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하고 얼큰한 맛이 일품인 야끼우동. [사진제공 김민경]
우리가 여행 중에 기대하는 것에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결코 넓다고 할 수 없는 반도의 영토 곳곳에는 제각기 손꼽히는 맛이 있다. 남북으로 길고, 산과 들, 강과 바다를 풍요롭게 갖춘 대지답게 고유한 맛도 다양하다. 목포의 홍어와 탁주, 나주의 곰탕, 전주의 비빔밥과 콩나물국밥, 남원의 추어탕, 언양과 광양의 비슷한 듯 다른 불고기, 진주의 냉면, 마산의 아귀찜, 안동의 찜닭, 금산의 어죽, 서산의 어리굴젓, 병천의 순대, 춘천의 닭갈비, 삼척의 곰치국…. 눈 깜빡할 새에 떠올려 봐도 한반도 지도가 맛으로 가득 찬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전주가 고향인 친구는 비빔밥을 사 먹어본 적이 없고, 영산포 사는 선배는 홍어를 집에서 먹어야지 왜 식당서 먹느냐고 한다. 내가 평생토록 한강유람선 탈 생각을 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인가 싶다.
대구 재래시장의 납작만두
대구 재래시장에 흔한 납작만두. 끼니와 끼니 사이 먹기 좋다. [사진=Gettyimage]
그럼 낮에는 뭘 먹을까. 바로 ‘야키우동’과 ‘납작만두’다. 대구의 중국집에 가면 ‘야키우동’이라는 메뉴가 있다. 이를 주문하면 새빨간 볶음 짬뽕을 준다. 짭짤하면서 단맛 나는 일본식 볶음 우동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서울식 볶음 짬뽕과도 다른 맛이다. 훈훈한 불맛이 잘 배어 있고, 뾰족뾰족 매운맛 대신 얼큰한 맛이 묵직하게 밀고 들어와 먹다 보면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솟는다. 양파와 해물의 단맛, 돼지고기의 구수함이 스며든 양념 국물에 밥 한 숟가락 놓아 마저 먹고 싶어진다.
‘납작만두’는 끼니와 끼니 사이에 간식으로 꼭 챙겨 먹어볼 만하다. 대구에 있는 여러 재래시장에 가면 흔히 만날 수 있다. 종잇장 같은 게 무슨 맛이 있겠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정말 납작하다. 묽은 밀반죽에 당면과 부추 따위를 슬쩍 넣어 반달 모양으로 빚은 것을 기름에 지져 노릇하게 익힌다. 1접시 주문하면 납작만두 대여섯 개를 그릇에 담고 그 위에 고운 고춧가루, 가늘게 썬 대파와 양파, 간장을 흩뿌려 준다. 널찍한 만두 한 개를 양념과 함께 야무지게 접어서 한입에 먹는다. 보드라우면서도 쫄깃하고 고소하면서 짭짤한 맛이라니. 단조로워 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다채로운 묘미를 갖추었다. 천상의 맛은 아니지만 이를 대신할 것도 없겠다. 대구의 맛이다.
상추에 튀김 싸 먹다
광주 별미로 꼽히는 육전. [사진=Gettyimage]
광주 상추튀김. [사진=Gettyimage]
부대찌개 한 그릇 제대로 먹겠다고 평택 송탄까지 가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부대찌개에도 여러 유형이 있는데 송탄은 햄과 고기를 많이 넣고, 치즈까지 녹여 푹 끓이니 맛이 아주 농하다. 녹진한 국물에 라면을 익혀 밥과 함께 먹는 맛도 아주 좋다. 부대찌개에서 고개를 들고 시야를 넓혀 송탄의 맛을 찾아보면 ‘미스진 버거’가 있다. 햄버거 빵 사이에 달걀프라이, 피클 조각, 얇은 고기 패티 그리고 버거의 모든 부피를 차지하는 엄청난 양의 양배추 채를 넣어 준다. 넉넉하게 뿌린 토마토케첩과 마요네즈가 가장자리로 비져나온다. 우적우적 입가에 양념을 묻히며 요란하게 먹게 되는 햄버거이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옛날 맛’, 누군가에게는 ‘군부대 맛’ 어린 친구들에게는 ‘레트로 버거’ 같은 다채로운 표현이 쏟아지는 음식이다. 이곳에 감자튀김은 없으니 미리 알아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