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이 벌어진 지난해 11월부터 소셜미디어상에는 식품기업 오뚜기에 대한 찬사가 줄을 잇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청문회를 통해 재벌기업의 민망한 행태가 폭로돼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에게도 이런 자랑스러운 문화를 가진 착한 기업이 있다”며 오뚜기의 건실한 기업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기자는 이 같은 내용이 얼마까지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주)오뚜기 홍보실을 통해 사실 확인 작업에 나섰다. 오뚜기 측은 “정확한 사실은 알려야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주목받는 건 부담스럽다”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지난해 9월 별세한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이나 그 아들인 현 함영준 회장과 관련해선 “두 분 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언론에 크게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오히려 보도 자제를 요청할 정도였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 사실관계를 확인해본 결과 오뚜기에 대한 시중의 평판은 시장에서 이미 이뤄진 평가가 뒤늦게 반영된 측면이 컸다. 실제로 오뚜기는 꾸준한 품질관리와 경영혁신으로 2007년 이후 급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묵묵히 펼쳐온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한 시중의 평판이 다시 시장에 반영되는 현상이 아직 뚜렷하게 감지되진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오뚜기 기업가치에 양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 매출이 작년 연말부터 상승세로 돌았고 주가도 많이 올랐다”
오뚜기는 2007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식품업체 대부분이 저성장과 매출 감소로 고전하는 상황에서도 21% 이상의 매출 증가를 기록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다. 카레, 마요네스, 케첩, 참기름, 레토르 등 30여 개 제품이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데 힘입은 성과였다. 그 결과 2016년에는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이 2조 원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갑작스러운 매출 신장 때문이 아니라 매년 20% 안팎의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해온 연장선상에서 나온 성과다.오뚜기 주가는 ‘먹방’과 ‘쿡방’ 열기가 불며 식품주가 급등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 뚜렷한 오름세로 돌아섰다. 그전까지 10만 원 미만이던 주가가 2015년 8월 146만 원의 장중 최고가, 2016년 1월 142만 원의 종가 최고가의 고점을 찍었다.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오히려 지난해와 올해는 조정 국면에 들어가 현재 70만~80만 원대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오뚜기는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했다”
이는 2015년 말 오뚜기가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시식사원 1800여 명을 전부 정규직으로 고용했다는 뉴스가 기폭제가 되면서 와전된 이야기다. 다른 식품업체에선 시식사원을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뚜기는 전체 시식사원 1800여 명이 정규직이라는 말이 비정규직이던 시식사원을 그 시점에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해줬다고 알려진 것이다. 오뚜기 측은 “저희는 처음부터 정규직 사원만 뽑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란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오뚜기 라면이 농심 라면 매출 50%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오뚜기에 대한 좋은 이미지로 오뚜기 라면의 판매량이 급증해 25년 넘게 라면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온 농심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오뚜기 라면의 약진으로 대형마트 판매량을 기준으로 농심 라면의 매출이 50%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하지만 해당 보도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3대 대형마트 점유율 기준이라는 점에서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오뚜기 측의 설명이다. 다만 오뚜기 라면의 시장점유율 상승은 삼양라면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선 2013년 이후 계속되고 있다. 당시 15.6%이던 오뚜기의 시장점유율은 매년 3% 안팎씩 상승해 2016년엔 23.2%를 기록했다. AC닐슨의 올해 1분기 라면 시장 점유율에서 오뚜기는 25.1%로 1위 농심(52.5%)의 절반 수준이다.해외 교민들은 한국과 해외 수출된 한국 라면 맛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오뚜기 라면만 맛이 똑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를 놓고 오뚜기 라면의 품질이 국내외에서 똑같이 인정받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오뚜기 측은 “수출용과 내수용에서 동일한 맛을 구현하기까지 많은 실험과 연구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지만 타사 라면의 수출용과 내수용의 맛이 다르다고 품질이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함영준 회장은 역대 기업가 중에서 가장 많은 상속세를 냈다”
70%의 진실만 담겼다.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장남인 함영준 회장에게 넘겨준 (주)오뚜기 지분은 46만5543주(13.53%)다. 지난 연말 기준 주가로 3110억 원에 달한다. 상속세·증여세법에 따르면 30억 원 이상의 주식을 상속하거나 증여받으면 50%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따라서 함영준 회장이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는 1500억 원이 넘는다.이는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1987년 11월 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별세했을 때 낸 176억 원의 상속세에 비하면 엄청나게 큰 액수이긴 하다. 하지만 역대 최대는 아니다. 역대 상속세 최대 납부액은 2003년 9월 별세한 신용호 교보생명 명예회장 유족이 내야 했던 1830억 원이다. 함 회장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역대 2위다.
함 회장이 이를 일시불로 다 지급한 것도 아니다.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 원 이상일 경우 상속인은 최장 5년 동안 총 6번에 걸쳐 분납이 가능하다. 다만 분납할 경우엔 이자 성격의 가산금이 붙는다. 함 회장은 5년에 걸쳐 분납하기로 했는데 매년 300억 안팎의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최대 주주(28.91%)의 지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이런 분납액을 마련하는 것이 함 회장에게 남겨진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