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3층 LG사랑어린이집. 사방이 뚫린 넓은 통유리를 통해 마포대교와 가을빛 머금은 한강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본래 LG상사 사무실과 그룹 기자실 자리였던 이곳에 어린이집이 문을 연 건 지난해 3월. 현재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하우시스, LG상사 등 5개 계열사 직원 아동 70여 명이 다닌다.
오전 7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10월 31일 오후 4시. 기자가 이곳 어린이집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은 각자 교실에 모여 앉아 교사들과 함께 간식을 먹으며 재잘재잘 떠들었다. 어린이집 중앙에 마련된 큰 놀이 공간에서 미끄럼틀을 타며 삼삼오오 노는 아이들도 있었다. 한쪽 벽에는 아이들이 만든 공작 작품이 저마다 뽐내듯 걸렸고, 한쪽 면이 거실을 향해 완전히 개방돼 안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조리실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원장 우현경 씨는 이 어린이집 기획 단계부터 개원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그는 “어린이집 개원 과정을 보며 ‘LG그룹이 참 사려 깊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예로 이 어린이집은 지난해 3월 개원했지만 공사는 재작년 12월에 끝났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3개월 동안 천천히 어린이집 시설을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그는 “어린이집 설계에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조금이라도 위험할 수 있는 구조물은 다 빼고 철저히 안전 위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자녀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라면 “아이가 너무 오랜 시간 보육시설에 있으면 정서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과학적 근거를 따지지 않더라도, 다른 아이들이 모두 귀가한 후 홀로 어린이집에서 엄마를 기다릴 아이를 떠올리면 그 어떤 부모라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그 때문에 상당수 ‘직장맘’이 별도 비용을 들여 ‘어린이집 하원 도우미’를 두거나 조부모의 도움을 받아 오후 6시 이전에 아이를 집으로 데려간다.
하지만 LG사랑어린이집은 오전 7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부모가 마음 놓고 야근할 수 있게 장시간 아이를 봐주는 것. 아이가 길게는 15시간 가까이 어린이집에 있는데 정서상 문제는 없을까. 우 원장은 “물론 너무 오랜 시간 보육시설에 있는 건 좋지 않지만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으니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게 노력한다”고 말했다.
“아이는 부모와의 교류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배웁니다. 하지만 보육시설에서는 여러 아이와 함께 선생님의 보살핌을 받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죠. 대신 우리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참아야 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고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일반 어린이집보다 교사가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LG복지재단이 15억 원을 들여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건립, 기증한 구립 새롬어린이집.
오후 6시. 대다수 ‘직장맘’이 직장에서 ‘퇴근’하고 가정으로 ‘출근’하는 시간이다. 아이를 데리고 와 저녁밥상을 차리고 아이를 씻기고 재우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체력이 요구된다. LG사랑어린이집이 저녁 5시 반부터 아이들 저녁 식사를 챙겨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 원장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유기농, 친환경 재료로 만든 저녁밥을 먹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가면 그냥 바로 씻겨 재워도 된다. 부모의 부담을 그만큼 줄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직장에 다니느라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없는 부모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의 활동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홈페이지에 게재한다. 아이를 이곳 어린이집에 보낸 한 사원의 경험담이다.
“이전에 동네 어린이집에 다닐 때 아이가 아프면 급하게 휴가를 내는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업무 공백이 생기고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내 어린이집에 다니니 아이가 감기에 걸려도 일단 출근한 후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리고 간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회사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나면 다시 어린이집 양호실에서 보살펴준다. 마음 아픈 거야 똑같지만 발을 동동거리면서 돌아다니지 않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회사 내 어린이집인 만큼 ‘우리는 한 직원’이라는 인식이 있어 교사들의 책임감이 남다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