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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는 닥눈삼” “궁예질 마라”…MZ세대 온라인 커뮤니티 소통 규칙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뉴비는 닥눈삼” “궁예질 마라”…MZ세대 온라인 커뮤니티 소통 규칙

  • ● 셀털(셀프털이) 금지… 네가 어디 살고 뭐 하는지 관심 없다
    ● 친목질 금지 … 끼리끼리 문화는 커뮤니티 망조!
    ● 궁예질·고나리질 금지 … 근거 없는 추측은 일기장에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회를 꾸는 ’의 줄임말입니다.

MZ세대는 독특한 언어와 감정 코드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또 하나의 현실 세계로 여기고 공간의 영속성을 확보하고자 자체적으로 관리에 나서는 경향을 보인다.  [GettyImages, 인터넷 캡처]

MZ세대는 독특한 언어와 감정 코드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또 하나의 현실 세계로 여기고 공간의 영속성을 확보하고자 자체적으로 관리에 나서는 경향을 보인다. [GettyImages, 인터넷 캡처]

직장인 김중혁(32)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디시)’에 접속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디시인’이다. 디시는 이용자가 모든 말을 ‘~음’이나 ‘~슴’으로 끝맺는 이른바 ‘음슴체’와 반말을 구사하는 게 특징이다. 김씨는 “디시 사용 초기 별생각 없이 높임말 글을 썼다가 ‘이럴 거면 꺼지라’는 내용의 댓글을 받고 깜짝 놀란 기억이 난다”고 했다. 

이후 디시 문화에 적응한 김씨는 이제 음슴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과거 자신처럼 ‘갤(디시 게시판 ‘갤러리’의 줄임말)’ 분위기를 흐리는 이용자가 보이면 단호하게 주의를 주기도 한다. 사람들 관심을 끌고자 주제에 맞지 않은 글을 쓰는 이른바 ‘어그로꾼’에게 “ㅇㄱㄹ(어그로)는 꺼져라” 같은 댓글을 남기는 식이다.

규칙 모르면 끼어들기 힘든 MZ세대 커뮤니티

디시는 2019년 기준 이용자의 67%가 10~30대인 ‘젊은’ 커뮤니티다.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출생자)가 주로 활동하는 공간으로, 격식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강조한다. 이용자들이 특유의 어투를 지키려 노력하고 게시판 주제에 맞는 글만 쓸 것을 요구하는 등 ‘규율’을 강조하는 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이것이야말로 MZ세대가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김 평론가는 “MZ세대는 독특한 언어와 감정 코드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또 하나의 현실 세계로 여긴다. 그 공간의 영속성을 확보하고 이용자의 결속력을 높이고자 자체적으로 관리에 나서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한소라(25) 씨가 활동하는 배우 윤종훈 팬 커뮤니티에는 ‘다른 연예인 이름 언급 금지’ 불문율이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1에 출연한 윤종훈은 아이돌 그룹 ‘신화’ 멤버 신혜성과 닮은 외모로 누리꾼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윤종훈 팬 커뮤니티에서는 신혜성 이름을 언급한 게시글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씨는 “과거 여러 연예인 팬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이 ‘내 스타’를 띄우려고 다른 연예인을 깎아내리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소동이 벌어진 것으로 안다. 

이후 연예인 팬 커뮤니티 이용자 사이에서는 다른 연예인 이름을 쓰지 않는 게 일종의 규칙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부득이 다른 연예인 얘기를 해야 할 때는 이름을 초성체로 표기하거나 글자 사이에 점을 찍는 방식이 등장했다고 한다. “펜.트하우스 ㅇㅈㅎ한테서 신.화 ㅅㅎㅅ 얼굴이 보인다” 같이 쓰는 식이다. 사실 온라인 커뮤니티 대부분은 가입 장벽이 없다. 공개된 공간이라 규율을 어긴다고 회원을 ‘강퇴’시킬 수도 없다. 그런데도 초심자는 글 한 줄 쓰기 어려운 폐쇄적 문법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한 지 얼마 안 돼 운영 규칙이나 어투를 잘 모르는 사람을 ‘뉴비’라고 칭한다. ‘새로운’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 ‘new’와 존재 ‘being’을 합쳐 만든 말로 추정된다. 뉴비가 기존 커뮤니티 이용자에게 흔히 듣는 말은 ‘닥눈삼’이다. ‘닥치고 눈팅 3개월’의 줄임말로, 해당 커뮤니티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 적어도 3개월은 기존 게시글을 꼼꼼히 읽으며 내부 분위기와 어투를 익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소라 씨는 “닥눈삼이라는 말에는 3개월 정도 커뮤니티 돌아가는 걸 지켜보다 적응하지 못할 것 같다 싶으면 스스로 나가라는 뜻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뉴비는 닥눈삼, 핑프는 노노!

MZ세대 온라인 커뮤니티의 뉴비가 지켜야 할 수칙 가운데는 ‘핑프 주의’도 있다. 핑프는 ‘핑거 프린세스’ 또는 ‘핑거 프린스’의 줄임말로, 검색만 해도 쉽게 알 수 있는 정보를 커뮤니티 게시판에 질문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신조어다. ‘손가락이 공주님이라 검색도 할 줄 모르느냐’는 뜻이 내포돼 있다. 커뮤니티 분위기를 잘 못 읽고 눈치 없이 행동하는 뉴비를 힐난하며 기존 멤버들은 ‘닥눈삼’ 또는 ‘핑프주의’ 같은 말을 쓴다. 

최근 MZ세대 온라인 커뮤니티의 기본 규율 가운데는 ‘셀털 금지’도 있다. ‘셀털’은 ‘셀프 신상털이’의 준말로, 이름·나이·성별·학교·직업·결혼 여부 등의 개인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당수 커뮤니티는 셀털을 ‘비매너’로 여긴다. 셀털을 하면 공통분모 있는 이용자 중심으로 ‘친목질’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친목질은 ‘친목’과 ‘질’의 합성어로, 커뮤니티 이용자 몇몇이 온·오프라인에서 쌓은 친분을 바탕으로 끼리끼리 소통하며 다른 이용자를 소외시키는 행위를 총칭한다. 몇몇 이용자가 친목을 쌓고 게시판에 자기들만 아는 이야기를 계속 올리면 위화감을 느낀 다른 이용자들이 겉돌면서 결과적으로 커뮤니티가 소멸의 길에 접어들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 인스티즈, 쭉빵카페 등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김다은(20) 씨는 “친목질은 요즘 많은 커뮤니티가 가장 경계하는 행동”이라며 “‘커뮤니티에서 친목질은 망조의 지름길’이라는 문장이 일종의 격언으로 통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문화를 잘 모르는 누리꾼이 커뮤니티에 신상 정보를 노출하면 어떻게 될까. 김씨는 “누군가 ‘경기도 외곽으로 이사했더니 서울 광화문 직장까지 출근하는 데 2시간이 걸리더라’ 같은 글을 커뮤니티에 올리면 그 아래 당장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 ‘셀털 ㄴㄴ(노노)’ 같은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고 말했다. 문맥상 어쩔 수 없이 자기 신상을 밝혀야 하는 경우엔, 서두에 ‘사적인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는 의미로 ‘ㅅㅌㅁㅇ(셀털 미안)’ 네 글자를 붙이는 게 요즘 MZ세대의 매너라고 한다.

궁예질·고나리질 금지… 근거 없는 추측은 일기장에

MZ세대가 많이 활동하는 커뮤니티 불문율 가운데는 ‘궁예질 금지’도 있다. ‘궁예질’은 ‘궁예’에 ‘질’을 덧붙여 만든 말로, 근거 없는 추측이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행위를 의미한다.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관심법(觀心法)’을 가졌다고 주장한 후고구려 건국자 궁예 이름에서 유래한 단어다. MZ세대는 팩트가 아닌 루머로 사람들 관심을 끄는 행위에 질겁한다. 커뮤니티 이용자가 어떤 이슈에 대해 멋대로 추측한 내용을 써 올리면 ‘궁예질 하지 마라’ ‘근거 없는 추측은 네 일기장에나 써라’ 같은 비판을 쏟아낸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고나리질’도 MZ세대 커뮤니티의 금기 사항으로 통한다. ‘고나리’는 컴퓨터 키보드에서 ‘관리’라는 단어를 빨리 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타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관리’의 대체어로 쓰인다. 커뮤니티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 생각이나 행동에 사사건건 간섭하며 자기 뜻을 관철하려는 태도를 보이면 그 아래 “고나리질로는 세계 1등이네” 하는 비아냥 댓글이 줄줄이 달리기 십상이다. 강창석 전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MZ세대는 목적 지향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독립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런 특성이 커뮤니티 운영에 반영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 듯하다”고 분석했다.



신동아 2021년 2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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