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서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오른쪽)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에게 항의하고 있다. [동아DB]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서 최원일(55) 전 천안함 함장(예비역 대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다가가 던진 물음이다. 이 대표는 답하지 않았다. 이날 최 전 함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수석대변인은 당 대표와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다. 그의 발언이 대표와 당의 입장인가”라고 물으며 “입장이 정리되면 조속한 시일 내 연락 바란다”며 명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거렸고, 박 원내대표는 “알겠다”고 답했다고도 전했다.
최 전 함장이 항의하게 된 배경에는 5일 진행된 일련의 사건이 있다. 이날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민주당 혁신위원장 임명이 시작이었다. 이 명예이사장은 과거 자신의 SNS에 ‘자폭된 천안함 사건은 조작됐다’고 쓴 바 있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최 전 함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에게 해촉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취재진에게 최 전 함장에 대해 “부하를 다 죽이고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어이가 없다”며 “원래 함장은 배에서 내리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6일 최 전 함장의 항의는 이 발언에 대한 지적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6일 강선우 대변인은 “민주당은 당사자, 생존자, 피해자, 희생자 유가족의 입장에서 (천안함) 사건을 대하는 태도를 가질 것을 약속드린다”며 “당의 공식 입장은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신뢰하고 존중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7일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국회에서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을 비롯해 마음에 상처받았을 모든 분들께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폄훼‧음모론 시달리며 10년간 한직 떠돌아
최 전 함장은 해군사관학교(45기)를 졸업한 후 소위로 임관했다. 2008년 천안함 함장에 부임해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 당시에도 천안함을 이끌었다. 피격 당시 함장실에 있다가 폭발로 인해 갇혔다. 승조원들의 도움으로 외부로 나와 남은 장병을 수습해 생존자 구조를 지휘하다가 맨 마지막으로 퇴함했다.사건 이후엔 수많은 폄훼와 음모론에 시달렸다. 해군 역사기록관리단 연구위원, 해군교육사령부 기준교리처장 등 한직을 전전했다. 계급도 10년간 중령에 머물렀다. ‘패잔병’으로 폄훼하는 시각에 해군 측이 그를 진급시키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2021년 2월 28일 대령으로 명예 진급하며 예편했다. 이때 동기들의 계급은 소장에 이르렀다.
전역 후엔 천안함 사건 왜곡을 바로잡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2021년 6월 조상호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이 한 방송에서 “함장이 부하를 수장시켰다”라고 한 발언에 적극 반박했고, 휘문고 교사 정모 씨가 비속어와 함께 “실패한 군인”이라고 비방하자 국가수사본부에 그를 모욕죄로 고소하기도 했다. 12월 천안함 좌초설‧충돌설을 주장하는 신상철 전 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에게 거짓보고·함선복몰죄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듬해 3월 최 전 함장은 신 전 위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현재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천안함에 대한 음모론 대응과 생존 장병 지원 등에 힘쓰고 있다. 다수 안보교육 강연 행사에 초청돼 강의도 하고 있다.
천안함 생존자들은 최 전 함장에 대한 폄훼가 그르다고 말한다. 5일 권칠승 수석대변인의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은 페이스북에 “북한 지령을 받은 것인가. 어이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라. 부하를 죽인 사람을 지금까지 모시고 전우회에서 잡음 없이 왜 똘똘 뭉치겠나”며 “함장 실수로 전우가 죽었다면 나부터 함장을 욕했을 거다. 현장에서 배와 마지막을 함께 하겠다는 최원일 함장을 우리가 끌고 나왔다. 알고는 있나”고 썼다.
한편 최 전 함장은 권 수석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을 밝힌 상황이다. ‘신동아’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발언 논란과 향후 법적 조치에 대해 최 전 함장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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