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라이프 노 리미츠’ 펴낸 7대륙 최고봉 최고령 완등자 김명준

  • 글·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2014-11-21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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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노 리미츠’ 펴낸 7대륙 최고봉 최고령 완등자 김명준

    ‘라이프 노 리미츠’ 출판 기념회에서 큰딸 정수 씨와 함께 선 김명준 씨.

    지난해 제49회 신동아 논픽션에서 ‘나의 에베레스트’로 우수상을 수상한 재미 산악인 김명준(71) 씨가 ‘라이프 노 리미츠’(동아일보사)를 펴냈다. 김씨는 2007년 7대륙 최고봉 최고령 완등자로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됐으며, 8대륙 마라톤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한 열혈 모험가다. ‘라이프 노 리미츠’에는 63세의 나이에 에베레스트 정상에 선 모험을 중심으로 세계 오지에서 생사 고비를 수없이 넘나든 이야기가 담겼다.

    김씨는 평안남도 안주군 출신으로 연세대 전기공학과 졸업 후 KBS와 대림산업에서 근무하다 서른한 살에 도미(渡美), 갖은 고생 끝에 의류사업가로 크게 성공했다. 여기까지가 인생 1막이라면, 50세가 넘어 시작한 인생 2막은 도전과 모험으로 점철된다.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부터 시작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정을 끝으로 ‘세븐 서미츠’(7대륙 최고봉 등정)를 완수했고, 2003년부터는 북극과 남극 마라톤을 포함해 세계 8개 대륙의 대표적 마라톤을 모두 완주했다.

    “은퇴한 분들은 ‘이 나이에 새로 뭘 하겠나…’ 하시지요. 하지만 저는 나이 들었으니 편하게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못합니다. 도전이란 나이와 상관없으니까요.”

    그는 이 책을 통해 실버 세대에겐 영감을 주고, 후배 산악인에겐 뛰어넘어야 할 목표를 제시하고 싶다고 했다. 수많은 크레바스(빙하나 눈 골짜기에 형성된 깊은 균열)를 넘나들며 큰 희열을 느꼈다는 그는 “항상 내 자신이 경쟁자이자 심판이었다”고 회고했다.

    ‘라이프 노 리미츠’ 펴낸 7대륙 최고봉 최고령 완등자 김명준

    2006년 5월 19일 김명준 씨(오른쪽)는 해발 8848m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김씨는 슬하에 1남3녀를 뒀다. 세 딸은 각각 판사, 피부과 전문의, 법대 교수이고, 막내인 아들은 로스쿨에 재학 중이다. 그는 자녀가 모두 미국 사회에서 성공한 이유를 어릴 적부터 네팔 안나푸르나, 몽골, 아마존, 페루 마추픽추 등 오지로만 여행을 데리고 다닌 데서 꼽았다.



    “가혹한 자연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체력을 안배할 줄 알아야 하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이런 경험이 삶의 지혜가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들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것을 확실히 정하고 스스로 계획을 세워 목표에 도달하곤 했어요.”

    그의 가족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마라톤 가족’으로도 유명하다. 사위들까지 가족 모두 매년 유서 깊은 LA마라톤대회에 참여해왔기 때문. 김씨는 “나중에 아들이 장가가면 며느리한테도 마라톤을 시킬 것”이라며 웃었다.

    10월 2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라이프 노 리미츠’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김씨가 졸업한 서울고 동기들,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 등 국내 산악인이 많이 참석해 잔치 분위기가 물씬 났다. 큰딸 정수 씨(미국 LA카운티 상급법원 판사)는 “아이들에게 늘 도전하는 삶을 살아온 할아버지와 가족의 뿌리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 아버지에게 자신의 인생에 대해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렇게 신동아 논픽션에 당선되고 책까지 출간돼 정말 기쁘다”고 했다.

    어느덧 칠순이 지났어도 김씨의 모험은 끝나지 않는다. 그는 일본 후지산처럼 주변에 산맥 없이 홀로 우뚝 솟은 세계 50개 독립봉을 오르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지금까지 29개를 올라 세계 4위다). 내년에는 에베레스트 등정 10주년을 앞두고 다시 에베레스트에 갈 예정이다. 당시 등정 도중 얼음기둥이 갑자기 붕괴해 셰르파 두 명이 실종됐는데, 그 유가족을 만나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그동안 운도 좋고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하게 준비하며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포기하지 않는 도전이야말로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걸 더 많은 ‘올드보이’가 알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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