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우량주와 유망주, 헷갈리는 개미들
소비자가 매일 지갑 여는 제품 주목해야
제품 가치를 숫자로 설명할 수 있을 때 투자
[+영상] 1000억 운용 '유퀴즈 펀드매니저'가 알려준 부자와 개미의 차이점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는 주식투자 전문가다. 그는 족집게 같은 종목 추천보다 주식의 실질적 투자 가치를 대중에게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직업 펀드매니저 시절 압박감에 시달려 물불 가리지 않고 고수익이 예상되는 종목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이제는 지난 10년간 부자들을 만나며 쌓은 투자 아이디어 발굴 경험을 대중과 공유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는 “소비자로서 잘 알거나 매일 사용하는 아이템이 바로 부자들의 투자 중목”이라고 밝혔다. [지호영 기자]
돈 벌려면 투자 상식부터 깨라
한때 유명 투자자문사와 증권사에서 종목 발굴에 열중했던 그는 2013년 투자자문회사를 차리며 세상으로 나왔다. 이때 수백억 원대 자산을 보유한 부자를 두루 만났다. 남이 좋다는 주식을 무작정 사서 피같이 모은 몇 년 치 월급을 날린 사람도 많이 봤다. 김 대표는 그 시간을 통해 ‘좋아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회계 지식으로 바꾸는 게 성공적 투자를 위한 중요한 포인트’라는 걸 깨달았다. 2019년 우연히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유 퀴즈 펀드매니저’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를 계기로 최근에는 각종 미디어에서 대중에게 올바른 투자 방법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비즈니스 모델은 모르지만 우량주라는 이유만으로 전 재산을 투자한 사람, 이해되지 않는데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주(株) 밸류체인(기업이 최종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자원을 결합하는 과정)을 무작정 외우는 사람을 대할 때 김 대표가 사용한 도구는 ‘투자 상식 깨기’다. 으레 투자 세계에서 통용하는 틀에서 벗어난 얘기를 생생한 투자 사례와 함께 들려줬다. 그는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종목이 아니라 소비자로서 잘 알거나 매일 사용하는 아이템이 바로 부자들의 투자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 사람들의 기존 투자관이 깨지면서 비로소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
남이 좋다는 종목이면 무작정 투자하고 보는 잘못된 투자법을 고수해 온 사람들은 김 대표의 조언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올바른 투자관을 받아들일 힘을 얻었다. 김 대표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세상의 변화를 호기심을 갖고 둘러보면 투자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 주식투자자들을 보세요. 저금리 환경 속에서 풀린 유동성 자금이 밀어올린 주가가 글로벌 긴축 시대를 맞아 하나둘 파열음을 내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자괴감과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마음이 힘들면 한 몇 년간 투자금을 묻어둔다 생각하라’고 하는데 그 시기가 오기 전 일상에서 소리 없이 쓰러져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김 대표는 그들을 부자로 만들어줄 방법이 우리 주변에 있다고 했다.
주변 관찰만 해도 투자 아이디어 샘솟아
과잉 유동성이라는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간 주식시장에 개미들의 비명이 가득하다. 주변을 잘 관찰해 좋은 주식을 찾으라는 말은 다소 뻔하게 들린다.“내가 사람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좋은 주식을 어디에서 어떻게 찾느냐다. 여기엔 뾰족한 묘수가 없다. 투자 아이디어는 실생활 속에 널려 있다. 이제껏 투자 대상으로서 관심을 갖지 않았을 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이나 소비자가 쉽게 지갑을 여는 서비스를 눈여겨보는 게 좋은 주식을 찾는 방법이다. 아직 주식시장이 찾아내지 못한 변화의 틈에서 수익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아는 부자들은 일상에서 주식투자 대상을 찾아 수익을 올린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저비용항공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가 많았다. 동남아, 일본, 중국을 싸게는 10만 원대로 오갈 수 있으니 예산 부담이 크지 않아서다. 저비용항공은 말 그대로 비용을 줄여 값싼 항공권을 제공한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거대한 항공기와 연륜 있는 승무원, 훌륭한 기내식을 제공한다. 해외여행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훌륭한 기내 서비스보다 값싼 항공권을 선호한다. 아낀 비용으로 맛있는 음식을 한 끼라도 더 먹을 수 있다면 좁은 좌석이나 먼 게이트까지 찾아가는 수고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온 회사가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같은 저비용항공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는 주식시장에서 저비용항공사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 MLB(엠엘비) 로고가 새겨진 캡 모자가 마음에 들어 자주 착용하던 투자자는 해당 제조사가 베이징, 상하이처럼 소비수준이 높고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중국의 주요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출점하는 상황을 눈여겨보고 투자했다가 대박이 나기도 했다. 이렇게 내 주변을 관찰하기만 해도 투자 아이디어는 끝없이 샘솟는다.”
10세 이하 여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국산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삼지애니메이션]
“사람마다 좋아하고 경험하는 분야가 다르기에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거나 미디어를 통한 간접 경험도 투자에 도움이 된다. 최근 10세 이하 여아들 사이에서 국산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이 인기몰이 중이라는 소식을 지인을 통해 접하고 제작사인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를 눈여겨본 일이 있다. ‘캐치! 티니핑’은 올해 어린이날 최고 판매량을 경신했다.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젊은이의 얘기에도 항상 관심을 두기 바란다. 그들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착안해 좋은 투자처를 발굴할 수 있다.”
보편타당하고 증권사 직원도 모르는 제품 발굴해야
때로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소비 행태가 이해되기 힘든 순간이 있지 않나.“반드시 논리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건 아니다. 몇 년 전 유튜브에서 외국인들의 ‘파이어 누들 챌린지’ 먹방 콘텐츠를 발견했을 때 일이다. 만일 불닭볶음면이 내 입에 맵다는 이유로 눈여겨보지 않았다면 삼양식품 투자 성공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는 너무 매워서 먹기 힘들 정도이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2% 정도가 불닭볶음면을 꾸준히 소비하고 있었다. ‘저걸 왜 쓰지?’ ‘나는 맛없던데?’ 같은 편협한 사고는 수중의 돈을 쫓아버리는 것과 같다. 세상의 많은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는 훌륭하지만 모두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비자가 돈을 지불하는 곳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투자할 때 좋은 점은 뭔가.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 어렵고 복잡한 반도체 공정을 알아야 하고 자동차 부품주의 밸류체인을 외우는 것은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면 해당 산업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으니 따로 연구할 필요가 없다. 뭐라고 꼬집어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그 브랜드가 왜 잘되는지 직감적으로도 잘 알고 있다. 소위 덕질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는 셈이다. 나와 내 주변의 얘기이기에 투자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공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투자하는 동안 주가 등락 때문에 불안할 일도 없다.“
생활 속에서 발견한 아이디어를 투자로 발전시키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나.
“많은 사람이 구매하는 추세를 주관대로 무시해서는 안 되듯이 내 ‘최애템’(가장 좋아하는 아이템) 또한 보편타당해야 한다. 발견과 투자가 동일시돼서도 안 된다. 해당 재화가 그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정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애정이 투자의 단초일 수는 있지만, 투자를 시작한 이후에는 냉철해야 한다. 소비자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안 좋은 변화가 보인다면 과감하게 손 털고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또 소비자의 호응을 꾸준히 얻고 기업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더라도 적정 수준 이상의 주가에 도달하면 떠나보내는 게 맞다. 투자 아이디어를 나만이 알고 있는지 여부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최소한 이미 많이 회자되거나 증권사 직원이 알고 있는 것은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가가 수십% 이상 상승했고, 그 이유를 분석한 기사가 보도됐거나 이에 관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보고서가 여러 개라면 이미 늦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많은 사람이 그 제품과 서비스를 알고 있거나 사용하고 있다면 널리 알려진 사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품 가치, 숫자로 얘기할 수 있어야
부자들이 종목을 고르는 비법을 소개하며 메가트렌드(단기적인 유행을 압도하고 한 시대를 이끄는 큰 흐름)를 언급한 점이 인상 깊었다.“메가트렌드를 찾는 것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명확해지는 것이야말로 메가트렌드라고 할 만하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모바일, 고령화, 전기차 등을 메가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는 지금, 자동차 엔진을 만드는 회사는 시간이 적이다. 전기차가 빨리 만들어지면 지는 것이다. 전기차가 대중화하기 전에 충분한 돈을 벌고 은퇴하거나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메가트렌드 안에서는 사업가와 투자자가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다. 전기차를 연구해두면 축적된 기술을 언젠가 다시 적용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주식을 조금 비싸게 샀거나 안 좋은 타이밍에 샀다 하더라도 기업가치가 계속해서 오르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리면 회복할 수 있다.”
메가트렌드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인 것처럼 메가트렌드가 지나가거나 다른 방향으로 바뀌고 나면 투자자로서는 맞서기 어렵지 않나.
“이때 투자자의 자산을 지켜주는 것이 ‘경제적 해자(垓子·moat)’다. 경쟁사로부터 기업을 보호해주는 높은 진입장벽과 확고한 구조적 경쟁 우위를 일컫는 말이다. 2015년 주식시장에서 가장 성과가 좋았던 업종은 화장품이었다. 그런데 메르스 발생, 위안화 절하, 사드 배치 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대부분의 화장품 주식이 신저가에서 헤매기 시작했다. 이때 LG생활건강만은 유일하게 신고가를 기록했다. 중국 회사들이 연구개발(R&D)에 매진한 끝에 수준이 높아지자 로드숍 브랜드들은 경쟁력을 잃어갔다. LG생활건강은 이를 놓치지 않고 고급 브랜드에 선별적 투자를 단행했고, 고급 한방 화장품 분야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를 제치고 후를 대명사로 만들었다. 산업의 흥망성쇠에서도 투자자들이 경제적 해자가 있는 기업에만 선별적으로 투자한다면 메가트렌드가 소멸된 후에도 손실을 보지 않을 것이다.”
자신만의 투자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김 대표는 “재무제표와 회계를 공부하는 것이 투자를 성공으로 이끄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분기마다 나오는 회사의 사업보고서를 꾸준히 읽기를 권한다. 사업보고서에는 회사가 지금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고 앞으로는 어떻게 벌 계획인지 자세한 설명과 함께 공인회계사들의 검토를 받은 재무제표가 실려 있다. 그 내용을 기반으로 회사의 미래를 그려보고 또 과거에 회사가 발표했던 계획이 현재 이뤄져 있는지를 추적, 관찰해야 한다. 회사의 뼈대를 알지 못하거나 재무제표를 읽을 능력이 없으면 투자에 성공하기 어렵다. 투자자는 모든 것을 숫자로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제아무리 세상의 변화를 빨리 감지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돈의 가치로 해석할 수 없으면 기회는 날아가 버리고 만다. 이 작업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개미와 부자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