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호

文-尹 ‘대우조선 인사’ 충돌… “오히려 ‘생산통’ 박두선이 적합”

[Who’s Who] 신구 권력 충돌에 휘말린 36년 ‘조선 베테랑’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2-04-01 14: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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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쇄빙LNG선 야말5호선 조타실에서 박두선 당시 대우조선 상무(맨 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2018년 1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쇄빙LNG선 야말5호선 조타실에서 박두선 당시 대우조선 상무(맨 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신구 권력 사이에 다시 파열음이 불거졌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사장) 선임을 두고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1일 박수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인수위는 마치 (청와대가) 관여한 것처럼 전제하고 의심하고 그것을 몰염치라는 극단적인 언어를 써서 모욕적인 브리핑을 했다”고 말했다. 전날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대우조선은 문 대통령 동생과 대학 동창으로 알려진 박 대표 선출이라는 무리수를 강행했다”며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 한 데 대한 반박성 발언이다. 박 사장은 문 대통령 친동생인 문재익 씨와 한국해양대 78학번 동기다.

    앞서 대우조선은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박두선 조선소장을 새 대표로 선임했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는 지분 55.7%를 보유한 KDB산업은행이다. 원 수석부대변인은 “임기 말 부실 공기업 알박기 인사 강행에 대한 인수위의 입장”이라고 표현했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절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의 공기업이니만큼 새로 출범할 정부와 인사를 조율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우조선 대표이사 인선은 지난 2017년 5월 구성된 대우조선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경관위)의 몫이다. 대우조선 경관위원은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홍성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익종 전 코리아신탁 대표, 오양호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 신경섭 삼정KPMG 부회장, 김유식 전 STX팬오션 관리인, 전병일 알루코 대표 등이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경관위 출범의 주체가 산은인 만큼 100% 독립적 운영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보는 게 사실이다.

    또 대우조선의 핵심 현안이 경영정상화와 매각인 만큼 ‘생산통’인 박 사장보다는 재무와 영업에 밝은 인사가 경영을 맡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1960년생인 박 사장은 1982년 한국해양대 항해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대우조선에 입사했다. 프로젝트운영담당, 선박생산운영담당, 특수선사업담당 등 주로 생산·기술 직무에서 이력을 쌓았다.



    박 사장의 초고속 승진가도를 문제 삼는 시각도 있다. 그는 상무 시절이던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를 찾았을 때 브리핑을 해 주목을 받았다. 그 뒤 특수선사업본부장(전무)을 거쳐 2019년 4월 조선소장(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에 대통령 동생과의 인연 덕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다만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해도 박 사장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장은 조선소를 총괄하는 자리다. 전임 이성근 사장도 조선소장을 거쳐 사장이 됐다”고 했다. 또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대우조선 수주 실적이 좋아 약 3년 치 넘는 일감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흑자를 내려면 수주한 선박을 잘 만들어 제때 인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각을 위해 회사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논리로 보면 (재무통보다) 오히려 생산을 잘 아는 박 사장이 최고경영자 기준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내부에서 비교적 일치된 목소리가 나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박 사장이 36년간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출신인 점이 영향을 미친 모양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는 지난달 31일 성명에서 “노조는 사장 인선과 관련해 조선산업 경험이 많고 현장을 잘 아는 내부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고, 박 사장이 지회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기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우조선 관계자 역시 “회사 내부에서는 최종적으로 (박 사장을 포함해) 부사장 두 명 중 한 명이 대표이사가 될 거라고 다들 예상하고 있었기에, 박 사장 선임에 대해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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