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호

‘남국의 늪’ 본 호남, 이재명 못미더워도 대안 없다? [+영상]

[여의도 머니볼⑩] ‘이낙연 신당’ 에너지 거의 전무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3-05-26 1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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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남국의 늪’ 본 호남, 이재명 못미덥지만…



    ‘남국의 늪’, ‘남국의 바다’. 요새 더불어민주당을 두고 나오는 표현입니다. ‘조국의 강’을 떠올리게 하죠. 김남국 의원의 ‘거액 코인 보유 논란’의 여파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남국의 바다’가 너무 깊어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논란이 묻힌 모양새인데요. 실은 이 문제 역시 진행형입니다. 이와 관련해 24일 검찰은 돈 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두 의원 모두 최근에 민주당을 탈당했죠.

    민주당 지지율도 하락세가 완연합니다. 여론조사에는 흐름이 중요한데요.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4월 4주차 민주당의 지지율은 37%였습니다. 그러다 5월 1주차에 32%로 5%포인트가 빠졌고요. 5월 2주차와 3주차 역시 각각 32%, 33%를 기록했습니다. 5월 22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42.4%가 나와 직전 주 같은 조사보다 4.6%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각기 다른 기관이 실시한 복수의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4~5%포인트가 빠진 점이 발견되고 있는 겁니다.

    2015년 ‘봉숭아 학당’의 추억

    오늘의 주제는 민주당의 핵심 전략자산인 광주‧전라, 즉 호남입니다. 5월 3주차 한국갤럽 조사를 보겠습니다. 조사가 이뤄진 시기는 5월 16~18일입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43주년이 포함돼 있는 시기죠. 마침 이재명 대표·박광온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5월 17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습니다. 이 대표는 18일 “다음 총선에서 원포인트 개헌으로 광주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자”고 주장하기도 했고요.

    이즈음 호남 민심은 어땠을까요.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호남에서 55%의 지지율을 나타냈습니다. 5월 1주차(51%)와 2주차(53%)보다는 상승한 수치입니다. 다만 4월 4주차 지지율(62%)과 비교하면 내림세가 또렷합니다. 집토끼의 일부가 이탈한 셈이죠. 4월 4주차와 5월 1주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김남국 의원의 ‘거액 코인 보유 논란’이 ‘조선일보’를 통해 처음 보도된 시기가 5월 5일입니다. 이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해 1주 사이에 무려 11%포인트가 빠졌다가 일부가 다시 결집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겠죠.



    눈길을 끄는 건 다른 정당이 거둔 성적표입니다. 5월 3주차에 호남에서 국민의힘은 11%의 지지율을 얻었습니다. 정의당은 10%가 나왔고요. 김남국 논란이 벌어지기 전인 4월 4주차의 경우 호남에서 국민의힘은 10%, 정의당은 4%의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호남에서 민주당의 위기론이 확산할수록 대안 세력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이 대목에서 8년 전 5월과 비교해보겠습니다. 몇 가지 공통점 때문인데요. 우선 총선을 11개월 앞둔 시점이자 5·18에 즈음한 시기라는 점이 같습니다. 그리고 직전 대선에서 낙마한 인물이 당대표를 맡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2015년 5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의 당권은 문재인 대표가 쥐고 있었습니다. 그해 2월 8일에 열린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가 박지원 후보를 꺾고 당선됐죠. 문 당시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석패했죠. 지금의 이재명 대표 역시 윤석열 후보에게 간발의 차로 패했고요.

    위기 상황이라는 점도 같습니다. 2015년 4‧29 재‧보궐선거에서 성완종 게이트에 따른 정권심판론이 불었는데도 텃밭인 광주 서구을과 서울 관악을에서 졌습니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역시 민주당이 딱히 불리한 지역은 아닌데 2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패했고요. 5월 8일에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이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이른바 ‘사퇴할 것처럼 공갈 친다’는 발언을 하는 일이 벌어졌죠. 이를 두고 ‘봉숭아 학당’이라 조롱한 사람도 많았고요.

    그렇다보니 지금의 ‘이재명 사퇴론’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는 ‘문재인 사퇴론’이 돌았습니다. ‘코인’이나 ‘돈 봉투’ 따위의 단어가 없는데도 민주당이 절벽에 섰다고 평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절이었죠. 당시(2015년 5월 3주차)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호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34%에 불과했습니다. 대신 여당인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20%였습니다. 정의당은 6%였고요.

    ‘매우 좋다’ 文 26.2% 李 15.3%

    자연스레 딸려오는 궁금증은 이런 겁니다. 민주당이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초대형 악재가 연달아 두 개나 터졌는데도 왜 8년 전보다 호남에서 대안 정당에 대한 에너지가 약할까.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지지세나 기대감이 그만큼 강해서일까. 그렇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 대표에 대한 지지세가 가장 강했던 때는 아마도 지난 대선을 전후한 시기였을 겁니다. 여러 조사를 보면 이때도 이 대표가 호남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버금가는 호감도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20대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 10일∼15일 실시한 대선 패널 2차 조사를 보겠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호남에서 얻은 호감도는 56.0%입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매우 좋다’를 택한 호남민은 15.3%였고요. 같은 조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호남에서 얻은 호감도는 60.0%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매우 좋다’를 택한 호남민은 26.2%로 이재명 후보와 비교하면 또렷하게 높았습니다. 열광의 강도에서 차이가 분명하게 있다는 얘기죠.

    다른 조사를 통해서도 이런 현상은 재차 드러납니다. KBS 광주가 5월 10~11일 조사한 결과를 소개합니다. 이 조사는 호남 전체가 아니라 광주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요. 광주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56.3%였습니다. 그리고 이 대표가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52.4%였고요. 당 지지율보다 이 대표 직무수행 지지율이 낮습니다.

    이 대표에 대한 호감도가 과거 문 대통령만큼 높지도 않는데도 왜 50% 이상의 힘을 유지하고 있을까요. 저는 ‘대안 부재론’을 이유로 꼽습니다. 2015년 3주차에 호남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20%였다고 앞서 언급했습니다. 새누리당의 약진은 2014년 7월 이정현 의원의 전남 순천 보궐선거 당선과 무관치 않습니다. 1988년 소선거구제로 바뀐 이후 호남 지역구에서 보수 계열 여당 의원이 당선된 첫 사례였죠.

    이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지역구 재선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새로 창당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민주당에 압승했죠. 총선 끝난 뒤인 2016년 5월 3주차에는 국민의당 지지율이 40%를 넘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호남에서 대안 정당에 대한 에너지가 가장 뜨거웠던 시기였고, 이를 담아낼 그릇이 있던 때죠.

    ‘이낙연 대안론’의 가능성

    일각에서는 ‘이낙연 대안론’을 주장합니다. 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당 돌풍의 기반이기도 한 ‘안철수 대안론’의 다른 버전인 셈이죠. 실제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고향도 전남이고 또 전남지사도 역임했고요. 이와 관련해 한때 ‘호남 대안론’의 그릇이던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낙연 신당’이 출현할 가능성을 내다보기도 했습니다.(국가미래연구원 1월 1일자 기고)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앞서 소개한 KBS 광주의 5월 10~11일 조사결과를 다시 보겠습니다. 이 조사에서는 ‘호남 출신 장래 정치 지도자’로 누가 가장 좋은지를 물었습니다. 물론 보기에는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호남 출신이 아닌 인물들도 섞여 있는데요. 호남에서 기대하는 장래 정치 지도자를 물은 조사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가 얻은 득표율은 11.1%입니다. 대권 9부 능선까지 갔던 인물에 대한 ‘텃밭’의 민심 치고는 냉정합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얻은 득표율은 10.6%입니다.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42.5%였습니다. 이 전 대표의 경우 광주의 고령층에서 지지율이 높았고(70세 이상 18.2%, 60대 11.7%) 20대(2.8%)와 30대(7.1%)에서는 두 자릿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낙연 신당’의 기반으로 삼기엔 너무 낮죠. 지금으로서는 호남에서 ‘이낙연 신당’의 에너지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 전 대표가 이 길을 택할 것 같지도 않고요.

    상황이 이렇다면 호남 유권자는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요. 민주당에는 실망하고, 국민의힘에는 마음 두고 싶지 않되, 대안 세력이 나타날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하면 높은 확률로 기권을 택할 겁니다. 4월 5일 열린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투표율은 26.8%였는데요. 이 기류가 호남 전반으로 확산할 개연성이 커질 겁니다.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아직 50%를 넘는다 해서 이재명 대표가 다행이라 생각해선 안 될 이유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해 주십시오. ‘구독’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이 기사에 나온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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