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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츠미쿡] 게임스탑 ‘공매도 대전’ 결국 개미의 패배?

20일 만에 20배 폭등! ‘게임스탑 사태’가 남긴 과제

  •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잇츠미쿡] 게임스탑 ‘공매도 대전’ 결국 개미의 패배?

  • ● 반란나선 美개미 군단 ‘월스트리스베츠’
    ● 개인 투자자가 믿었던 ‘로빈후드’의 배신?
    ● ‘게임스탑 사태’가 미국 사회에 던진 질문
    ● 테슬라 일론 머스크 공매도 규제 주장
    ● 美 청문회, 헤지펀드 시장 조작 검토 전망
    ● 헤지펀드, 앞으로 공매도 투자 공개 꺼릴 것
게임스탑 로고 [게임스탑 트위터 캡처]

게임스탑 로고 [게임스탑 트위터 캡처]

게임스탑(GameStop, 뉴욕증시 거래명 GME)이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놨다. 1월 하순 시작된 게임스탑 주식 가격 등락은 한 편의 드라마다. 주가는 불과 20일 만에 20배 뛰었다가 폭락, 폭등, 다시 폭락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였다. 넷플릭스와 미국 대형 영화 제작·배급사 MGM은 각각 ‘게임스탑 사태’를 두고 영화화에 나섰다. 

기본적으로 ‘게임스탑 사태’는 월스트리트 주류 금융세력과 미국 개미 투자자들이 주식 공매도를 놓고 벌인 싸움이다. 게임스탑 주가가 폭락하며 개미 투자자들의 반란은 실패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게임스탑 사태로 미국 사회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았다. 우선 월스트리트 금융세력에 대한 개미 군단의 봉기인지, 개미들을 앞세운 주가 조작인지 판단해야한다. 여기에 공매도 자체를 어떻게 볼 것인지 대한 질문도 나온다. 게임스탑 사태를 정리하고 앞으로 진행될 논쟁을 들여다봤다.

공매도 표적된 게임스탑

한 달 간 게임스탑 주가 추이. 1월 27일(현지시간) 347달러를 기록했던 게임스탑 주가는 2월 9일 50달러로 떨어졌다. [구글 캡처]

한 달 간 게임스탑 주가 추이. 1월 27일(현지시간) 347달러를 기록했던 게임스탑 주가는 2월 9일 50달러로 떨어졌다. [구글 캡처]

먼저 게임스탑에 대해 알아보자. 게임스탑은 1984년 설립된 회사로 비디오게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게임 전문 매장이다. 미국 전역에 5000개 가까운 매장이 있다. 캐나다와 호주·유럽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64억 달러(7조1264억 원) 수준. 

2016년까지만 해도 소니(플레이스테이션)·마이크로소프트(엑스박스)·닌텐도 등 주요 비디오게임 회사의 소프트웨어와 주변 기기를 판매하며 성장세를 보였다. 이후 비디오게임 소프트웨어를 온라인으로 다운로드 받는 것이 보편화되며 하락세를 이어왔다. 한 시대를 풍미했고 미국 3040의 향수를 자극하지만 지금은 뚜렷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회사. 그래서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대상이 된 대표적인 회사다. 

공매도는 통상적인 주식 거래 방식은 아니다.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전산에서 매도 주문을 내서 판 다음, 정해진 결제일까지 해당 주식을 구매해 되돌려 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다. 게임스탑 주식 1000주를 한 달 뒤 다시 돌려주는 조건으로 증권사에서 빌린다. 이 주식을 현재 가격 50달러에 팔면 5만 달러가 계좌에 입금된다. 한 달 뒤 결제일까지 1000주를 사서 증권사에 돌려주면 된다. 만일 결제일 시점에 게임스탑 주식 가격이 40달러로 떨어진다면 4만 달러를 주고 1000주를 사서 증권사에 돌려준다. 정산하면 계좌에 1만 달러의 차익이 남는다. 반대로 결제일 시점에 주가가 올라가면 그 차액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주가가 폭등했다면 폭등한 금액만큼 손실은 무한대로 커진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할 수 없이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상황, 이른바 ‘쇼트스퀴즈’(short squeeze) 상황에 몰릴 수 있다. 

헤지펀드사는 앞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게임스탑 주식을 공매도 했다. 게임스탑 주식 가격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건 1월 13일이다. 12월 말부터 1월 12일까지 주당 20달러 선이던 주가는 13일 갑작스럽게 31달러로 급등했다. 당시 언론은 헤지펀드의 공매도를 역으로 이용해 소액 개미들이 주식을 사들인 게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지만, 장기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1월 22일 65달러를 기록한 게임스탑 주가는 27일 347달러를 기록해 정점에 이른다. 1월 7일 가격(17달러)과 비교하면 20일 만에 20배 넘게 오른 것이다. 

125억 달러(13조9450억 원)를 운용하는 유명 헤지펀드 멜빈캐피탈이 게임스탑을 포함한 여러 주식을 공매도 했다가 올해 들어 불과 3주 만에 15%의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1월 22일의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내용이다. 9일 뒤인 1월 31일, 이 회사의 손실은 53%로 급증했다. 회사가 굴리던 자금 절반이 넘는 돈이 날아간 것이다.

토론방 개미들, 헤지펀드를 공격하다

게임스탑 주식을 끌어올린 것은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라는 이름의 레딧 주식토론방 내 개인 투자자들이다. 레딧은 이용자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정보공유 토론방을 만들어 활동하는 소셜미디어다. 게임스탑 주식을 멜빈캐피탈을 포함한 월스트리트 헤지펀드사가 대량으로 공매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 주식토론방 개미들은 헤지펀드 공격에 나섰다.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개미 군단의 공격은 단순했다. 주식을 계속 사들이면서 주가를 올리는 것이다. 주식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투자하는 ‘콜옵션’(call option)도 사들였다. 개미들은 극장 체인 AMC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공매도 대상 회사들의 주식도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레딧 주식토론방에는 게임스탑 주식을 수천 달러 매수했다는 인증사진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레딧 주식토론방에는 정신적 지주도 있었다. 게임스탑 주식은 반드시 오를 거라고 믿고, 게임스탑 전도사처럼 활동해온 보스턴에 사는 키이스 길이라는 이름의 34세 남성.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게임스탑 주식 가격이 5달러 수준이던 2019년 6월부터 게임스탑 주식 옵션에 투자했다. 확인된 투자금은 5만3000달러(5900만 원). 

그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거부가 됐다. 게임스탑 주식과 옵션에 투자하면서 1년 넘게 계속해서 레딧 주식토론방에 자신의 증권계좌 인증사진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올린 2월 3일 인증사진을 보면 1381만 달러(153억7600만 원)의 현금과 860만 달러(95억7500만 원) 규모의 주식과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개미들은 게임스탑 주식 투자에 매달려 결국 거부가 된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게임스탑 주식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도 주식과 옵션을 그대로 보유하는 그의 '의리'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진짜 악당은 로빈후드?

개미들이 게임스탑 주식을 사들이며 헤지펀드를 공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로빈후드’(Robinhood)다. 2013년 설립된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는 미국에서 수수료 없이 간편하게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대표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젊은층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번 ‘게임스탑 공매도 대첩’ 때 대다수 개미들이 주식을 사들이며 이용한 서비스가 로빈후드였다. 

문제는 게임스탑 주가가 개미들의 매수로 폭등하자 로빈후드가 개인 투자자의 게임스탑 주식 매수를 제한하며 발생했다. 게임스탑과 더불어 가격이 급등한 AMC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주식들의 거래도 함께 제한했다. 회사 측은 주가가 지나치게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린 조치였다고 했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로빈후드가 자사의 ‘큰 손’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 투자자 거래를 제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로빈후드는 대형 증권사와 같은 우량 고객에게 주식 계약을 유리하게 체결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며 막대한 수수료를 받는데, 고객 중 공매도 사태로 손실을 보고 있던 헤지펀드에 투자한 증권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화가 난 고객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로빈후드는 30건이 넘는 소송을 당한 상태다.

2월 18일 美 하원 청문회 주목

2월 2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게임스탑 사례를 언급하며 파장을 예의주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뉴스1]

2월 2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게임스탑 사례를 언급하며 파장을 예의주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뉴스1]

게임스탑을 두고 벌어진 논쟁은 미국 정계로 옮아붙었다. 미국 연방의회는 상원과 하원 모두 게임스탑 공매도 대첩 관련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2월 18일 하원 청문회를 앞두고 민주당 맥신 워터스(Maxine Waters) 하원금융서비스위원장은 이번 기회에 헤지펀드가 시장을 어떻게 조작해 이익을 얻고 있는지 점검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공매도 대첩으로 주가가 폭등하는 상황에 개인 투자자 거래를 제한한 온라인증권사 로빈후드의 조치가 합당했는지도 관심사다. 반대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개인 투자자 월스트리트베츠를 겨냥한다. 주가조작이나 시장교란을 공모한 사실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공매도 규제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소유하지도 않고 주식을 파는 공매도를 이용해 회사 주가를 흔드는 헤지펀드의 행태를 비판했다. 한국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반발이 이어졌다. 2월 3일 금융위원회는 3월 15일 종료예정이었던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했다. 다만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구성 종목은 5월 3일 공매도가 재개된다. 게임스탑 사태는 한국에도 영향을 줬다. 2월 2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게임스탑과 같은 투자자의 군집행동을 예의주시 하겠다”고 밝혔다. 

게입스탑 사태로 미국에서 실제 공매도 금지로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뉴욕타임스가 2월 8일 보도한 기사를 보면,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일시적으로 1000개의 주식에 대해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린 적이 있었지만 시장 안정 효과는 없었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결국 오래지 않아 해제됐다. 

이번 게임스탑 공매도 대첩 이후 헤지펀드가 공매도를 다루는 방식은 확실히 변화할 걸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헤지펀드들이 공매도에 투자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한다. 게임스탑 사건에서 봤듯이 개미들의 집단 공격을 받을 경우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아 2021년 2월호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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