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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부동산세제’ 전문가도 끙끙…‘양포(양도세 포기)세무사’ 속출

법령 검토만 하루 종일...수익성 없어 포기하기도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누더기 부동산세제’ 전문가도 끙끙…‘양포(양도세 포기)세무사’ 속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부동산 세제 개편 관련 정부 입장을 말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부동산 세제 개편 관련 정부 입장을 말하고 있다. [뉴스1]

“양도세 조건을 따져보기 위해 소속 세무사들과 일을 나눠 하루 종일 법령만 분석한다. 수임료에 비해 업무량이 너무 많아 하루 종일 일해도 지난달에는 적자가 났다.” 

부동산 전문 세무사무소를 운영하는 L 세무사의 말이다. 그는 요즘 동료 세무사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고 정신이 없다. 그는 “업무 중 30%는 일반 고객이 아닌 세무사로부터 받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법이 1년 사이에도 여러 번 바뀌니 세무사들도 따라잡기 어려워졌다. 이미 법이 실타래처럼 꼬인 느낌이라 법이 또 바뀌면 나도 지쳐서 업무를 포기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3번의 부동산 정책이 나오며 세무사들이 혼란에 빠졌다. 각 대책이 나올 때마다 관련 세제가 계속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양도세는 주택 수‧취득 시점‧실 거주 현황 등에 다양한 케이스가 발생하는데다 각각의 세부요건에 따른 양도세 비율도 대책 발표 시점에 따라 달라졌다. ‘양포 세무사’(양도세를 포기한 세무사)라는 말도 등장했다. 양포 세무사들은 부동산 전문 세무사에게 맡은 일을 다시 부탁하기도 하는 실정이다.

정책마다 달라지는 양도세 조건·비율

부동산 전문 안수남 세무법인다솔 대표도 다른 세무사와 함께 세금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는 세무사 사이에서도 양도세 분야 베테랑으로 알려져 있다. 안 대표는 “보통 여러 세무사들이 함께 일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대책이 복잡해지면서 제휴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아예 고객에게 부동산 전문 세무사를 소개시켜주는 세무사도 있다. 부동산 전문 K 세무사는 “찾아오는 고객 중 다른 세무사에게 추천을 받은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양포 세무사’라는 말이 알려지자 상담이 필요한 주택 소유주들도 부동산 전문 세무사를 찾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양도세 전문 세무사를 추천해달라는 글이 하루에도 여러 번 올라온다. 한 게시글에는 일주일 만에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한 누리꾼이 글쓴이에게 추천 세무사 이름을 쪽지로 보냈다는 댓글을 달자 이후 자신에게도 상세 내용을 알려달라는 댓글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양도세는 주택이 조정지역대상에 있는지, 다주택자 여부, 주택 거래가격 등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에 임대사업자 등록 여부, 장기보유특별공제, 1거주 1주택 비과세 등 여러 조건을 한 번에 검토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이 자주 바뀌며 취득일자도 중요한 검토 대상이 됐다. 2018년 9‧13 대책이 그 시작이었다. 기존 주택을 소유한 상태에서 다른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하는 기간이 3년에서 2년으로 줄었다. 2019년 12‧17 대책에서는 신규 주택 취득 후 1년 안에 기존 주택을 팔아야 양도세 비과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조건이 취득일에 따라 9‧13 대책 이전과 9‧13 대책과 12‧17대책 사이, 12‧17 대책 후로 나뉘는 것이다. 

이동기 세무법인 조이 대표세무사는 “정책이 하도 자주 바뀌며 정책 발표 시기에 따라 이전에 부동산을 취득했는지 이후에 취득했는지를 모두 검토해야 한다. 한 대책 안에서도 바로 시행되는 경우와 국회 통과 후 시행되는 경우 등 시기가 다양해 법령을 보더라도 해석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큰 흐름을 가지고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필요할 때 마다 조건을 이것저것 끼워 넣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K 세무사 역시 “대책에 포함된 내용이 불명확해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도 유권 해석이 나오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고객들에게 명확하게 답을 제시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임료는 같은데 시간 많이 들고 리스크도 커”

판단 실수에 따른 리스크는 부동산 전문 세무사조차 양도세 관련 업무를 꺼려하는 이유가 된다. 실제 양도세의 경우 비과세 조건에 해당하면 세금을 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중과세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양도차익의 최대 72%까지 세금으로 뱉어내야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 L 세무사는 “부동산 업무 수임료는 다른 업무와 크게 차이나지 않은데 법령 해석 등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리스크도 크다. 중과세 여부에 따라 양도세가 몇 억 원에 달할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해석을 내렸을 경우 소송을 당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세무사고시회는 올 3월 회원들을 대상으로 ‘양도세 핵심 실무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의 내용은 양도소득세 관련 개정세법, 다주택자 중과세 규정, 1세대 1주택 비과세 규정 등이었다. 한국세무사고시회 관계자는 “양도세 관련 업무가 하도 복잡해지다 보니 매년 초에 회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양도세뿐 아니라 취득세 재산세 등도 복잡해져 세무사들의 고충이 계속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 유예기간도 두지 않고 바로 시행하거나 소급 적용해버리니 전문가나 일선 공무원들도 혼란에 빠지는 게 당연하다. 이미 발표한 대책도 다시 검토해보고 유예기간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동아 2020년 9월호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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