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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언박싱

유통 왕국 롯데쇼핑, 'O4O'로 날갯짓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유통 왕국 롯데쇼핑, 'O4O'로 날갯짓

  • ● 1분기 영업이익 98.5%↓ 쇼크
    ● 롯데ON 출범 후 송객률 2%→30%
    ● 유료회원의 엘페이(L.pay) 사용률 52%
    ● 1만3000여 개 오프라인 점포 물류 거점화
    ● 하이마트, 영업이익 51.1%·온라인 몰 접속자 65%↑
    ● 500평 넘는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공략
숫자를 통해 기업과 산업을 낱낱이 뜯어봅니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 숨 쉬는 혁신의 현장을 전합니다.

4월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
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온
전략발표회’에서 조영제 롯
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 대표
가 발언하고 있다. [롯데쇼핑 제공]

4월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 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온 전략발표회’에서 조영제 롯 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 대표 가 발언하고 있다. [롯데쇼핑 제공]

설마는 사람도 잡고 기업도 잡는다. 분기에 1000억 원씩 벌던 기업이 갑자기 10억 원만 벌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분위기는 침울하다 못해 살벌할 거다. 롯데쇼핑을 언박싱(unboxing)하기로 한 이유다. 

8월 6일 롯데쇼핑은 올해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14억 원으로 전년 동기(915억 원) 대비 98.5%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4조459억 원으로 9.2%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1990억 원으로 집계됐다. 비교 시점을 1분기(1~3월)로 바꾸면 지난해 2053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올해 521억 원으로 74.6% 감소했다. 밥 먹듯 ‘수’를 받던 학생이 가정사 등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 탓에 연이어 ‘가’를 받은 셈이랄까.

‘롯데라고 별수 있나?’

1 코로나19의 공습
코로나19는 여러 타격점을 설정한 채 롯데쇼핑을 무섭게 공습했다. 백화점 부문에서는 43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0.6% 줄었다. 할인점 부문(대형마트)에선 영업손실을 578억 원이나 냈다. 임시 휴점 및 단축 영업 조치로 방문객이 감소한 게 뼈아팠다. 대형마트는 1년 전(-339억 원)에도 적자로 울상이었는데, 상황이 자못 심각해졌다. 슈퍼 부문도 96억 원의 적자를 냈다. 

국내 2위 영화관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컬처웍스는 50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관람객이 급감했고, 그 탓에 영화관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노릇을 할 블록버스터 작품도 개봉하지 못했다. 돈의 흐름에 눈이 밝은 금융투자업계에서 우려하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나빠지고 언택트(비대면) 소비 선호가 확산하며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부진이 심화하는 양상”이라고 했다. 그는 9만6000원이던 롯데쇼핑의 기존 주가 목표치를 8만8000원으로 8.3% 내려 잡았다. 8월 11일 롯데쇼핑 주가는 8만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유통 왕국은 이대로 속절없이 무너질 것인가.

2 17.5%와 –6%
피할 수 없는 대세는 그냥 인정하는 게 비즈니스의 출발이다. 사실 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오프라인 유통점포가 양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7월 3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주요 유통업계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5% 늘었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액은 6% 감소했다. 

범위를 좁혀보면 백화점 매출액은 14.2%, 대형마트 매출액은 5.6% 줄었다. 산업은 쪼그라들고 소비행태가 바뀌고 있으니 어떤 유통 채널이건 출점 행렬이 이어질 리도 없다. 편의점만 오프라인 유통업체 중 유일하게 매출액이 1.9% 증가했다. 롯데쇼핑도 편의점(세븐일레븐)을 갖췄지만 애석하게도 업계 수위가 아니다. 즉 롯데쇼핑의 수익은 줄어드는 게 ‘정상’이다. ‘다 힘들다는데 롯데라고 별수 있나’라는 말이 나와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물론 그럴 거라면 이 기사가 나오지도 않았을 테다. 각도를 바꿔보자.

3 롯데온(ON)의 등장
비즈니스를 하려면 유연해야 한다. 그간 잘해온 산업이라고 자꾸 목을 매다가는 기업의 목이 날아간다. 4월 27일 롯데쇼핑이 보인 행보는 그간의 문법에서 벗어나겠다는 몸부림으로 업계에 비쳤다. 이날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닷컴·롭스·롯데홈쇼핑·롯데하이마트 등 7개 쇼핑몰을 통합한 롯데온(ON)을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고객이 롯데온을 통해 7개사의 상품을 손쉽게 찾아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Lock-in의 마법

4 송객률
롯데온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닷컴·롭스·롯데홈쇼핑·롯데하이마트 등 7개 쇼핑몰을 통합한 쇼핑몰이다. [롯데쇼핑 제공]

롯데온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닷컴·롭스·롯데홈쇼핑·롯데하이마트 등 7개 쇼핑몰을 통합한 쇼핑몰이다. [롯데쇼핑 제공]

아직 롯데온의 성과를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그래도 고무적인 지표가 있다. 송객률이다. 열차도 아닌데 웬 송객? 롯데쇼핑에는 백화점, 마트, 슈퍼 등 유통 채널이 많다. 그런데 백화점 쇼핑몰에 접속한 사람은 그냥 거기 머물다 ‘로그아웃’하는 경우가 잦다. 다른 쇼핑몰로 또 이동하는 게 번거로워서다. 다양한 채널의 쇼핑몰이 통합하면 이런 고민이 사라진다. 계열사를 교차로 이용하는 고객의 폭이 증가할 수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송객률이 기존 2%에서 현재 30%선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가령 그전에는 100명의 고객이 쇼핑몰에 들어와 2명만 롯데의 다른 쇼핑몰로 이동했으면 지금은 30명이 몰을 오간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많은 온라인 업체가 트래픽을 늘리고 신규 회원을 확보하기 위해 힘쓴다. 백화점 몰을 이용하던 사람이 자연스레 마트 몰로 이동하면서 고객을 유치하는 마케팅 비용이 절감됐다”면서 “몰 안에서 고객의 활동량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리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5 L.PAY
말하자면 롯데쇼핑은 ‘플랫폼 록인(Lock-in) 효과’를 꾀하고 있다. 소비자를 플랫폼 안에 잡아두는 거다. 이는 모바일 비즈니스의 오랜 필승법이기도 하다. 만약 롯데온 안에서 다종다양한 유통 채널에 간편히 접근할 수 있다면 그 안에서 계속 머무를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해서는 롯데그룹 간편결제 서비스인 엘페이(L.pay) 사용률이 상승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유료 멤버십인 롯데오너스 회원의 엘페이 사용률은 최근 52%를 넘어섰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엘페이 사용률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건 롯데온에서 록인(Lock-in)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6 1만3000개 오프라인 점포
그럼에도 신사업이 어려운 까닭은 기존 사업과 조화를 이뤄야 해서다. 오랫동안 롯데쇼핑의 알짜 수익원은 오프라인 점포였다. 점포 숫자는 1만3000개를 넘는다.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점포는 1만3000개가 넘는다. 이는 다른 이커머스 업체, 즉 쿠팡이나 G마켓 혹은 11번가 등이 갖추지 못한 물적 기반이다. 왜 그런가. 이를 활용해 경쟁업체와 달리 물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큰 투자비 없이도 기존 오프라인 점포가 전국 각지에서 거점 물류센터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대규모 물류센터가 필요하면 120개 넘는 대형마트와 50개 넘는 백화점을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역할의 재구성을 꾀하는 셈이다. 

특히 요즘 롯데쇼핑 내부에서 주목하는 낱말이 Online for Offline(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이다. O4O는 기업이 온라인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서비스 등을 오프라인 사업을 위해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O2O(Online to Offline)가 온·오프라인의 유기적 결합을 꾀했다면 O4O는 오프라인에 무게중심을 더 싣는 형태다.

하이마트의 반전

주목할 만한 선례가 아마존이다. 1995년 인터넷 서점으로 등장한 아마존은 2000년대 들어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로 성장했다. 그런 아마존이 2016년 오프라인 마트 ‘아마존고(Amazon Go)’를 내놨다. 흥미롭게도 이곳에는 계산대가 없다. 앱을 통해 회원 가입을 한 뒤 결제용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그러면 개인 식별용 QR코드가 생성된다. 소비자는 마트에 가서 QR코드를 찍어 입장하고 물건을 고른 뒤 그냥 나오면 된다. 잠시 후 앱을 통해 결제가 완료되기 때문이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3월 27일 주주총회에서 “미국에 아마존이 있다면 우리는 롯데온이 시장을 주도하리라 확신한다. 그룹의 온라인 유통사업을 일원화하고, 여기에 롯데 최대 강점인 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할 것”이라고 했다. 공언이 현실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방향이 세계 흐름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7 메가스토어의 역할
O4O라는 열쇳말을 이해하기 위해 면밀히 살펴야 할 회사가 하이마트(롯데쇼핑 자회사)다. 마트·백화점과 달리 코로나19의 공습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하이마트의 영업이익은 6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1%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가전 수요가 증가한 게 호실적의 동력이었다.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 등으로 PC 판매가 증가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때 이른 더위로 고마진 상품인 에어컨 판매량도 6월부터 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데이터는 온라인 몰 접속자 추이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 온라인 몰 접속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 늘었다”고 밝혔다. 냉장고, 세탁기, TV, PC 등 주요 가전의 경우 소비자가 직접 만지고 써본 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오프라인은 하이마트 처지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노다지다. 그렇다 해서 과거처럼 마냥 출점만 하는 것도 곤란하다. 롯데쇼핑은 500평(1652㎡) 이상의 대형 매장인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체험은 온라인 몰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집객 요소”라면서 “메가스토어는 프리미엄 제품들로 쇼룸을 꾸며 소비자가 제품을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카페를 입점시키거나 매장 곳곳에 휴식 공간을 마련해 여가·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영향력을 키우되 오프라인의 차별성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O4O의 가치와 조응한다.

유통판 넷플릭스의 꿈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 대표는 롯데온을 기자들에게 공개하면서 “(개발 과정에서) 이커머스 사이트보다는 오히려 넷플릭스에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개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넷플릭스처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롯데온의 지향은 검색창 없는 쇼핑몰”이라고 했다. 

허튼 공언만은 아닌 것 같다. 일단 롯데멤버스 3900만 회원의 데이터가 있다. 여기다 오프라인 1만3000개 점포에서 이뤄지는 고객 개인의 구매 행태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할 수 있다고 한다. 데이터를 많이 축적한 기업이 앞서갈 수밖에 없다는 건 이제 비즈니스의 상식이 됐다. 자연히 눈길은 ‘미래의 롯데’로 가닿는다. 롯데온이 출범하자 언론은 ‘신동빈 회장의 야심작’이라고 불렀다. 정확히 말하자. O4O가 신 회장의 진짜 야심작이다.



신동아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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