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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없어 환자 죽게 생겼다. 지금 의사 양성 장기 플랜 얘기할 땐가”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인터뷰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병상 없어 환자 죽게 생겼다. 지금 의사 양성 장기 플랜 얘기할 땐가”

  • ●8월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 2.8 … 이대로 가면 곧 하루 확진자 1000명 된다
    ●수도권 병상 부족 현실화 … 환자들 집에서 사망하게 두면 안 된다
    ●10년 후 나올 의사 4000명보다 4000 병상 확보가 중요한 때
    ●정부, 이제라도 방역 실패 인정하고 국민 협조 구하라
    ●최소 4주 강력한 통행제한 있어야 확산세 꺾인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지호영 기자]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지호영 기자]

8월 21일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24명이다. 해외 유입 9명을 제외한 315명이 국내에서 발생했다. 이 가운데 125명이 서울 환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는데, 정부와 의료계는 연일 충돌하고 있다. 정부가 10년에 걸쳐 의대생 4000명을 더 뽑겠다고 발표한 게 도화선이 됐다. 반발하던 의료계는 21일 전공의 파업에 돌입하며 실력 행사에 나섰다. 현장에서 코로나19 대응이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10년에 걸쳐 양성될 의사 4000명이 아니라 병상 4000개”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와의 일문일답.

“곧 확진자 1000명 넘어설 수도”

8월 16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8월 16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21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300명을 넘어섰다. 3월 이른바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가 정리된 뒤 다섯 달 만에 처음이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나.
 
“심각하다. 관련 연구를 보면 최근 국내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가 2.8에 이른다. 환자 1명이 약 3명을 감염시킨다는 의미다. 향후 며칠 만에 하루 신규 환자 수가 1000명~2000명으로 뛴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 경우 당장 병상 부족 문제가 생긴다. 환자들이 병원에 가보지도 못한 채 사망할 수 있다.” 

-이 상황에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정원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걱정된다. 우리가 왜 이 시점에 그 얘기를 하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장기적으로 의사 증원이 필요할 수 있다. 추후 그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아니다. 코로나19는 당면 위기다. 모두 함께 맞서 싸워도 이기기 힘든 적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를 적으로 보면 안 된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려 감염내과 등 기피 전공에 더 많은 의사가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좋은 말씀이다. 그런데 의대 정원 늘린다고 바로 감염내과 의사가 많아지나. 적어도 10년은 걸릴 일이다. 당장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데는 도움은커녕 방해만 될 수 있으니 논의를 미루자는 것이다.” 

-시기적인 문제를 제외하면 정부 정책 방향에 동의하나. 

“많은 전문가가 앞으로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팬데믹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부가 감염대응분야 인력 확충을 목표로 정책을 마련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다만 이번에 내놓은 ‘10년 의무 근무’ 같은 방안이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어떤 이유에선가. 

“의대 졸업 후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 펠로(전임의) 2년을 하면 6년이 간다. 4년 간 감염내과 전문의로 일하다 ‘의무 끝났으니 바이바이’ 하면 끝이다. 우리한테 필요한 건 감염병 분야에서 사명감을 갖고 일할 전문가다. ‘의무 기간 채운 뒤 나가서 미용성형 병원 열어야지’ 하고 일할 사람을 의대에 추가로 뽑는 건 별 도움이 안 된다.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좀 더 정밀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 잡아야 경제 산다”

8월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8·15 광화문 국민대회’ 현장 모습. 이날 시위 참가자 가운데 다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8월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8·15 광화문 국민대회’ 현장 모습. 이날 시위 참가자 가운데 다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방안이 있나. 

“코로나19 위기가 정리된 뒤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이 주제를 논의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정부 혼자 고민할 일이 아니다. 많은 의사가 감염병에 맞서 싸우고 사람 생명을 살리는 데 보람을 느낀다. 그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돈 보고 감염내과에 오는 사람은 없다. 사명감으로 이 분야에 뛰어든 사람들이 좌절하면 후배들이 오지 않는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감염 전문가들을 좌절케 한 일이 있었나. 

“요즘 상황이 그렇다.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 위험을 경고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소홀히 하면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 과학의 영역이다. 그런데 정부는 과학을 존중하지 않았다. 방역보다 경제 살리기 쪽에 힘을 실었다. 교회 소모임을 허용하고 외식•여행 쿠폰을 뿌리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민에게 코로나19 위험이 끝난 것 같은 신호를 줬다. 그 결과가 지금의 대유행이다.” 

-많이 힘이 빠졌겠다. 

“닥쳐올 위기를 생각하면 지쳐 있을 틈도 없다.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만 7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온 현장 의료진이 다시 비상대응에 돌입한 상태다. 이번에 총력을 기울여 코로나19 확산세를 꺾지 못하면 가을에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이제라도 정부가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기 바란다. 코로나19를 잡아야 경제가 산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코로나19를 적당히 무시하려 하는데, 그런다고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일단 할 일은 최근 방역정책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현재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정부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가 전혀 위험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많은 사람이 모여서 밥 먹고 차 마시고 스포츠 경기를 관람했다. 그런데 갑자기 얼굴을 바꾸고 ‘모이지 말라’고 하니 정치적 음모론이 나오는 거다. 이제라도 솔직히 ‘코로나19에 대해 오판했다’고 사과하는 게 첫 걸음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국민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미 코로나19는 널리 퍼졌다. 특정 교회만이 아니라 카페, 입시학원, 방송국 등에서 계속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최소 4주는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펴야 한다고 본다. 생필품 구입 같은 제한된 활동만 허용하고, 시민이 되도록 집밖에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져 수도권 병상 부족 상황이 현실화하면 국민 공포와 불안이 커진다. 불행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



신동아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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