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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징역 20년’ 朴 사면설, 내곡동 자택 가보니…

“시위로 복잡해질 것” vs “여기가 집인데 어디 가나”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르포] ‘징역 20년’ 朴 사면설, 내곡동 자택 가보니…

  • ●박지만 “매일 누나 걱정, 사면 간절히 기대”
    ●대통령경호법 따라 2027년 3월까지 경호
    ●삼성동 옛 자택에는 아무도 안사는 듯


14일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내곡동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주변으로 고요함이 감돈다. [지호영 기자]

14일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내곡동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주변으로 고요함이 감돈다. [지호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되면 (내곡동) 집 앞에서 시위도 있을 테고 복잡해질 것 같다.” “여기가 박 전 대통령 집인데 그럼 어디로 가나.” 

대법원이 박근혜(69)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0년을 확정한 14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안골마을은 고요했다. 헌릉로를 타고 가다 좌측으로 꺾어 안골길로 쭉 들어가면 박 전 대통령의 자택이 눈에 띈다. 지상 2층 지하 1층 형태의 단독주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 13일 디자이너 이 모 씨로부터 내곡동 자택을 28억 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인근 N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 주택 가격은 면적과 집 상태에 따라 25~35억 원 선으로 형성돼 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집을 사들일 때보다 값이 올랐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으로 경비초소가 보인다. [지호영 기자]

14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으로 경비초소가 보인다. [지호영 기자]

박 전 대통령의 자택은 마치 도심 속 숨겨진 비밀공간처럼 골목길 끝자락에 있었다. 베이지색 건물을 빨간 지붕이 덮었고, 약 2미터가 넘는 붉은 벽돌 담장이 집을 감싸고 있다. 문패는 없었고 우편함은 비어있었다. 자택 인근은 오가는 차도, 인적도 드물어 새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편의점이나 마트 같은 생활 편의 시설도 찾기 어려웠다. 



자택에서 안골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정면에 작은 경비초소가 보인다. 자택 대문 왼쪽에도 초소가 하나 있었는데, 이곳에서 경호원의 얼굴이 보였다. 이 경호원은 “최종심 발표가 오늘이었나? 17일로 알았는데…. (박 전 대통령이 자택에) 와본 적 없다. 계속 구치소에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대법원 3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벌금 180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됐다. 이와 별개로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과 관련해 징역 2년이 확정된 바 있다. 이로써 그의 형기는 징역 22년으로 최종 결정됐다. 형이 최종 확정돼 특별사면 대상이 됨으로써 사면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 주변의 지인에 따르면 박 회장은 “매일 누나 걱정을 많이 한다. 최근 사면 얘기가 나오는데 (결정이 나길) 간절하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끼리 ‘참 대단하다’ 이야기 나눠”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안골마을의 동네 안내지도. [지호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안골마을의 동네 안내지도. [지호영 기자]

지금으로서는 박 전 대통령이 출소하면 내곡동으로 올 가능성이 가장 높다. 주민 반응은 엇갈렸다. 20년 간 이 동네에 살았다는 이모(60)씨는 “재작년인가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오고, 그 이후에는 조용하다. 사면돼서 (박 전 대통령이) 오면 좋지. 전직 대통령이니 (국가가) 경호를 할 테고, 그러면 치안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안골길에 위치한 회사에 근무 중인 직장인 강모(32)씨는 “본인 반성이 없는데 사면해줘서 되나”라면서 “사면 후 자택에 오면 괜히 주변만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주민 전모(79)씨는 “박 전 대통령의 생일 때마다 10명 정도 되는 지지자가 집 앞에 와서 케이크에 초를 꽂고 촛불을 켠다. 주민들끼리 ‘참 대단하다’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이어 “이미 (구치소에서) 3년 살았는데 사면은 해줘야 한다. 동네가 시끄러워지면 어떤가.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그조차 싫으면 산에 들어가서 살아야지”라고 했다. 

앞서 2017년 4월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자택 뒤편 건물을 경호동으로 매입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대통령경호법은 현직 대통령이 임기 만료 전 퇴임할 경우 경호 기간을 5년으로 정하고 있고, 필요하면 5년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됐기 때문에 2027년 3월까지 경호를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N부동산 관계자는 “경호동이라고 알려진 해당 건물에는 현재 거주자가 있고 경호동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람 사는 집 같지 않았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2017년 3월 27일 당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택 주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동아DB]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2017년 3월 27일 당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택 주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동아DB]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3일 전인 2017년 3월 28일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67억5000만원에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에게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4일 찾은 박 전 대통령의 옛 자택에는 문패가 없었고 초인종은 뽑혀 있었다. 불은 꺼져있었고, 내부에서도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20년 째 이 동네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 중인 업주는 “박 전 대통령이 여기 계실 때 댁으로 음식 배달을 한 적도 있다. 지금은 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겠다. 간혹 관리하는 사람이 온다”고 했다. 근처 한 호프집 점주는 “두 달 전 카메라 설치하는 사람이 왔다갔다. 가끔 나뭇가지 정리하는 사람들이 오는데, 그 외에는 누가 드나드는 걸 본적이 없다”고 했다. 삼성동에 10년 째 살고 있다는 70대 후반 주민도 “아무도 안 산다. 여름엔 풀이 무성해 사람 사는 집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될 수 있다는 소식을 놓고 이곳 주민 반응은 엇갈렸다. 토박이 주민 김모(46)씨는 “(사회로) 돌아오셔서 여생을 평화롭게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삼성동에 40년 간 거주했다는 50대 이모 씨는 “강남 개발할 때부터 살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본적이 없어 이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정치적 계산에 의한 사면은 옳지 않다”고 했다.



신동아 2021년 2월호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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