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바귀는 겨울부터 봄까지 구할 수 있는 채소다. [사진=gettyimage]
맵싸하고 풋풋한 씀바귀무침
그중에 옆 반 선생님들까지 불러들이는 인기 반찬이 있었다. 씀바귀무침이다. 덕분에 나는 선생님들의 어묵볶음, 감자볶음, 장조림 따위를 내 그릇에 채울 수 있었다. 선생님들께서 씀바귀무침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어쩐지 어깨가 으쓱하고, 내가 먹을 씀바귀무침은 집에 얼마든지 있으니 더없이 좋았다.씀바귀는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에서 많이 비껴 있는 채소다. 겨울부터 봄까지 구할 수 있으며 가느다랗게 갈래갈래 뻗쳐 있는 뿌리를 손질해 먹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쓴맛이 강렬하다. 구석구석 흙도 붙어 있어 손질이 까다롭다. 흙을 털어내려면 물에 담가 흙을 불린 다음 여러 번 헹구고 닦아야 한다. 그다음 살짝 데쳐서 뿌리의 억센 힘을 뺀다. 다시 물에 담가 두어 쓴맛을 희석해야 비로소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손이 많이 가고, 다뤄보지 않으면 너무 써지거나, 맹맹해지고 무를 수 있는 까다로운 재료이다. 그럼에도 이 번거로운 게 매년 먹고 싶어져 엄마를 조른다. 종소리를 들으면 군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저 봄이 되면 마냥 먹고 싶어지는 채소들이 있다.
매운 고추를 다져 넣고 된장 양념에 조물조물 무친 씀바귀에서는 온갖 맛이 다 난다. 쓰고 달고 구수하고 짭짤하며 맵싸하고 풋풋하다. 밥에 올려 비벼도 맛있고, 밥과 함께 김이나 상추에 싸 먹어도 꿀맛이다. 비린 반찬과도 잘 어울리고, 기름진 고기랑 먹어도 향긋하다. 작게 썬 다음 통통한 새우나 오징어 등과 함께 전을 부쳐도 되고, 반죽을 만들어 튀기면 향과 맛이 기름 맛을 슬쩍 숨겨준다.
달큰하니 보들보들한 비듬
비듬은 고추장, 된장, 간장, 초장 등 다양한 양념과 잘 어울린다. [사진=gettyimage]
부드럽고 어린 비름을 구해 물에 살살 흔들어 여러 번 씻는다. 끓는 물에 소금 넣고 살짝 넣고 파릇하게 데쳐 나물로 무쳐 먹는다.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집은 고추장, 된장 양념 두 가지로 두루 무쳐 먹었다. 반찬으로 먹을 때는 고추장에, ‘오늘은 밥 비비자’ 하는 날엔 된장에 무쳤다. 기름 둘러 살짝 볶아도 되고, 참기름이나 들기름,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간하여 살살 버무려 먹어도 달큰하니 참 좋다. 봄 된장국에 비름을 넣으면 보들보들하여 맛이 좋다. 살짝 데친 비름은 초장에만 콕 찍어 먹어도 달고 맛나다. 탱탱하게 데친 봄 주꾸미나, 가볍게 양념해 구운 차돌박이, 부드럽게 삶은 고기 등과 데친 비름을 곁들여 내면 봄의 특별한 상차림이 완성된다.
봄철마다 각광받는 채소들이 있다. 그 언저리에 씀바귀와 비름처럼 매력 넘치는 봄의 전령사들도 있다는 걸 알아봐 주면 좋겠다. ‘햇빛이 너무 좋아 혼자 왔다 혼자 돌아갑니다’라는 나태주 시인의 글귀를 보고 대뜸 매 봄마나 혼자 나왔다가 돌아가는 씀바귀와 비름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