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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 마음대로 우기기 정권이 동아리 수준 나라 만들었다”

김대환 前 노동부 장관·노사정위원장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이니’ 마음대로 우기기 정권이 동아리 수준 나라 만들었다”

  • ● ‘퇴화 여당’과 ‘불임 야당’이 탄생시킨 윤석열 대통령
    ● 0.73%p 차는 천우신조? 대한민국엔 구사일생
    ● 尹, 대중성 있고 콤플렉스 없는 것이 장점
    ● 전임 정부 비리 끝까지 수사, 법은 특정인 앞에 멈춰 서면 안 돼
    ● 보수 가치는 헌신, 나라 위해 몸 던질 사람 안 보여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조영철 기자]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조영철 기자]

“잘못되고 있다는 현실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잘돼 간다고 우겨온 ‘이니언 우기제’가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 인디언의 기우제는 정성이라도 있고 끝이라도 맞추지만 이니언의 우기제는 정성은 고사하고 끝마저도 맞춰놓지 못했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마냥 우김으로써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정파적 차원에서 보면 자업자득(自業自得)이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는 엄청난 왜곡이다.”(김대환 외 12인 지음, ‘대한민국 판이 바뀐다’)

인디언 기우제는 실패하는 법이 없다.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문재인 지지자(이니언)들은 5년 내내 무조건 잘돼 간다며 우기기로 일관했지만 끝내 단비는 내리지 않고 오히려 가뭄만 심해졌다. ‘비정규직 제로’를 외친 정부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더 늘었고(2017년 32.9%→2021년 38.4%), 청년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으며, 2021년 조사에 따르면 32%의 가구가 지난해보다 소득이 줄었다.

추상적 기대가 구체적 실망으로 바뀐 5년

잘못 끼워진 첫 단추는 소득주도성장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호기롭게 국정 최우선 순위로 공표한 소득주도성장은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줄 신묘한 처방처럼 보였다.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3년 내 최저임금 1만 원’을 내걸자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경제학자의 눈에는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치명적 결함을 은폐한 정치적 슬로건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이 “부실한 토대에 기초한 문 정부의 경제정책은 성장은커녕 분배마저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해도 문재인 정부는 귀를 막았다. 통계에 책임을 돌리고 통계청창을 경질했지만 주요 경제지표가 하강 길로 접어드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김대환(73) 인하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 5년을 평가하며 “추상적 기대가 구체적 실망으로 바뀐 5년”이라고 했다.

“인기영합적 경제정책으로 재정지출 원칙이 훼손되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경제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나라와 가계 빚이 늘어가는 가운데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제 그들만의 축제는 멈추어야 한다. 치명적 유혹을 떨쳐버리고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성장 엔진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경제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 요소투입 단계를 통과하여 혁신의 단계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는 우리 경제의 정책기조를 혁신성장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



모색의 1차 결과물이 1월 말에 출간된 ‘대한민국 판이 바뀐다’이다. 김대환 교수가 각 분야 전문가 12명을 이끌고 국가 혁신 방향을 담은 책의 출간을 기획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각 당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기 전이었지만 그들만의 축제를 멈추게 하려면 손 놓고 차기 대통령만 기다릴 수는 없었다. 어쩌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권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던 점도 집필을 서두르게 했다.

김 교수는 “퇴화(退化) 여당과 불임(不姙) 제1야당이 내놓은 마초 대통령 후보들” “진영논리와 포퓰리즘으로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오만한 바보들”이라며 기성 정치권을 비판했다. 차라리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판을 바꾸는 열정으로 승화될 거라고 기대했다. 비록 득표율 0.73%포인트 차였지만 정권교체는 국민적 분노의 결과물이었다. 대통령선거 이틀 뒤인 3월 11일 김대환 교수를 만났다.

소득주도성장, 2년 내내 졸속 경고해도 귀 막아

득표율 0.73%포인트 차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것은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면서 차기 정부의 오만을 미리 견제하는 절묘한 국민의 선택인가.

“아쉽다. 정권심판론이라면 좀 더 확실한 결과가 나왔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민주주의의 상궤를 벗어나는 행위를 얼마나 많이 했나. 더군다나 상대는 역대 민주당이 내세운 후보 가운데 가장 하자가 많은 인물이었다. 아무리 당 차원에서 엄호하고 비호해도 정권교체라는 큰 흐름을 바꾸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격차가 너무 적어 끝까지 불안했다. 이로 인해 향후 우리 사회의 갈등이 증폭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어떤 이는 이번 대선 결과를 천우신조라고 하는데 나는 구사일생이라고 말한다.”

여당이 막판 추격에 성공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정권이 자리와 돈을 가지고 세력화했기 때문이다. 그들로서는 이번 대선에서 패배하는 순간 자리와 돈이 날아가기 때문에 절박할 수밖에 없다. 정권을 잡으면 권력 강화를 통해 혜택을 입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일종의 패거리가 형성된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한국명 이만열) 교수는 집권당과 지지자들이 공고하게 결탁하는 것을 ‘코퍼레이트 파시즘(Cooperate Fascism)’이라고 하더라. 파시즘인지 아닌지는 봐야겠지만, 이런 패거리 정치에서는 일부 손해 보는 사람이 있어도 이득을 보는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삼으면 되기 때문에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면 자영업자는 힘들게 되지만 그로 인해 임금이 상승하는 사람이 통계상 200만 명이다. 이들이 계속 정권을 지지하면서 양극화는 심화된다. 그래서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기보다 과두지배(oligarchy)에 가깝다. 정치화된 시민단체도 너무 많아서 걱정했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사람들을 접해 보면 이번만큼은 바꿔야 한다는 열망이 더 강했다.”

민심을 어떻게 청취했나.

“지난해부터 중도·보수 지식인들이 모여 ‘일자리연대’와 ‘만민토론회’를 열었다. 전국을 돌며 포럼을 열었는데 6월 광주에서 열린 호남 만민토론회에서 카페 사장 배훈천 씨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등 경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호남 지역에서도 소수이긴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뭔가 보여주겠다는 결기가 느껴졌다. 기대했던 20%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윤석열 당선자가 역대 보수정당 후보 최초로 12.75%라는 두 자릿수 득표율에 45만 표가량 얻은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본다. 호남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강고한 지역 구도를 깨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고생했는지 알 수 있다.”

진부한 진보, 보스주의에 빠진 보수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은 노사정위원장으로도 일했다. [조영철 기자]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은 노사정위원장으로도 일했다. [조영철 기자]

민주당은 퇴화정당, 국민의힘은 불임정당이라고 비판한 이유는 뭔가.

“오래전부터 나는 우리나라 진보는 ‘진부’이고, 보수주의는 ‘보스(boss)’주의라고 말해 왔다. 진보의 기본 프레임이 19세기 말 20세기 초 서구 산업사회의 독점자본 단계에 머물러 있어 퇴화정당이라고 한 것이다. 민족주의, 토착왜구 같은 진부한 프레임을 가지고 진보라고 자처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반면 보스(boss)주의자들은 권력자에게 줄 대기 바쁘다. 맥락은 다르지만 박근혜라는 보스를 끝까지 보호하지도 못한 의리 없는 보스주의자다. 대통령이 탄핵되자 당명까지 바꿔버리지 않았나.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함께했던 이들이 모든 짐을 제게 지우는 것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을 느꼈다’고 했다.

국민의힘 쪽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당신들은 밥을 지어 뜸 들여서 숟가락으로 입에 넣어줄 때까지 기다릴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어렵고 힘들 때 누군가 와서 해결해 주기만 바란다. 손에 물 묻히고 흙 묻히고, 쓰러질 정도로 헌신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내가 경기도에 사는데 선거운동 막바지까지 투표에 참여하라고, 지지해 달라고 끊임없이 독려 전화를 한 쪽은 민주당이었다. 민주당 지역구 의원들에게 이재명 지지 선언 1만 명씩 받아오라고 했다고 들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뭐했나. 독려 전화도 사흘에 한 번 올까 말까였다. 안일함이 체질화된 정당이다. 전선이 형성되면 당직자들이 최일선에 나서야 하는데 만날 ‘국민들만 믿는다’고 떠든다. 이번에도 윤석열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 당내에서 대통령 후보를 키워내지 못하는 정당이 불임정당 아니고 뭔가.”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 소장, 김대중 정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경제노동분과 위원장,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위원회 간사, 2004~2006년 노동부 장관직을 역임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3년간 노사정위원장을 맡은 것을 제외하면 진보 진영과 인연이 더 많다.

“이제까지 나는 보수 쪽에 표를 준 적이 한 번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노사정위원장에 임명했을 때에도 나는 당신을 찍지 않았다고 솔직히 밝혔다. 유럽 기준으로 보면 나는 중도진보다. 하지만 스스로 진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진보, 보수라는 구분 자체가 불편하다. 나는 현실주의자일 뿐이다. 아무래도 진보 진영과 친분이 많아서 문재인 정부의 출범도 애정을 갖고 지켜봤지만 5년을 돌아보니 이 사람들이 나라를 동아리 수준으로 운영하더라.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치명적 유혹이라고 비판하다가 나중에는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고 정면으로 반대했다. 개인적으로 친분 있는 청와대와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의견을 전달하면 2017년엔 ‘열심히 하겠다’고 대답하더니 2018년엔 ‘섭섭하다’는 반응이 왔다. 2019년 무렵엔 아예 무시했다. 칼럼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어 중단했다. 일자리연대와 만민토론회를 시작했다.”

절박함·집요함·행동력 다 부족한 국민의힘

정권교체 성공 요인을 기여도에 따라 점수를 준다면?

“정권교체론 50점, 윤석열 인물론 40점, 국민의힘 조직력 10점이다. 이번 대선에선 정권교체라는 큰 흐름이 국민의 열망이었고, 이 흐름을 뒤엎을 만한 요인을 찾기 어려웠다. 마침 그러한 열망에 부합될 수 있는 윤석열이라는 ‘상품’이 등장했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시간이 갈수록 윤 후보가 ‘대중성’까지 획득했다는 점이다. 콤플렉스 없는 대통령, 새로운 유형의 지도자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래서 40점이다. 국민의힘에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초기 윤 후보를 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태도가 아주 애매모호했다. 경선 과정이나 선거 캠페인에서 윤 후보가 100% 흔쾌하게 지원을 받지는 못했다고 본다. 나중에 당선 가능성이 보이니까 숟가락 얹으려 모여들었다. 다만 윤 후보가 끝까지 제3지대에 머물렀다면 당선이 가능했을까를 고려해 10점을 준다. 비록 패했지만 이재명 후보 쪽을 평가하면 정권재창출론 20점, 민주당 조직력 60점, 이재명 인물론 20점이 되지 않을까. 절박함, 집요함, 행동력에서 국힘이 민주당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10년 만에 인수위가 구성된다. 노무현 정부 인수위에 참여한 경험으로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 조직과 운영에 대해 조언한다면?

“노무현 당선자는 인수위에 정치인을 넣지 않았다. 명목상 임채정 위원장과 김진표 부위원장을 임명했지만 간사는 나를 포함해 이정우, 김병준, 권기홍 등 모두 학자들이었다. 노 당선자의 정책 컬러를 반영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당시 정치적으로 민주당 동교동계와 거리를 두기 위한 방책이었다. 노 대통령이 ‘동교동계 머슴을 하기는 싫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어차피 정치적 과정을 통해 나타나니 정계와 학계의 적절한 조화와 안배가 필요하다. 백면서생들로만 채워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윤 당선자가 당내 사정을 모르다 보니 ‘윤핵관’이 자주 거론되는데 이들 중에는 최소 두 명 정도만 포함시키면 된다. 안철수 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괜찮다. 인수위원들은 각 부처별로 누락 없이 밀도 있게 보고 받고 새 정부에서 계속해야 할 사업 등을 가려낸다. 부족하면 별도 보고를 받는데 다만 이 사실이 흘러나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다시 보고하라’는 말 한 마디에도 정부와 언론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만큼 말조심해야 하고 모든 사안은 대변인을 통해 공식 발표되도록 해야 한다. 벌써부터 윤석열 정부에서 최저임금, 국민청원이 사라진다는 유언비어가 돌지 않나.

인수위는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하기보다 비전과 방향만 보여주면 된다. 새 정부 명칭이 ‘국민통합정부’라는 말이 나오는데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같은 명칭을 쓸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의 예를 따를지 인수위에서 최종 결정한 뒤 통일해서 써야 한다. 그리고 인수위에 참여한 학계 출신들은 되도록 새 정부에서 입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하는 게 좋다.”

인수위원들 입각 욕심부터 버려야

인수위원들의 입각이 왜 문제가 되나.

“인수위가 정계 진출의 통로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국민인사 제안제’를 통해 국민이 직접 장관을 추천하게 했다. 추천서가 수천 통이 들어왔다. 학계 출신 인수위원들에게 우리는 전부 빠지자고 제안했고 모두 동의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오히려 몇몇은 자기 이름이 빠질까 봐 전전긍긍했던 것 같다. 새 정부 조각 때에는 정부 경험도 있고 경륜도 있고 국민들로부터 신망받는 사람이 들어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나는 노 당선자의 입각 권유에 ‘정부 경험이 없다’고 거절하고 학교로 돌아갔다. 기자들이 따라다니며 ‘과천으로 가시냐, 세종로로 가시냐’고 묻기에 ‘인천(당시 재직하던 대학 주소지)으로 갑니다’라고 대답했다. 2003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전국 물류가 마비되는 일을 겪은 뒤 2004년 부분 개각 때 노동부 장관으로 들어갔다.”

대통령의 인사 원칙은 무엇이라고 보나.

“인수위 마지막에 노 당선인이 잠시 남으라고 하더니 인사 협의를 했다. 흉중에 둔 인물들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대부분 내가 아는 사람들이어서 기탄없이 말씀드리되 마지막에는 ‘당선인께서 복안이 있고 넓게 생각하고 여러모로 고민하셨을 테니 제 의견은 참고만 하십시오’라고 했다. 나중에 보니 흉중의 인물을 다 기용했더라. 그 인사를 폄훼할 생각은 없지만 그중에 우려되는 인물도 있었고 실제로 나중에 문제가 됐다. 역시 인사가 어려운 거구나 싶었다.”

새로운 인사도 중요하지만 전 정부에서 해놓은 인사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도 큰 과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 공공기관의 소위 ‘알박기 인사’가 지적되고 있다.

“정권 말 연임에 성공하면 몇 년은 보장되니 친정부 인사들 챙겨주기가 성행하는 것 같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보장을 약속했고, 이명박 정부는 고위공무원에게 일괄 사표를 내게 했고, 박근혜 정부는 하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는 일괄 사표는 아니었지만 사실상 많이 쫓아냈다. 윤석열 정부는 재량권을 달라 해서 서로 눈치 볼 것 없이 일괄 사표를 내도록 하는 게 맞다.”

3월 10일 윤 당선자는 첫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의혹에 대한 강력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장동 얘기는 오늘은 좀 안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치 보복이라는 말을 의식해서인가.

“실정법에서 혐의가 포착됐다면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 오히려 수사 중인 사건에 정치적으로 개입해선 안 된다. 윤 당선자가 ‘그런 모든 문제는 시스템에 의해서 가야 할 문제 아니겠나’라고 대답한 것은 잘했다고 본다. 오히려 선거 캠페인 중에 이재명 쪽에서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고 뻔뻔하게 우기는데도 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 대장동 의혹 사건 말고도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권력 앞에서 멈춰진 사건들은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설령 문재인 대통령이라도 수사를 받아야 한다. 법은 가다가 쉬고, 가다가 잠자고, 누구 앞에서 멈춰 서서는 안 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근대국가가 아니다.”

윤 당선자가 강성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면서 불필요하게 노동계와 대립각을 세웠다는 지적이 있다.

“나는 오히려 그것이 지도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살다 보니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그분들에게 물었다. 국민에게 무엇을 해주겠다가 아니라 지금 나라가 이런 상황인데 국민 여러분이 이렇게 협조해 달라고 말할 용기가 있는가. 그럴 자신이 없으면 하지 마시라.”

듣기 싫어도 두 번 듣고, 만기친람 유혹에서 벗어나야

김대환 전 장관은 인수위원들에게 “입각 욕심부터 버리라”고 조언했다. [조영철 기자]

김대환 전 장관은 인수위원들에게 “입각 욕심부터 버리라”고 조언했다. [조영철 기자]

민주당의 패인은 부동산과 일자리 정책의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는 끝없이 남 탓을 했다. 코로나 탓, 날씨 탓, 통계 탓까지 했지만 결국 정책의 실패다. 일자리 정책은 노동시장 전체를 보는 안목에서 세워야 한다. 비정규직 제로 만들면 노동시장이 활력을 얻는다고? 아니지 않았나. 오히려 더 경직됐다. 최저임금 올리면 좋아진다고? 일자리만 없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눈앞에서 잘못되는 것을 보고도 아니라고 우기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정책에 대한 평가 자체가 진영논리에 갇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정책이다.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진다고 생각할 만큼 이론적 기반이 취약했다. 잘못됐다는 현실을 인정하면 개선의 여지가 있음에도 여기서 물러나면 정권이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실물을 알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 새 정부에서 공급 늘린다고 재개발은 재개발대로 늘리고, 세제 풀고, 추가 공급하면 그다음엔 어떻게 되겠나.”

리더가 오만함에 빠지지 않으려면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인가.

“진언을 대하는 태도다. 대통령에게 한 번쯤 용기를 가지고 진언할 수는 있지만, 같은 얘기를 두 번 하기는 정말 힘들다. 내 경험을 얘기하면 노무현 대통령 때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헌법불일치 판결이 난 후 현재 결정에 따르는 식으로 덮고 가자고 했으나 추후 재추진돼 또 반대했더니 탈권위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대통령께서 ‘장관님은 아직도 저를 가르치려고 드십니까’라고 했다. 다시는 그 문제는 얘기할 수 없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어떨까. 같은 사안에 대해 두 번 진언했을 때 왜 그렇게 반대하는지 물어보고 대화할 사람이라고 본다. 의견을 주고받은 뒤에도 대통령의 뜻이 그러하면 존중하면 된다. 측근이 진언하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만기친람(萬機親覽)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한번은 노 대통령께 ‘자꾸 말씀이 길어지고 현학적이 되십니다’라고 했다. 국무회의를 하면 대통령이 모든 발언을 메모했다가 한 장씩 찢어가며 일일이 코멘트를 했다.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심해진다. 모든 대통령의 공통 현상이다.”

윤 당선인을 가까이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나.

“지난해 7월 6일 대전 유성구청 인근 호프집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만민토론회에 윤 당선인이 참석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 왔다. 대통령 출마 선언 후 첫 민생 행보여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자칫 토론회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어 난색을 표했더니 수행원들이 사정을 했다. 대신 조용히 들어와 적당한 시점에 얘기할 기회를 주겠다고 하니 약속을 지켰다. 가까이서 조우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굉장히 겸손하고 원전에 대한 공부가 많이 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중에 따로 찾아뵙겠다고 했는데 이후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가 찾아오면 주려고 비단 주머니 세 개가 아니라 A4 용지 석 장은 써놓았다. 아직 전달하지 못했다.”



신동아 2022년 4월호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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