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한국 유학
딸은 이홍기, 엄마는 이민호, 이모는 비
인플루언서보다 팬클럽 선배로 소통
청순보다 섹시 선호하는 태국
삼척 촛대바위, 태국 꼬따오섬 ‘강추’
태국 미녀 유튜버 프래는 한국 음식 중 국밥을 가장 좋아한다. [박해윤 기자]
한류 드라마와 K팝이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을 달아오르게 했듯 OTT 플랫폼에서 자국 콘텐츠가 큰 사랑을 받은 덕에 문화적 배경이 된 그 나라까지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말레이반도와 인도차이나반도 사이에 걸쳐 있는 태국이 그런 나라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보이프렌즈’ 시리즈가 세계 곳곳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태국은 “가보고 싶고, 더 알고 싶은 나라”로 거듭났다. ‘보이프렌즈’는 태국의 한 대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남학생 간의 로맨스를 그린다. 이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주인공 사라왓 역으로 열연한 배우 브라이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1200만 명을 돌파했다.
태국 미녀 유튜버 ‘프래(Prae)’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하이프래(Hi Prae)’의 구독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2018년 개설한 ‘하이프래’는 한국과 태국의 문화를 재미있게 소개하는 채널로 구독자가 70만3000명에 달한다. 한국, 태국 스타를 대상으로 하는 이상형 월드컵으로 화제를 모았다.
봄의 문턱에서 ‘신동아’와 만난 프래는 “드라마 ‘보이프렌즈’가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으면서 한국인 구독자가 부쩍 늘었다. 태국인 비율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한국인은 30%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도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을 좋아하게 됐다”며 “한국과 태국의 문화적 교감을 높이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잊지 못 할 산낙지의 추억
프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와서 공부했다. 동국대에서 연극학을 전공했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한국인과 큰 차이가 없고 한국말을 잘한다.K팝을 좋아해서 한국에 유학을 왔다고 들었어요.
“K팝은 한국에 유학 온 여러 이유 중 하나예요. 어릴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는데 중학교 때 한국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를 보면서 주인공 중 한 명이던 가수 이홍기 씨의 팬이 되고, 그분이 속한 그룹 FT아일랜드도 좋아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한국 문화와 드라마, 가수, 음악에 관심이 깊어져 한국에서 연기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죠. 그게 한국에서 유학한 가장 큰 이유예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연기학원을 다녔어요. 고2 때 태국으로 돌아가서도 꾸준히 연기와 한국어를 배웠고요. 한국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계속 한국에서 살아야겠다는 목표를 고1 때 이미 설정했어요.”
유학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장학생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해 전남 목포에 있는 정명여자고등학교를 다녔어요.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해 경제적 부담이 크진 않았죠. 한국 호스트 부모님도 저를 잘 챙겨주셨고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부모님이 태국에서 오셨을 때 담임선생님과 같이 산낙지를 먹으러 갔어요. 목포에 오면 산낙지를 먹어봐야 한다며 선생님이 안내하셨어요. 그때 산낙지를 처음 맛봤는데 입안에서 산낙지가 꿈틀거려 씹는 느낌이 좋진 않았어요. 태국인들은 날음식을 즐기지 않거든요. 그런데 엄마, 아빠는 무척 잘 드시더라고요, 부모님이 선생님과 영어로 재미있게 대화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프래가 자신의 ‘최애’ 스타 이홍기와 ‘대한외국인’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했다. [유튜브 채널 ‘하이프래’ 화면 캡처]
“그럼요. 제 인생에 큰 영감을 주신 분입니다. 원래 노래를 잘하고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이 귀엽고 재미있고 매력적이어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였죠.”
태국에서 한류 붐을 일으킨 드라마를 꼽는다면.
“가수 비의 ‘풀하우스’, 공유가 주연한 ‘커피프린스1호점’, 이영애의 ‘대장금’이 대표적 작품이에요. 이민호의 ‘꽃보다 남자’도 엄청나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어요. 그런 한국 드라마에 심취해 출연한 배우들을 좋아하게 됐죠. 비를 좋아하다가 가수 세븐,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2PM, 원더걸스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요.”
고친 줄 알았던 사투리의 역습
목포에서 살았는데도 사투리를 안 쓰는 것이 신기해요.“사실 사투리를 많이 썼어요. 목포에 처음 갈 때는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어요. 아기가 처음 말을 배우듯이 사투리를 흡수했어요. 들리는 대로 따라 했거든요. 대학교에 들어가 서울 친구들을 사귀면서 표준어를 배웠죠. 그런데도 연기할 때는 사투리가 나오나 봐요. 그 때문에 지도교수에게 지적을 받았어요.”
대학교 때 소속사가 없었나요.
“대학교 2학년 때 선배 소개로 작은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갔어요. 거기서 만난 이사님이 지금 소속사 대표님이에요. 그분이 나가서 같이 해보자고 제의해 회사 이름도 없이 대표님과 둘이서 파트너십으로 일했어요. 그러다 일이 잘 풀려서 지금은 반듯한 회사가 됐죠.”
어쩌다 유튜버로 활동하게 됐나요.
“대학에서 연극 공연을 준비하면서 좋은 배역을 받고 싶어 한국말을 원어민처럼 할 수 있도록 연습했어요. 외국인 학생인데도 주인공 역을 맡았지만 그 자리를 지키지 못했어요. 한국말 발음이 원어민만큼 자연스럽지 못해서요. 결국 대사가 적은 역할로 무대에 올라갔어요. 나중에 교수님에게 들어보니 원래 다른 외국인 학생처럼 단역을 주려 했는데 제 열정에 감동받아 주인공 역할을 배울 기회를 주신 거였어요. 그 일을 계기로 외국인의 한계를 깨닫고 유튜브 플랫폼을 저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018년부터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어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저를 알리다 보니 방송국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감사하게도 지금처럼 활동하고 있어요.”
수입이 많은 편인가요.
“한국에서 생활하며 가끔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릴 정도는 벌어요. 돈을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라서 수입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한국에서 돈을 벌지 못할 때는 어떻게 생활했나요.
“부모님이 지원해 주셨어요. 부모님은 태국에서 한식당을 운영하세요. 아빠(김왕)와 엄마(주이스) 이름 첫자를 딴 ‘김주’라는 식당인데 태국 전역에 체인화했어요. 상호 때문에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알더라고요.”
어쩌다 한식당을 차렸나요.
“제가 한국에 유학 오기 전부터 엄마, 아빠와 같이 한국 여행을 자주 했어요. 엄마가 먼저 한국 드라마에 심취해 한국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엄마는 ‘꽃보다 남자’ 이민호를, 이모는 ‘풀하우스’ 비를 좋아해요. 그런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한식당을 차렸죠. 고깃집과 분식집을 섞은 느낌이에요. 한국 요리사를 태국으로 초빙해 엄마랑 이모가 요리 레시피를 배웠어요.”
혼자 자취한다고 들었어요. 외롭지 않은가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는 가족이 한국에 자주 오고, 저도 태국에 자주 갔어요.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에만 있어요. 여기서 사귄 대학 동기들이 평소에 저를 잘 챙겨줘요. 유튜브 채널 ‘하이프래’ 애독자들도 방송할 때마다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해주고요. 그들 덕분에 외롭지 않아요.”
취향 저격
유튜버로서 한국과 태국 문화를 잇는 징검다리 구실을 하고 있어요. 이런 콘셉트는 누구 아이디어인가요.“한국 대학교에 입학 신청을 할 때 자기소개서에 ‘한국과 태국 문화를 이어주는 징검다리’라는 문구를 썼어요. 동국대 면접시험에서도 똑같이 답했어요. 연예 활동 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에요. 아빠가 누누이 말했어요. 목표를 작게 잡으면 잡은 만큼 성공하고, 목표를 크게 잡으면 그 목표까지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작은 목표치보다는 더 성공할 거라고요. 그 말을 늘 새기며 살았어요. 그래서 연예 활동이 끝이 아니라, 제가 가진 영향을 통해 나라와 나라 사이의 장검다리가 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어요.”
‘하이프래’가 인기 많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제가 인플루언서가 되기 전 팬클럽 멤버였어요. 저희 가족도 마찬가지고요. 팬들이 좋아하는 콘텐츠, 보고 싶어 하는 주제를 잘 알고 콘텐츠 제작에 반영하다 보니 이용자들이 저를 친근하게 여기고 제 생각이나 취향에 공감을 많이 표시해요. 인플루언서이기 전에 같은 편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 사랑해 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태국에서 한국 드라마·노래·배우·가수가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죠. 어느 정도인가요.
“한국인보다 한국 드라마나 노래, 배우, 가수를 더 잘 아는 외국인이 많아요. 태국인도 마찬가지예요. 요즘은 한국 드라마가 나오면 예전처럼 한참 있다가 태국어 자막을 띄운 동영상이 전파되는 게 아니라 한국과 거의 같은 시간에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이나 인터넷을 통해 방영돼 한국에 살고 있는 것처럼 즐길 수 있어요. 현재 한국에서 뜨는 드라마 주인공은 태국 현지에서도 인기가 많아요. 태국에 가면 공항부터 백화점까지 한국 연예인을 모델로 한 광고 간판이 줄을 이어요.”
한류 콘텐츠의 매력이 뭘까요.
“드라마를 예로 들자면 로맨스에만 치중하지 않고 스릴러, 공포, 범죄, 액션 등 장르가 다양해요. 소재도 진부하지 않고 등장인물의 직업과 스토리 전개 방식도 다채로워요. 내용도 흥미진진하고 드라마를 보다 보면 한국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고 한국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한국보다 동성애에 오픈 마인드
프래는 “팬들의 시선으로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에 ‘하이프래’가 사랑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태국인들은 드라마 ‘보이프렌즈’ 같은 동성 커플의 로맨스에 거부감이 없는 편인가요.
“한국보다 오픈 마인드예요. 동성애를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보다 인정하는 사람이 더 많아요. 사람들이 동성애를 일상으로 여길 정도로 동성 커플이 흔하죠. 다만 동성 간 결혼을 법으로 허용하진 않아요.”
연애할 때 한국 남자와 태국 남자의 두드러진 차이점은 뭔가요.
“한국 남자는 정말 다정하고 여성을 잘 다뤄요. 그리고 모든 여성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죠. 반면 태국 남자는 여성을 다루는 방법을 잘 모르고 모든 여성을 다정하게 배려하는 센스는 부족한 편이에요. 대신 본인이 좋아하는 여성에게만큼은 진심을 담아 잘해 줘요.”
태국인이 좋아하는 여성상이 궁금하네요.
“한국인들은 순하고 청순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요. 반면 태국인들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섹시한 여성을 좋아해요.”
한국에서 지내며 가장 좋았던 기억으로 프래는 자신의 ‘최애’ 스타인 가수 이홍기 씨와 MBC 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대한외국인’에 함께 출연한 일을 떠올렸다.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는 “날달걀을 넣은 순두부찌개와 젓갈을 곁들인 누룽지탕”을 꼽았다. 그는 “태국에 있을 때도 건조한 밥을 싫어했다”며 “국에 밥을 말아먹는 걸 좋아해 국밥류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한국에서 가장 멋진 여행지로는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강원도 삼척 촛대바위 주변”을 첫손에 꼽았다.
한국인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태국 여행지가 있나요.
“태국에 ‘꼬따오’라는 섬이 있어요. 스쿠버다이빙 성지죠. 태국에 살 때는 혼자 여행을 한 적이 없는데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 섬을 혼자 다녀오게 됐어요. 고국 땅인데도 마치 해외 관광객이 된 듯한 기분으로 태국의 매력을 제대로 오롯이 느낀 여행이었어요. 작은 섬이라서 사적인 공간 같은 느낌이 들고, 일 때문에 갔는데도 경치와 숙소 모두 만족스러웠어요. 스쿠버다이빙도 재미있었어요. 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한국인에게 꼬따오섬을 ‘강추’합니다.”
와인보다 막걸리
한국에 있는 ‘레알 태국’맛 음식점을 추천한다면.“홍대 근처에 있는 ‘어메이징 타일랜드’가 떠오르네요. 제가 느끼기에는, 거기가 현지 입맛이랑 제일 가까워요. 별점을 준다면 5점 만점에 4.5점을 줄 만해요. 다른 태국 음식점은 대부분 한국인 입맛에 맞췄더군요.”
태국 맥주와 한국 맥주 중 어떤 게 더 맛있나요.
“탄산을 좋아하지 않아 맥주를 안 마셔요. 그나마 마시는 술이 와인과 막걸리 정도예요.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와인보다 막걸리죠.”
태국 여행할 때 꼭 지켜야 하는 매너를 알려주세요.
“발이나 손가락으로 사람을 가리키거나 머리를 만지는 것은 큰 결례예요. 공공장소나 실내에서 큰 소리로 말하는 것도 자제해야 합니다.”
올해 이루고 싶은 소망이 뭔가요.
“유튜버이자 방송인으로서 이대로 꾸준히 성장하며 태국에서든 한국에서든 더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하고 싶어요.”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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