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정책 기조, 비현실적
2027년, 北 핵탄두 240개 보유 예상
NCG는 양자 차원 처음 만들어진 기구
美 독점 핵 운용에 韓 입장 반영할 협의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2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인 67%, 핵무장 선호
2021년 1월 북한은 당대회에서 무기개발 5개년 계획을 공개하며 △핵무기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촉진 △초대형 핵탄두 생산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개발 도입 △수중 및 지상고체발동기대륙간탄도로케트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 보유 등을 내세웠다. 또한 북한은 핵 무력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하고 핵 선제 사용 5가지 조건을 공표했다. 2020년 북한 핵탄두 수는 100개로 추정됐고 2027년에는 240여 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차 보복 능력을 담보할 충분한 수량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22년 초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에서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 응답자 67%가 자체 핵무기 보유를 선호했다.한미 양국은 2022년 한 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협의를 강화했다.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첫째, 북한 핵 위협 대응전력의 신속 전개를 위한 협의 채널이 구체화됐다. 북핵 대응 운용과 관련, ‘정보 공유, 협의 절차, 공동 기획 및 실행 등을 강화’하기로 함으로써 한국 측 역할이 더욱 커지게 됐다. 둘째, 미군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 및 강도 증가로 상시 배치 수준까지 전개될 수 있도록 했다. 셋째, 핵 대응 연습의 연례화에 합의했다.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연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했으며, 이를 통해 대응 옵션을 준비하기로 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창설키로 한 NCG는 이 같은 한미 양국 노력이 결실을 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양국 정상은 핵억제에 관한 심화되고 협력적인 정책 결정에 관여할 것을 약속한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북핵 위협에 대한 소통 및 정보 공유 증진, 핵 및 전략 기획 토의 등을 위한 NCG 설립을 선언한 것이다. 또한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 및 기획, 연합교육 및 훈련 활동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은 북한의 신형미사일 시험발사 및 탄두 공중폭파 실험 등에 따른 핵무기 위협에 시달려왔다.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돼버렸으며, 한반도에서 핵 균형은 깨졌다. 북한 비핵화 정책 기조 역시 비현실적 정책이 돼버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의 안보를 위해 가장 좋은 옵션은 자체 핵 개발이다. 그래야 원하는 상황에 한국이 마음대로 핵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 다음 옵션은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다. 이 경우 남북 간 핵 균형을 맞출 수는 있지만, 한국이 원하는 때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보장은 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핵으로 한국을 공격했을 경우 한반도에서 핵 확전을 원치 않는 미국은 한국 내 전술핵으로 보복하기를 주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NCG 창설은 위 두 가지 옵션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얻어낼 수 있는 최고의 옵션이라 할 수 있다.
北 핵공격 시 美 핵으로 보복?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공격 시 미국이 핵으로 보복한다’는 성명이 나오길 기대했다. 이는 미국 처지에서 매우 부담스러운 성명이다. 오히려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 유지를 원했다. 실제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 성명대로 핵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겪어야 할 동맹국의 불만과 미국에 대한 신뢰 저하를 매우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만약 이 같은 핵 보복 성명이 나온다 해도 동맹국 한국의 안보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영국 국방장관을 지낸 데니스 힐리는 1960년대 “유럽 동맹국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95%의 신뢰성이 필요하지만, 러시아를 억제하는 데는 5% 신뢰성이면 된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핵 보복 성명이 나온다 해도, 한국 내에서는 이러한 성명이 실제상황에서 정말 실행에 옮겨질 것이냐를 두고 또다시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공격에 대해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나토의 NPG(핵계획그룹)와 비교해 보면 이번 NCG 창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NPG는 30여 나라가 참여하는 다자그룹이며, 심층적 협의가 어렵다. 또한 핵전략기획에 참여하는 국가는 주로 미국·영국이며, 다른 국가의 참가는 매우 제한적이다. 실행 부분에서도 전술핵이 재배치돼 있는 국가들은 자국 투발수단으로 미국의 전술핵을 투발하는 훈련 정도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비해 NCG는 양자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어진 기구다. 전략기획 등 핵 운용에 있어 한미 양자 간 심층 협의가 가능하다. 군사연습과 관련해 미국의 핵무기와 한국의 재래식 무기를 사용한 실전연습이 연합사령관 지휘하에 진행되게 된다.
비록 미국의 전술핵이 한국에 배치돼 있지는 않지만, 협의 과정에서 NPG보다 더 심층적이고 실질적 구실을 할 수 있다. 만일 미국 전술핵이 한국에 배치된다 해도 이에 대한 미국의 독점적 사용 권한이 유지되는 한, 무력충돌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한국의 견해가 반영돼 핵 억지력이 운용되기는 어렵다. 그에 비해 NCG 합의는 미국의 독점적 핵 운용과 관련해 한미 양국 견해가 반영될 수 있는 협의체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가 있다.
특히 NCG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의 핵 작전을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전작권 전환으로 한국군 4성 장군이 연합사 사령관이 될 경우, 한반도 핵전쟁 시나리오에 대응하기 어렵다. 핵전쟁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독점적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NCG 창설로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국군이 한반도 핵전쟁 시나리오에 대응하고 지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또한 이번 한미 NCG는 향후 한미일 확장억제 조치와 연계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일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안보 제공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나토는 비전략핵무기와 대량재래식무기(massive conventional weapons)를 보유하고 있다. 즉 러시아 핵에 비례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있다. 그러나 아시아는 미군의 비전략핵무기가 없으며 대량재래식무기도 부재하기에 이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지난해 연말 안보 관련 문서 3개를 개정한 일본은 대만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일본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
대만과 일본 오키나와 간 거리는 110㎞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만 사태는 곧 일본 사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특히 일본은 대만 사태 시 중국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대한 우려가 크다. 비핵3원칙에 따라 일본 영토 내 핵 반입은 반대하지만, 괌과 같은 지역에 미국의 핵 배치를 통한 지역 핵우산 강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이런 이유로 일본은 이번 한미 NCG 설립 합의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 한미일 3자 기구로 확대하려는 의지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