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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新지방시대 리더

“지방이 하부기관? 신권위주의 반드시 깬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 맡은 조충훈 전남 순천시장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지방이 하부기관? 신권위주의 반드시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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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이 업무 파악도 못하나…”

▼ ‘호소’와 ‘주장’에 대한 중앙정부 반응은.

“9월 3일 호소문 발표에 대해 30분 만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이 브리핑으로 즉시 화답한 것엔 감사한다. 하지만 그 내용은 한심스러웠다. 지난해 말의 지방소비세율 인상, 보육료 및 양육수당의 국고보조율 인상 등으로 지방재정 여력이 호전됐으므로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관련 지급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세출 구조조정, 광역시·도의 조정교부금 조기 지원 등 재원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했는데, 그런 주문은 안일한 중앙집권적 발상이다.

중앙정부는 지방소비세율을 기존 5%에서 6%포인트 더 올려준 것으로 지방에 줄 건 다 줬다고 한다. 그런데 지방소비세율 인상은 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세인 취득세를 영구 인하한 데 따라 지방세가 줄어드니 그걸 보전하는 차원에서 시행한 것이다. 즉 복지비 부담이 늘었다고 지방소비세율을 올려준 게 아니다. 그런데도 그걸 복지에 사용하라는 게 말이 되나. 장관들이 그렇게 업무 파악도 못하나. 한 술 더 떠, 중앙정부가 단계적으로 지방교부세 비율을 높이고 그만큼 무상보육 지원도 늘리고 있으니 지방정부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것 아닌가, 호화 청사 등 방만한 재정 운용 실태를 조사하겠다고도 했다. 지자체가 허튼 데 돈 쓰면서 떼쓴다고 보는 거다. 그러한 신권위주의 틀을 깨야 한다.”

▼ 일부 지자체가 호화 청사를 짓는 등 낭비성 예산을 집행하고, 각종 전시성 사업으로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 여론이 있는 건 사실 아닌가.



“과거 몇몇 지자체가 그런 질타를 받았다. 그 돈을 복지 쪽에 쓰면 되지 않느냐는 말도 나왔다. 겸허히 받아들인다. 하지만 현재 226개 시·군·구 중 호화 청사라 할 수 있는 곳은 10%도 안 될 거다. 예전 일부 수도권 도시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아파트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개발 붐이 한창일 때 지방 세수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자 정신없는 지자체장 몇몇이 ‘우리도 이 기회에 집(청사) 크게 짓자’며 오판했는지 몰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

방만한 재정 운용 또한 민선자치제 시행 초기 일부 지자체장이 낭비성 축제를 연다거나 무리하게 전시성 공약사업을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민선 6기 현재 방만한 재정 운용이란 있을 수 없다. 만일 그랬다간 시민 질책이 쇄도하고 당장 자신의 정치생활이 막말로 ‘훅’간다. 요즘은 지자체장이 저마다 경영 마인드를 도입해 알뜰한 경영을 하려고 노력한다.”

순천시 장명로에 자리한 순천시 청사는 소박하기 그지없다. 40년도 더 된 나지막하고 자그마한 건물 몇 동이 드문드문 이어져 시쳇말로 좀 ‘없어’ 보인다.

▼ 기초연금·무상보육 시행으로 복지비 부담이 얼마나 늘었나.

“국가 전체 사회복지비용이 2008년 22조 원이었는데, 올해는 40조 원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복지정책 확대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지방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이 5.2%에 불과한데, 복지예산 증가율은 12.6%다. 7월부터 시행된 기초연금으로 올해 반년 동안 7000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고, 내년부터는 연간 1조500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무상보육 전면 확대로 올해 지자체가 부담하는 보육비도 2조4000억 원이나 된다. 순천시만 해도 2012년 185억 원이던 복지비가 올해 247억 원으로 33.5% 늘었다. 그나마 시·군 사정은 좀 낫다. 특별시·광역시의 상당수 자치구에선 노인이나 영유아 복지 수요가 집중돼 복지비 부담이 총 예산의 50%를 넘을 정도다. 광주 북구는 내년도 총 예산의 71%를 복지비가 차지해 직원들 봉급조차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기초단체는 ‘택배회사’

▼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협의 없이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을 결정, 시행했다고 하는데, 과거 중앙정부의 정책 시행과 관련해 양자가 협의한 전례가 있나.

“없다. 그래서 문제다. 대통령 공약사업이고 전국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국가사업이면, 중앙정부가 지방과 협의해 상호 이해와 소통의 기회를 가져야 함에도 일방통행적 제도 시행으로 지방에 복지재원 부담을 강제해 재정이 압박을 받게 했다. 이를 해소한답시고 중앙이 지방의 세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건 중앙의 무분별한 포퓰리즘적 복지확대 정책을 지방에 강요하는 것이다. 지방도 중앙 못지않게 나라와 국민의 번영과 안녕을 바란다. 그러니 주요 정책을 시행할 땐 더욱 지방과 중앙이 서로 예측 가능하게끔 협의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인수위원회 시절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보편적 복지 같은 포괄적 의미의 국가사업은 국가가 다 보전한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아직도 관선시대처럼 공문만 보내 이러저러한 걸 시행할 테니 대상자를 선정해 돈을 지급하라고 지시만 한다. 근데 그 업무는 누가 하나. 지자체가 월급 주는 공무원들이 한다. 그러니 지자체는 택배회사다. 택배 물량을 잔뜩 늘려놓고 택배비는 더 못 줄망정 되레 물건값까지 얹어주라는 격이다.

“지방이 하부기관? 신권위주의 반드시 깬다”

11월 6일 경주에서 열린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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