도날드를 찾아 매출도 덩달아 올랐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맘스터치가 예전 맥도날드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운영사인 해마로푸드서비스 처지에서도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그간 맘스터치를 즐겨 먹던 소비자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은 아니다.

버거킹 선전에 노브랜드 버거 습격까지

롯데리아가 내놓은 폴더버거. [롯데리아 제공]

롯데리아가 내놓은 폴더버거. [롯데리아 제공]

업계에는 맘스터치가 참고할 만한 또 하나의 좋은 사례가 있다. 버거킹 역시 해마로푸드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사모펀드 운용사가 대주주로 있다. 버거킹은 지난 2016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라는 곳에 인수됐다. 이후 버거킹은 회사의 체질을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간 통새우와퍼와 붉은대게와퍼, 몬스터와퍼 등 신제품을 꾸준히 내놓은 것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때문일까. 버거킹을 운영하는 비케이알의 매출은 지난 2017년 3459억 원에서 지난해 5028억 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15억 원에서 181억 원으로 급증했다. 

요즘 들어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의 경쟁은 눈에 띄게 치열해졌다. 햄버거 신제품에 대한 정보나 재료의 변화 등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확산해 소비자의 반응 역시 민감하게 나타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업체는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다. 노브랜드 버거는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PB)인 ‘노브랜드’를 이름으로 내건 만큼 가성비를 앞세운다. PB란 유통업체가 자체적으로 만들어 내놓은 제품에 붙이는 브랜드로 가격이 저렴한 경우가 많다. 

노브랜드 버거는 지난해 8월 얼개를 드러낸 뒤 꾸준히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노브랜드 버거 주요 매장에서는 하루 1000개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개장 10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300만 개를 넘어섰다. 직영매장 수는 36곳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가맹사업을 시작하기로 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가맹사업을 활용하면 직영 체제와 달리 빠르게 몸집을 키울 수 있다. 많은 예비 창업주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브랜드 버거가 가성비를 앞세워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사실은 그간 ‘가성비 갑’으로 평가받던 맘스터치로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다. 

이 밖에도 맘스터치와 매장 수 1위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롯데리아는 최근 ‘폴더버거’라는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벌인 마케팅 전략이 성공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롯데리아는 이 제품을 출시하기 전 점포에 ‘버거 접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붙여놔 SNS 등에서 화제가 됐다. 일부 소비자들은 롯데리아가 버거 사업을 접느냐며 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실은 폴더버거가 기존 제품들과 다르게 빵을 접어 만든 제품이었다. 

이런 마케팅 전략 등에 힘입어 폴더버거는 출시 한 달 만에 약 180만 개를 팔아치웠다. 롯데리아 내부 예상치를 두 배 웃도는 규모다.

멀리 보는 지혜

맘스터치가 앞으로 어떤 전략을 펼쳐나갈지는 미지수다. 대주주가 바뀐 뒤 일단 체질을 개선하고, 이후 다시 탄탄하게 성장하는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막 새로운 출발선에 섰으니 초심이 변했다고 단언하기에는 때가 이르다는 의미다. 이미 살폈듯 국내에는 맥도날드와 버거킹 등 참고할 만한 사례들이 있다.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된 해마로푸드서비스나 맘스터치를 즐겨 먹는 단골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선택을 하길 바라는 이가 많다. 

한 식품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SNS의 발달로 여론이 빠르게 움직이는 데다가 속된 말로 ‘한번 찍히면’ 장기간 분위기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당장의 수익성을 추구하기보다는 멀리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동아 2020년 9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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