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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개혁추진단 꾸려 국민연금·3大직역연금 통합하라

  •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前 보건복지부장관

공적연금개혁추진단 꾸려 국민연금·3大직역연금 통합하라

  • ● 고령화 심화로 연금 받을 사람 갈수록 크게 늘어
    ● 출산율 하락으로 연금 보험료 낼 사람 대폭 감소
    ● 공무원·군인 연금 상당 부분 국가재정으로 보전 중
    ● 사학연금도 곧 국가재정 투입해야 할 상황
    ● 20년간 보험료 단계적 인상해 연금 재정 악화 막아야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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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가 풀어야 할 난제 중 하나가 연금 개혁이다. 고령화로 연금 수급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반면, 출산율의 급속한 하락으로 경제활동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연금 재정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1980년대 이후 거의 모든 선진국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유럽식 복지국가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1889년 독일에서 공적연금이 도입됐을 때 평균수명은 47세였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5세였기 때문에 연금 재정에 대해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그 후 기대수명은 꾸준히 늘어나 2020년 현재 독일은 83세, 한국은 이보다 높은 84세에 이르고 있다. 2020년 현재 독일의 출산율은 1.57명, 2021년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0.81명이다.

1980년대부터 유럽식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시작됐다. 그 핵심 의제는 언제나 연금 재정이었다. 그래서 연금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독일은 물론 20세기 초 연금제도를 시작한 대다수 선진국은 지속적으로 연금 개혁을 하고 있다. 그 내용은 대체로 연금 혜택은 줄이면서, 보험료 부담은 늘리는 것이기에 연금 개혁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다. 그럼에도 유럽의 복지 선진국은 연금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데 반해, 한국은 국민연금이 시작된 1988년 이후 지금까지 개혁다운 개혁을 하지 못했다.

독일의 경우 1980년대부터 서서히 시작된 연금 개혁은 공적연금의 급여 수준을 낮추고, 그 대신 사적연금 형태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보험료 지원과 세금 공제를 하면서 원금을 보장해 주는 ‘리스터 연금’을 도입해 발전시키고 있다. 현재 독일 공적연금의 보험료율은 22% 수준이고, ‘소득대체율’은 개혁 이전의 70%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48%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민간기업의 ‘리스터 연금’ 가입률은 2001년 38%에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60년대 초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 시작되고, 1975년에는 사학연금이 출발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은 상대적으로 늦은 1988년에 첫발을 뗐는데,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이었던 필자가 연구팀의 책임을 맡음으로써 국민연금과 각별한 인연을 맺게 됐다.



현행 연금제도의 세 가지 문제점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연금 개혁을 약속했으나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12월 4차 국민연금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①현행 유지 ②기초연금 30만 원을 40만 원으로 인상, ③보험료 12%, 소득대체율 45% ④보험료 13%, 소득대체율 50% 등 네 가지 방안을 내놓았으나, 그 후 아무런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연금 개혁은 5월에 새로 출범하는 정권의 몫이 됐다. 대선 과정에서 주요 후보 모두 연금 개혁을 약속했기에 정치적 환경은 크게 개선됐다고 할 수 있다.

현행 연금제도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적자를 매년 국가재정으로 보전하고 있고, 사학연금도 곧 이러한 전철을 밟을 전망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중장기적 해법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은 각각 1973년과 1993년부터 재정수지 적자를 국가보전금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그 규모는 2020년 현재 3조8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현재 제도대로 간다면 국가보전금은 2050년에는 23조9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둘째, 2021년 2분기 말 국민연금 적립금이 900조 원에 달하지만,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 2039년에는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이 되면 기금이 전액 소진될 것으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전망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몇 차례의 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1998년에는 소득대체율이 70%에서 60%로, 2007년에는 60%에서 다시 50%로 낮아졌고, 그 후 매년 0.5%씩 하락해 2027년에는 40%가 될 전망이다. 반면 보험료는 1988년 실시 당시 3%에서 5년마다 인상돼 1998년에는 9%까지 올랐으나, 두 자릿수 보험료에 대해 정치권이 부담을 가져 아직까지도 동일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재정건전성 확보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셋째,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20년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평균인 13.1%의 3배 이상인바 이에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이같이 높은 이유는 공적 및 사적연금 역사가 일천한 데 있다. 예를 들어 대다수 선진국은 20세기 초에 공적연금을 도입했으나, 한국은 1988년에야 국민연금이 출범했다. 그 결과 가입자 중 노령연금 수급자 비율은 2021년 10월 현재 26.8%에 불과하고, 평균 수급액도 월 55만 원에 그치는 실정이다.

연금개혁에 관한 다섯 가지 제안

연금개혁이 어려운 이유는 적절한 수준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면서 중장기적 차원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상충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제도의 도입 과정을 주도한 당사자로서 연금 개혁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어렵더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연금 개혁에 관한 다섯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65세 이상 노인에게 적용되는 기초연금제도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합·운영함으로써 노인 빈곤 문제를 일거에 해소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관련 예산을 둘로 나누어 절반은 모든 노인에게 ‘기본소득’ 형태로 지급하고, 나머지 절반은 소득 조사를 통해 빈곤층 노인에게 차등 지원해 모든 노인이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부양의무자’ 조건은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이와 같이 통합된 기초연금제도의 실시로 ‘빈곤 노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국민연금을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 1988년 국민연금 실시 당시에는 기초연금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국민연금에 상당 수준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있었으나, 기초연금이 이미 도입됐고, 그 수준 역시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기에 이제는 국민연금을 다른 연금제도와 같이 순수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중장기적 차원에서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이런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셋째, 이러한 두 가지 개혁 조치가 이루어지면 보험료를 기존의 9%에서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앞으로 상당 기간 국민연금 적립금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은 20년 정도의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보험료 인상 목표치는 OECD 국가 평균인 18% 수준이 적정하다고 생각한다. 보험료 인상에 관해 이러한 개혁 조치가 취해진다면, 소득대체율 역시 50% 수준은 유지돼야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넷째,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3대 특수 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1986년 설계 당시 일본의 후생연금을 참고했는데, 일본은 2015년 공무원연금과 후생연금을 통합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보험료는 18%로, 소득대체율은 50%로 합의했다. 우리도 이러한 일본의 연금 개혁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이러한 연금 개혁의 추진 방법은 집권 초 대통령 직속으로 ‘공적연금개혁추진단’을 전문가와 관련 부처 대표로 구성·운영해 구체적 실천 방안 마련 후, 임기 2년 내 이의 추진을 위한 후속 조치를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5월에 출범하는 새 정부에서 숙원인 연금 개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신동아 2022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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