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이 인생을 좌우하는 시대다. 대표적인 분야는 연예계다. 기본적으로 잘생겨야 기회가 주어진다. 주연과 보조 출연자의 출연료 격차도 엄청나다. 배용준이 드라마 ‘태왕사신기’에 출연할 당시 그의 개런티는 최저 출연료의 757배였다.
요즘은 학생도 직장인도 외모에 신경을 쓴다. 인구 1만 명당 성형시술 건수 세계 1위, 성형외과 전문의 수 세계 1위가 이를 잘 말해준다. 남성 성형수술도 증가세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15~19세 남성 청소년 49.4%가 ‘외모를 가꾸기 위해 성형수술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저강도 성형은 일상?
수술 같은 고강도 성형이 아닌 저강도 성형은 거의 일상이다. 구두에 깔창을 깐다든지, 가슴과 엉덩이에 뽕 패드를 넣는다든지 하는 것은 애교 수준이다. 피부 시술, 화장, 염색, 가발, 지방 제거 등 다양하게 전개된다.
사람들은 자기만족이라기보다 관심 유발 차원에서 외모 가꾸기에 집착하는 것 같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사람 또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공을 들일 필요는 없다.
외모는 권력이다
관심 유발은 결국 인간의 두 본능에서 파생된 것이다. 생식과 권력이 그것이다. 전자와 관련해 관심 유발은 이성의 관심을 끌어 친밀한 관계로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후자와 관련해 외모는 권력이다!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관심 유발 의지는 권력 의지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관심 유발→입사, 승진, 출세
관심 유발은 입사시험 때 면접관의 관심을 끄는 것, 고객과 바이어의 관심을 끄는 것, 오너와 동료의 관심을 끄는 것,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으로 이어진다. 관심 유발은 입사, 승진, 출세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셈이다. 나의 출중한 외모로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내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려는 행위인 것이다.
인생 참 불공평하다
연애할 때도 초반전엔 외모가 절반쯤 먹고 들어간다. 입사시험에서 외모가 뛰어나면 갑이어야 할 면접관들을 일시에 을로 만들 수 있다. 거의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미모에 압도당해본 경험이 있다.
인생 참 불공평하다. 잘생긴 남녀는 그렇지 못한 남녀에 비해 공짜로 너무 많은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관심 유발에 들이는 공에서도 차이가 난다. 외모가 이미 출중한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공을 덜 들여도 된다. 아무 옷이나 걸쳐도 얼굴과 몸매로 이미 패션 완성이다. 외모가 남보다 못한 경우에는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공은 곧 돈이다. 돈이 없다면 의지라도 강해야 한다. 작심삼일을 돌파할 의지가 없다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외모 별로면서 권력욕 강한 사람
외모에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은 ‘외모가 별로면서 권력욕이 강한 사람’일 것이다. 정치권엔 이런 사람이 널렸다. 대통령 후보나 국회의원 후보, 시도지사 후보가 선거 때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작업이 ‘이미지 메이킹’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공직 후보로 나서는 사람은 중년이다. 20대 한창 시절의 외모를 유지하지 못한다. 주름이 깊어지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배가 나온다. 이들은 이런 외양을 그대로 놔두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보완해 젊고 활기차게 보이도록 노력한다. 이미지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공, 곧 돈을 적지 않게 들인다.
MB 안경과 박근혜 트레이너
성형수술을 택하는 정치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는 모발 이식 수술과 더불어 얼굴 주름 펴는 수술을 했다는 의혹을 샀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상안검 이완증 수술을 받아 논란이 일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눈이 옆으로 찢어져 매서워 보인다’는 지적에 따라 도수 없는 이른바 ‘MB 뿔테 안경’을 쓰고 다녔다. 박근혜 대통령은 배우 전지현의 전직 트레이너를 청와대 부속실 직원으로 채용했다. 여성 대통령의 체형관리 목적일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고령의 출마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눈 주변 주름이나 눈 밑 지방을 없애는 수술이 인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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