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레드라인’으로 보는 핵심 요소 ‘안전보장 조약안’
안전보장 조약안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NATO 큰 입장차
바이든 행정부의 親우·反러 정책에 푸틴 군사 대응 나서
미·러 관계 악화로 북·중·러 對 한·미·일 대립구도 강화 가능성
2월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가 러시아 미사일 폭격으로 화염에 휩싸여 있다. [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화 과정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30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부인하면서 만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러시아의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으면 단호히 보복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대결의 길로 가면 과거에 시행하지 않았던 가혹한 경제제재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도 대규모 군사력 배치는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긴장 완화를 위한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7 외무장관들도 러시아의 침공 시 가혹한 제재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러시아의 침공설을 둘러싼 설전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미·러 화상 정상회담이 12월 7일 개최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강력한 대응 입장을 밝혔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세 악화에 대한 책임을 러시아에 떠넘기지 말라면서 NATO와 우크라이나 책임론을 강조했다. 즉 푸틴 대통령은 NATO가 우크라이나를 가입시키려 하고 있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접경지역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친러 돈바스 지역에 대한 군사적 도발을 자행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NATO의 동쪽 확장과 타격용 공격무기 배치를 금지하는 법률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12월 15일 NATO와 미국에 9항으로 구성된 ‘러·NATO 안전보장 조치에 관한 협정’과 8항으로 구성된 ‘미·러 안전보장 조약’을 각각 제시했다. 두 안전보장안은 러시아가 ‘레드라인’으로 보는 핵심 요소들인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구성국의 추가 NATO 가입,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인접 NATO 회원국 내 지상발사 단중거리 미사일 배치, 러시아 인접 NATO 회원국 내 과도한 군사력 배치 등을 담고 있다. 이외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고성능 무기 지원, 우크라이나군의 돈바스 분리주의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 등이 포함된다.
NATO와 미국은 러시아가 요구하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불허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즉 양측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여부는 우크라이나와 회원국들이 결정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NATO 조약에 포함된 문호개방정책(open door policy)을 지적했다. 안전보장 조약안을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NATO 간 입장 차이는 12월 30일 바이든·푸틴 대통령 영상통화, 올해 1월 중순에 개최된 러·미/러·NATO 회담, 1월 26일 러시아 측에 전달된 미국 답변서, 2월 13일 개최된 바이든·푸틴 영상통화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쟁 위기로 치닫는 상황에서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지속됐다. 2월 7∼8일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각각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으며, 2월 14∼15일에는 숄츠 독일 총리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핀란드형 중립화’ 방안을 푸틴 대통령에게 제안해 국제적 관심을 끌었으나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숄츠 총리와 정상회담 후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원하지 않으나 상황 변화에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했다. 이외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수차례 통화 협의를 했으며, 특히 2월 12일에는 러시아의 침공일을 2월 16일로 특정하면서 침공 시 가혹한 대러 경제제재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미군 파병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하면서 수천 명의 미군을 동유럽 NATO 가맹국에 추가 배치했다.
안전보장조약에 관한 러시아와 미국/NATO 간 이견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2월 17일 미국에 11쪽 분량의 재답변서를 보냈다. 러시아는 재답변서에서 “미국이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군사·기술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최후통첩을 보냈다. 아마도 러시아가 이때부터 군사 조치를 통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본격 추진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즉 러시아는 2월 21일 돈바스 내 친러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면서, 양국과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이 조약에 의거, 푸틴 대통령은 이들 공화국에 ‘평화유지군’의 파견을 지시했고, 의회는 파병안을 승인했다.
이러한 상황 전개에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확실하다는 판단을 하면서 2월 24일 예정된 양국 외교 수장 회의를 23일 선제적으로 취소했다. 러·우 전쟁 방지 또는 지연을 위한 마지막 외교의 끈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미국의 회담 취소에 화답하듯 뒤이어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 수장들의 우크라이나군의 위협에 대처한 러시아군 파병 요청(상기 조약에 의거)이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2월 24일 05시 50분 돈바스 지역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명령을 내렸다. 이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동남북 세 방향 침공으로 이어졌다.
러·우 갈등 첨예화 요인
러시아 대표단(오른쪽)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왼쪽)이 3월 3일 벨라루스 브레스트의 회담장에서 2차 정전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서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제1 단계는 우크라이나가 NATO와 EU 가입을 추진한 것이다. 340여 년 간 제정러시아, 소련의 일부로 존재해 온 우크라이나는 독립 후 신생독립국의 자주성 유지 및 국가 발전을 위해 탈러 정책을 추진하면서 NATO, EU와의 협력 확대, 궁극적으로 두 기구 가입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NATO 가입 정책의 경우, 우크라이나는 1990년대 초부터 러시아가 주도하는 군사동맹체(1992년 CST, 2002년 CSTO)에 불참하면서 NATO와 군사협력 확대 및 가입 여건 조성을 위한 정치·외교·군사적 노력과 군사력을 강화시켜 왔다. 미국도 유라시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회복 및 세력 확장 억제를 위해 옛 소련 지역 내 지정학적 다원주의를 형성시키는 정책을 펴면서 탈러 성향의 우크라이나를 핵심 협력국으로 지원했다.
이 기간에 러시아는 NATO-PFP에 참여하면서도 미국의 NATO의 옛 소연방 국가들의 NATO 가입정책을 강력히 반대했다. 특히 2003~2005년 사이에 조지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시민혁명으로 출범한 친서방 정부가 NATO 가입을 적극 추진하자 이들 국가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해 전쟁불사(예: 2008년 러·조지아 전쟁)의 강력한 반대정책을 추진했다.
EU 가입 정책의 경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주도의 다양한 유라시아 경제통합 정책(예: CIS, EURASEC, 관세동맹, CIS-FTA 등)에 소극적 참여 또는 불참하면서 EU와의 협력 확대 및 가입을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EU는 2009년 인접한 옛 소련 국가들과의 정치·경제·무역 협력을 확대하는 동방 파트너십(Eastern Partnership)을 출범시켰고, 이에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몰도바,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등 6개국이 참여했다. 우크라이나는 동방 파트너십 차원에서 정치·경제 협력의 법적 토대인 ‘제휴협정(Association Agreement)’과 이의 일부인 DC-FTA 체결을 위해 2011∼2013년 협상을 진행시켰고, 2013년 11월 말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이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러시아는 동방 파트너십을 통해 이들 국가의 EU 편입과 러시아의 영향력 또는 세력권 축소를 기도하고 있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10년 CIS 국가들 간 경제협력체인 ‘관세동맹’을, 2015년에는 ‘유라시아 경제연합’을 출범시켰다.
제2 단계는 러시아의 크림 합병과 우·NATO 간 군사협력 강화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돈바스 분리주의자들의 지원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정책과 EU와의 ‘제휴협정’ 추진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EU와 ‘제휴협정’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경제제재, 외교적 압박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제휴협정 체결을 위한 정상회담을 10여 일 앞둔 시점에 우크라이나의 거의 파산 상태인 경제 상황을 이용해 전격적으로 러·우 정상회담을 제안, 150억 달러의 차관 공여 약속 및 30억 달러의 즉각 제공을 약속했다. 그 결과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제휴협정 협상 중단을 발표했고, 이에 반발한 반정부·친서방 데모가 2013년 11월 폴란드 국경 인근 서부 지역에서 시작, 수도 키예프로 동진해, 소위 ‘유로 마이단 혁명’ 또는 ‘존엄혁명(Revolution of Dignity)’을 촉발했다.
미국 등 서방세계 지원에 힘입은 ‘유로 마이단 혁명’ 세력은 2014년 2월 유혈사태 지속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 중재 합의안을 무시하면서 일방적으로 의회를 장악 정권·정책 변동을 주도했다. 특히 이들의 친서방 정책 천명과 러시아어 공용어 폐지 정책 선언은 독립 후 러시아로 복귀하는 정책이 펼쳐진 크림반도 내 러시아인들의 우려와 반발을 자아냈고, 러시아는 이를 활용해 2014년 3월 주민투표를 통해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또한 러시아는 동년 4월 친러 성향의 주민이 다수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의 분리주의 운동을 부추겼으나, 돈바스 동부 지역을 제외하곤 진압 또는 중단됐다.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면서 NATO, EU, G7 차원에서 대러 외교·경제제재를 주도했다. 미국과 NATO는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과 교관단을 파견해 우크라이나 군사력 강화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또한 2016년 7월 NATO 정상회의에서는 1997년 합의를 파기하고 발트 3국과 폴란드에 4개 대대, 4500명가량을 배치하기로 결정했으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지원패키지(Comprehensive Assistance Package·CAP)’를 채택했다. 미국은 2014~2021년 사이에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강화를 위해 약 25억 달러(2021년 4억 달러)를 지원했으며, 무기 중에는 훈련용 장비, 소형 무기, 자벨린 대전차 미사일, 경비정, 레이더 등이 포함됐다. 또한 미국은 NATO의 협력 프로그램을 토대로 군 개혁과 훈련을 위한 교관단을 파견했다.
유로 마이단 혁명 후 출범한 포로센코 정부는 대러 적대정책을 강화하면서 NATO와 협력을 강화했으며, 2014년 가을 EU와 DC-FTA를 마무리 지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2017년 6월 외교안보 정책의 우선 목표로 NATO 가입을 재천명하는 법안을 채택했고, 2019년 2월 NATO, EU 가입을 헌법에 포함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어의 배타적 지위를 보장하는 법안을 채택했는데, 이는 러시아와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1년 5월 출범한 젤렌스키 정부는 2020년 9월 NATO 가입을 목표로 제시한 ‘국가안보전략’을 채택했는데, 이 같은 우크라이나의 정책 추진은 러시아의 안보우려를 증대시키면서 양국 간 갈등을 심화시켰다.
세 번째 단계는 미국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다.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소원한 관계를 유지했던 젤렌스키 정부 입장에서 친(親)우크라이나 정책,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크림 합병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 2016·2020년 대선 개입 비난, 동맹 강화 및 민주주의 확장 정책 등을 표방한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은 대미 군사협력은 물론 대NATO 협력을 크게 확장시킬 수 있는 전략적 기회로 작용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9월 유럽 지도자로서는 메르켈 총리에 이어 두 번째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청해 정상회담을 개최했으며,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크림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지원을 유도하려 제안해 2021년 8월 개최된 ‘크림반도 플래폼(Crimean Platform)’의 개최를 적극 지지했다. 또한 그해 12월 말 개최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대했다.
푸틴 정부는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가 미국 등 NATO 국가들과 군사협력을 통해 군사력이 크게 향상된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 크게 우려했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고성능 무기 지원 및 NATO와의 협력관계를 격상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친러 돈바스 분리주의 지역을 무력 진압할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지난해 4월 10만여 명의 군을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훈련 명목으로 집결시켰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작년 7월 장문의 논문(On the Historical Unity of Russians and Ukrainians)에서 양 민족의 분리와 갈등은 외세의 분열전략에 의한 것이며, 우크라이나 대부분의 영토가 러시아의 옛 영토였음을 강조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서방세계가 우크라이나를 반러 스프링보드로 이용하기 위한 여러 책략(NATO, EU와 협력관계 격상)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은 바이든 행정부의 친우·반러 정책과 연동돼 군사적 대응을 초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현황과 전망
3월 1일로 러·우 전쟁이 발발한 지 6일째를 맞았다. 푸틴 대통령의 공표, 즉 돈바스에서 러시아 주민들의 위협에 대응하는 ‘특별 군사작전’과는 달리 러시아군은 남·동·북 3면에서 24일 아침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군사력의 우위를 통해 단기간에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주요 도시 점령 계획이 예상 외로 강한 우크라이나군과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해 <그림 1>과 같은 지역을 점령한 상태에서 양측이 수많은 사상자와 물적 피해를 양상하고 있다.
NATO의 군사 대응 태세가 강화된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NATO, EU 국가들의 주도로 사상 유례없이 강력하고 광범위한 대러 경제제재, 푸틴 대통령,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제재가 시행에 들어갔다. 또한 세계 각지에서 반전운동, 인도적 지원 운동이 유례없이 큰 규모로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FIFA 등 스포츠 세계, 영화업계 등도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한 반러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직접 참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미국·영국·독일·네델란드 등 일부 NATO 국가, EU가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미사일, 대공 미사일 등 고성능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등 NATO 국가들, EU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내세워 러시아와 간접 전쟁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NATO, EU 국가들의 대러 적대정책과 강력 제재에 대응해 2월 27일 ICBM, SLBM, 전략폭격기 등 핵전력을 동시에 ‘특별 전투 준비태세’로 전환하는 조치를 취했다. 또한 미국 내 일부 정치인, 정보소식통은 최근 몇 달간 푸틴 대통령이 보여준 국정 수행 태도와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정책결정 등을 문제 삼아 정신상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확히 전망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러시아가 키이우, 하리키프 주요 도시 점령과 대통령 등 주요 정치인들이 체포되지 않자 3월 1일부터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감에 따라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전쟁 목표(예: 우크라이나군의 비무장화, 극우 민족주의 인사들의 처단 또는 축출을 통한 탈나치화 등을 통한 중립화), 러시아군의 작전 수행 능력, 우크라이나군과 민병대, 일반 국민의 저항, 미국·NATO·EU 등 주요 반러 전선에 동참한 행위자들의 무기 및 경제 지원, 대러 경제제재의 파급효과, 국내외, 특히 러시아 내 반전운동, 러·우 협상 추이 등 수 많은 변수의 영향을 받으면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후 전개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으나 대체로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러시아군의 승전을 통한 젤렌스키 정부 축출과 친러 정부 수립, 두 번째는 드네프르강 동부지역 또는 동남부 지역 점령을 통한 해당 지역 통제권 확립, 세 번째는 서방세계의 무기·경제 지원에 힘입은 우크라이나군과 민병대의 총력 투쟁에 따른 우크라이나 승리, 네 번째는 게릴라전, 지역 분할에 따른 장기전 지속, 다섯 번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동유럽 NATO 국가들로 확전되는 상황과 제3차 대전 발생 등의 시니리오를 상정해 볼 수 있다. 물론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세에 직면해 양측이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중립화, 즉 EU 가입은 허용하되 NATO 가입은 불허하는 선에서 크림반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철수 등에 합의할 수도 있다.
외교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는 약소 중간국의 촘촘하면서도 실익 추구의 실용주의 외교의 필요성을 증명해 주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지경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소연방의 붕괴와 더불어 강대국, 특히 미·러 간 세력 경쟁의 장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치 엘리트들은 지난 340여 년간 축적된 제반 분야에서의 상호의존성과 공생 네트워크를 고려하지 않고, 독립 후 서구 편향적 정책을 우선시했고, 그 결과 미·러 간 세력 경쟁의 희생물이 되었다. 따라서 미·중 간 전략 경쟁의 접점에 위치한 한국은 우크라이나의 외교적 실패를 교훈 삼아 한미 동맹을 우선하면서도 여타 주변 강대국들과 높은 수준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실용주의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 또한 러·우 간 전쟁 위기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희망하는 메시지의 발표 및 인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실익 추구의 실용주의 외교 필요성 증명
경제적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례없이 강력하고 광범위한 대러 경제제재의 대상이 되었다. 서방세계의 대러 경제제재는 국제 금융·무역 질서를 혼란에 빠뜨림은 물론 에너지·원자재·곡물 가격 급등, 국제 공급망의 혼란 등을 초래, 세계경제의 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돈바스 분리주의, 미국의 대선 개입 등에 따른 대러 제재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추가 제재는 한국의 대러 경협에 현재까지와 다른 더욱 광범위하고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물론 기업들이 대러 경제제재가 한·러 경협은 물론 전반적인 경제 환경과 발전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전망을 토대로 선제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른 주요국 및 주요 국제 기업의 대응을 면밀히 분석해 경제제재에 따른 불이익의 최소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대북정책의 경우, 악화된 미·러, 미·중 관계와 연동돼 협상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제재 해제 등 소위 대북 적대 시 정책에 변화가 없음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있으며, 추가 조치를 공언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미국과 NATO를 강력히 비난했다. 이는 러·우 전쟁과 미·러 관계의 악화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 질서가 북·중·러 대 한·미·일 3각 대립 구도가 강화될 수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이러한 대립 구도가 구체화되지 않도록 중국, 러시아에 대한 우호협력 외교를 지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