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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 꽂힌 한 권의 책

튀김의 발견

과학의 눈으로 들여다본 바삭 촉촉 튀김 맛의 비밀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튀김의 발견

임두원 지음, 부키, 236쪽, 1만4800원

임두원 지음, 부키, 236쪽, 1만4800원

지난 한 주 사이 돈가스를 세 번 먹었다. 아무래도 이 책 때문이지 싶다. 밥때가 되면 자동으로 튀김 메뉴가 머리에 떠오른다. 이 ‘사태’를 초래한 ‘튀김의 발견’ 저자는 서울대에서 고분자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과학자다.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일한다. 동시에 돈가스 전문점 집 사위이기도 하다. 결혼 전부터 튀김을 좋아한 그는, 어느 날 처가에서 돈가스 가게를 열려 한다는 말을 듣고 ‘맛있는 튀김의 비밀’을 찾아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각종 책을 읽어가며 그가 깨달은 건, 좋은 튀김을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였다. 입에 넣자마자 바사삭 소리를 내며 미각을 사로잡는 튀김 요리를 하려면 과학 실험을 할 때만큼 정밀함이 필요했다. 튀김옷 단백질 함량, 사용 기름의 발연점까지 정확히 계산해야 최고의 튀김이 탄생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튀김만 좋아하는가. 그건 또 아니다.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 말이 왜 나왔겠나. 많은 사람이 튀김 자체에 탐닉한다. 그래서 저자는 ‘최고의 튀김’ 만드는 법뿐 아니라 ‘인간은 대체 왜 튀김에 빠져드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낸다. 인류에게는 튀김 사랑 DNA라도 있는 걸까. 이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그렇다’다. 

식재료를 기름에 튀기면 단백질이 풍부해지고 풍미도 좋아진다. 게다가 지방 함량이 증가한다. 지방은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 적은 양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낸다. 우리 몸속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저장되기도 한다. 원시인류는 이 지방을 적극적으로 탐한 덕분에 살아남았다. 그 후손인 우리가 어떻게 튀김을 거부할 수 있을까! 최근 과학계에서는 지방의 ‘기름진 맛’을 단맛, 신맛, 쓴맛, 짠맛, 감칠맛에 이어 ‘제6의 미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저자의 튀김에 대한 논의는 과학과 역사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오늘날 세계인이 즐겨 먹는 튀김 요리의 유래를 하나하나 소개한 대목도 흥미롭다. 현대식 프라이드 치킨을 처음 만든 건 아메리카 대륙에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 사람들이다. 낯선 땅에서 뼈 빠지게 일해야 했던 그들에게 바삭하게 튀긴 닭은 좋은 영양 공급원이 됐다. 



탕수육 탄생 배경에는 아픈 중국사가 있다. 1840년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패한 청나라가 항구를 개방하자 ‘정복자’ 서양인이 쏟아져 들어왔다. 젓가락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이 포크로 찍어 먹을 수 있는 고기 요리를 원해 탕수육의 원형 ‘꾸루로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책이 시종 입맛을 당기게만 하는 건 아니다. 저자는 튀김 조리 과정에서 생기는 아크릴아미드라는 물질이 인체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고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정보도 빼놓지 않고 알려준다. 라면, 감자튀김 등에 다량 함유된 나트륨이 비만,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의 주범이라는 지적도 했다. 그래도 어쩌나. ‘튀김을 좋아하는 건 인간의 본능’인데 말이다.



신동아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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